속 시원한 글쓰기 – 오도엽 지음

속 시원한 글쓰기 – 오도엽 지음

속 시원한 글쓰기

오도엽 지음

글을 잘 쓰고 싶다. 책을 만나는 과정은 다 다르지만, 이 책은 나의 페이스북 친구이신 오도엽 시인님께서 쓰신 책이다. 어느 날 글을 좀 잘 쓰고 싶고 ‘돈다돌아’님의 포스팅에서 글쓰기 책자도 보이고 나름 똑같은 책을 사서 보기엔 자존심도 살짝 상하고 해서 오도엽님 담벼락에 글을 남겼다. ‘오도엽님. 글쓰기 책 하나만 소개해주세요’라고 말이다. 그러자 답 메시지가 ‘따로 소개시켜드리긴 뭐하고 쌤이 쓴 글을 보내 주시면 잡아 드리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아이고, 쌤이라니.. 바로 나도 ‘선생님’ 소리가 나왔다. ‘아이고 선생님 보여드릴 만한 글이 제가 어딨습니까? 그냥 시간 되시면 놀러나 와주세요’ 라고 블로그 주소를 남겼다. 그러자 ‘제가 오늘은 바쁘고 다음 주 월요일에 방문 드리고 글 남기겠습니다.’라고 하셨다. 하지만 오지 않으셨다.

오도엽시인의 페이스북 배경에 ‘속 시원한 글쓰기’책의 사진이 걸려 있어서 선생님 책이냐고 물어 봤더니 한겨레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란다. 구입해서 봤더니 오도엽 지음이다. 부끄러워하시기는..

 

속 시원한 글쓰기 - 오도엽 지음
속 시원한 글쓰기 – 오도엽 지음

 

정말 시원시원하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글쓰기 교육에도 힘쓰고 있는데, 정말 노동일을 하며 전문가들 사이에 내 무식하고 투박한 글 하나 끼워 넣고 싶다는 내 생각을 자랑스럽게 만들어 주는 글들이 많았다.

삶에서 우러난 글들을 생각나는 대로 말하듯이 써 내려간 글들이 하나의 작품이 된다. 1교시의 ‘먼저 너 자신을 써라’라는 대목부터 마음에 든다.

 

-내 멋대로 글쓰기
-너 자신을 써라
-꾸미지 말자
-거침없이 토해내라
-말이 글이다
-삶에 집중하라
-친해지는 게 먼저다
-조금 뻔뻔해지자

– 속 시원한 글쓰기, 오도엽, 한겨레출판사

 

이렇게 나뉘어져 있는 1교시는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나 자신의 경험, 그건 이 세상 누구와도 같을 수 없는 나만의 것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글인데 말하고 다르지 않냐 라고 질문하는 분들을 위해 여러 사람의 글들을 소개해준다. 이분들의 글들을 읽으면 또 하나의 책을 읽는 것 같다. ‘책 안의 책’을 보는 느낌도 쏠쏠하다.

사실, 살짝 불편한 글도 있었다. 일하는 사람들의 글을 예로 들며 ‘작은책’의 편집장인 안건모 씨의 글은 나에게 불편했다. 노동자들의 글은 좋지만, 한 편으로 남을 배려하지 않는 글들이 많아서, 회사 휴게실에 비치되어 있는 ‘작은책’을 읽지 않은지 좀 됐는데, 이건 따로 다른 카테고리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하지만,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이 예로 들어져 있어서 이 책이 싫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좋은 책이다.

4교시 ‘이것만 알면 나도 기자’의 파트로 넘어가면, 이슈거리만 찾아다니고 실제로 인터뷰도 하지 않는 기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글들이 나온다. 기자라는 분들이 기사의 90프로를 작성해 놓고 10프로는 만나서 확인하던가 아니면 질문으로 유도하던가 한단다. 이런 기자들 이야기를 들으니 모 찌라시 신문 기자들과 인터넷 낚시성 기사를 쓰고 좋다고 이름을 밑에다 달아 두는 기자들이 생각났다. 이런 기자들 사이에서 사건 보다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고 사람을 담아내는 글을 쓰는 작가의 모습은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모름지기 글이란 이래야겠다.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의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샌가 감흥이 없어졌다. 그들이 똑똑한 건 알겠는데, 뭐 어쩌라는 말인가 모르겠다. 나에게 이해를 강요하지 마라. 나에게 가르치려 들지 말라. 이런 반감이 드는 글들 속에 작가의 침묵과 기다림, 샛길로 새는 인터뷰, 질문이 없는 인터뷰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속 시원한 글쓰기> 이 책은 개인적으로 평균 이상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3~4월이 되면 글쓰기 교실에도 사람이 많이 몰린다는데, 대부분이 블로거들이라고 한다. 사진도 잘 찍고 싶고, 글도 잘 쓰고 싶고 한 것은 사람이 다 똑같은가 보다. 다른 책을 보면 내가 글을 잘 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겠지만, 감히 이 책은 정말 글을 잘 쓰게 만들어 줄 책이라고 생각하고 추천한다.

 

속 시원한 글쓰기 - 오도엽 지음
속 시원한 글쓰기 – 오도엽 지음

 

보충수업. 아홉 가지만 고쳐도 글맛이 산다.

 

짧을수록 좋다
없어도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지 말고 생각하자
반복되는 단어는 지우자
문장의 시작은 깔끔하게
문장의 끝도 깔끔하게
같을 필요 없다
~으로써 어려워진다
과거의 과거도 과거일 뿐

– 속 시원한 글쓰기, 오도엽, 한겨레출판사

처음 부분에서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마지막의 9가지만 고쳐도 글이 틀려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글을 쓰려면 머리가 지끈거리나요?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넘치는데 종이만 펼치면 손가락이 굳나요? 먹고 살기도 힘든데 글이 뭐 말라비틀어진 말이냐고요?”

– 속 시원한 글쓰기, 오도엽, 한겨레출판사

그럴듯한 이론을 원하거나 화려한 문장을 쓰고 싶다면 이 책을 펼치지 말라고 작가는 조언한다. 문학 이론이나 다른 글쓰기 책에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뿐인 이 책, 그 ‘잘난’ 이야기와는 거꾸로 된 이야기로 가득하다. 농민, 노동자, 대학생, 청소년들을 만나 함께 글쓰기를 하며 마주쳤던 어려움을 정리했다는 이 책은 나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

2013년도에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읽었던 책 중의 하나. 사실 글쓰기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비슷비슷하다. 하지면 결론은 글을 쓰는 방법이란 없다는 사실이다. 간결하면 주장이 명료해지고, 인스턴트 식품처럼 빠르게 소비되는 블로그에 알맞는 글이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틀에 박힌 형식에 자기 자신을 끼어 맞출 필요는 없다. 그냥 생각이 흐르는 대로 담아 내고, 덜어 내면 된다. – 2016.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