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혁명의 경제학

체 게바라, 혁명의 경제학

체 게바라, 혁명의 경제학
체 게바라, 혁명의 경제학

 
체게바라, 혁명의 경제학

헬렌 야페 지음

김수행 석좌교수 특별 감수. 김수행 석좌교수님이 꾀 유명하신 분인가 보다. 띠지까지 만들어서 작가보다 더 강조를 해 놓은 것 보니 말이다. 원래 성격이 이러면 뉘신지 꼭 찾아 보는 경향이 있는데 거의 2주일동안 정신이 안들호에 가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책 겉표지에 있는 설명에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한국어로 처음 완역한 국내 대표적 마르크스 경제학자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혁명의 경제학, 제목이 사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요즘 경제학에 관심이 많아 지고 있다. 경제학 책을 많이 읽고 경험해 본 것은 아니지만 경제학 책을 읽다 보면 역사책을 읽던 빈 공간을 채워주는 느낌이 든다. 역사와 세계의 흐름을 같이 알게 되는 점이 참 재밌고 뭔가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는 그런 느낌이랄까. 여하튼 역사 관련책들도 참 재밌지만, 경제학책은 그 빈공간을 채워주면서도 삶의 가치를 세워주는데도 참 도움이 많이 된다.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살아가고, 거기다 더해 현장 노동자로 살아가는 나에게는 ‘혁명의 경제학’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은 패키지로 일찌감치 사놓은 책 이었다. ‘체 게바라 평전’과 함께 인터넷서점에서 패키지상품이 있길래 평전을 구입하면서 함께 구입했다. 평전을 읽고 바로 읽을 생각이었지만, 뭐랄까 사실 평전을 보고 살짝 지쳤다고나 할까 중간에 다른 책들을 다 읽고 드디어 내가 구입해 놓은 책 중에서 마지막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평전에서는 체의 어린 시절과 게릴라 시절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혁명이 완수된 쿠바에서의 활동은 가볍게(?) 다루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오해한 것이 었겠지만, 사회주의의 쿠바에서 적응을 잘 못하고 역마살이 낀 사람처럼(혹은 전쟁에 중독된 사람처럼) 또 다른 나라로의 혁명에 가담하기 위해서 떠났다는 느낌이 들게 되었다. 분명히 훌륭한 사람이지만, 뭔가 일반 사람으로서는 피곤하게 느껴지는 느낌. 뭐 그런 것이 솔직히 있었다.

평전에서는 볼 수 없는 혁명이 완수 된 쿠바에서의 체. 여하튼, 이 책은 따로 읽어도 좋겠지만, 평전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 듯 하다. 여러 역할을 수행했던 체의 쿠바에서의 정책들. 권력이 바뀐다고 해서 한 순간에 사람들의 인식과 습관이 바뀌는 것이 아닌게 당연 했다. 부단히 노력해야 했고, 교육하고 모범을 보이는 삶을 살아 가는 쿠바 지도자들의 삶. 그 삶을 이끌어 가고 제안하고 토론하는 체의 모습은 평전을 읽으며 살짝 오해했던 부분들이 전부 사라지게 함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는 살아 있었다면 전 세계의 고통받는 민중들을 위해서 어디든지 가서 총을 들었을 것이다. 관료로 죽지 않고 게릴라로 죽고 싶어 했던 그의 마음은 관료의 자리에서도 혁명가의 삶을 잃지 않게 만들었던 것 같다. 정말 이념과 생각들은 지금 이 시점에선 동의 할 수 없는 것들도 있지만, 책에서 나오는 그의 자세나 쿠바 지도자들의 행위들은 존경스럽기도 부럽기도 했다.

 

제1장 서론

제2장 혁명 공고화와 예산재정시스템의 등장

제3장 대논쟁

제4장 교육,훈련,봉급

제5장 관리 통제,감독,투자

제6장 생산집산화와 노동자 참여

제7장 과학과 기술

제8장 의식과 심리학

제9장 소비에트 「정치경제학 관람」비판

제10장 쿠바와 게바라의 유산

 

쓸데없는 마찰이나 감정싸움을 피하기 위해 먼저 시험해보고, 가다듬고, 결과를 분석한 다음에 완전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분석 결과 미흡하다면 부분 또는 전면 수정하거나 아니면 아예 폐기하면 됩니다.

-307p, <체 게바라, 혁명의 경제학> 中.

사회주의 국가를 선포하고 미국의 경제 봉쇄 속에서 자력으로 살아 남기 위해 여러 경제 정책들을 시행하고 실패하기도 하며 끊임 없이 연구하고 시험한다. 체 게바라 혼자서 한 것은 물론 아니지만 그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듯 하다.

어느 순간에나, 특히 토론이나 미묘한 순간에 자신의 성질, 목소리, 제스처를 완벽히 통제하기 위해서는 (중략) 항상 신중해야 하고, 상대의 질책이나 권고를 귀담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교육 수준과는 상관없이 모든 인간이 상대의 무성의한 태도를 바로 감지할 수 있는 타고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443p, <체 게바라, 혁명의 경제학> 中.

항상 생각하고, 토론하고, 대화한다. 배울수 있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배운다. 자신과 논쟁의 대립각을 세운 사람도 능력이 있다면 주변에 두고 토론한다. 항상 ‘자발적 노동’을 함으로써 모범을 보이고 몸으로 민중들의 삶을 배운다. 요즘 여러 가지 리더십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런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 아닐까 싶다. 산 속의 게릴라 활동 시에도 글쓰기와 읽기를 멈추지 않던 그의 삶은 혁명이 완수된 쿠바에서도 계속 되었던 것이다.

‘물질적 인센티브”도덕적 인센티브”자발적 노동’ 등 약간은 어색하고 생소한 표현들도 많이 나오기도 하고, 경제학의 제목을 달고 있지만, 쿠바의 역사와 정치를 담고 있다. 경제라는 것이 원래 이렇게 복합적인 생물 같은 것이여서 재밌는 부분이기도 하다.

재미 하니까 좀 뜬금없는 소리지만 얼마 전 김상조 교수님의 ‘종횡무진 한국경제’를 재미없다고 서평을 했더니 덧글로 재미없다는 이유로 점수를 짜게 줬냐고 항의성(?) 글이 달렸다. 어쩌겠는가 나는 사실 경제학이 뭔지도 아직 모르겠고, 당연히 내용을 평가할 수준은 못된다. 대중서라고 사서 봤는데, 좋은 내용임은 분명한데 지루했던걸 어쩌란 말인가. 그런데, 다시금 내가 쓴 글을 돌아 보니 좀 심하게 재미없다는 말을 반복해서 썼었다. 심지어 그런 내 글도 재미가 없었다.

사실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사람이다 보니 책을 읽을 때의 환경이나 컨디션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 6월달은 나에게 몹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결국 타고 다니던 99년식 마티즈 스틱이 출근 도중 길 거리에서 사망을 해 버렸으니 말이다. 이 책도 재밌다가 무슨 정신으로 읽는지 모르겠다가 좋았다가 말았다가 했다. 역시 책이란 아는 만큼 보이고 열린 만큼 담을 수 있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무력 혁명으로 혁명이 완수된 쿠바에서도 새로운 사회의 건설은 아주 어려운 숙제였다. 일단 잘 먹고 잘 사는게 문제였다. 끊임없이 노동자대중들의 수준을 끌어 올리고 노동을 즐겁고 숭고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하는 과제를 끊임없이 풀어 내야 했다. 오랜 시간 동안 만연해 있던 자본주의적 생활습관과 사고들을 바꿔 내야 했다. 지금도 쿠바는 계속 시계추 처럼 왔다갔다 하며 노동자 중심의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일 인데, 우리는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군사정권이 끝나고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정권의 수평이동을 이룬 후에 모든것이 다 이뤄진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행동들은 무책임했다. 후회가 많이 된다. 물론 개인적으론 사회진출을 하는 시기와 맞물리고 하던 일이 잘 안되어 먹고사니즘에 매몰되어 주변을 돌아 보기 힘들었다고 핑계를 지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지난 MB시절을 보니 국가의 최고결정자와 독점재벌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 다수 서민들은 살아가기 힘들어 진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 반대로 최고결정자의 의지만으로 독점재벌들과 권력실세들의 욕심을 꺾고 대다수 서민들의 삶을 끌어 올리는 것은 몹시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반세기 전 처럼 우리가 유혈혁명을 할 필요와 이유는 없겠다. 투표로 바른 정부를 들어 서게 만들고, 항상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생각의 수준을 높이며, 올바른 사람이 올바로 갈 수 있게끔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겠다. 한 사람 뽑아 놓고 세상이 바뀐것으로 착각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았다고 등을 돌려 버리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아야 겠다. 무력으로 피를 흘려가며 완전히 정권을 장악한 쿠바에서도 아직까지 쉽지 않은 숙제이다. 넓게 보고 멀리 봐야 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씁쓸했던 것은 (평전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노동자, 농민들의 삶 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시당하고, 착취당하고, 재벌들의 풍족한 삶을 위해 거름으로 쓰이며, 연장근무에 휴일근무에 교대근무에 시달린다.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자발적 노동에 시달린다. 물론 쿠바에서는 자본가라는 개념이나 재벌의 개념이 없고, 관료들도 일정 기간동안 자기 직급 이하의 생활을 하게끔 제도적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또 자발적 노동에 참여해서 육체적 노동을 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대중 서민들의 삶과 고충을 이해한다고도 한다. 체가 육체 노동을 하다가 게릴라 생활 보다 더 힘들다고 하며 이거 완전 노예 노동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계화를 생각했다고도 한다. 체의 바람대로 기술과 과학의 발달로 인간이 노동에서 좀 자유스러워졌으면 좋겠다.

어떤 사상의 세계에서도 쉬지 못하고 장시간 육체적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삶은 나로썬 우울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마음가짐이야 다르겠지만, 그냥 노동이나 자발적 노동이나 다 같은 노동 아닌가 말이다. 적당한 시간에 집중해서 일을 하고 보편적인 휴식 시간이 보장되고 적절한 휴일이 마련되는 다수 서민 노동자들의 삶은 어느 세상에나 가능한 일일까 싶다.

자본주의 사회에 태어나 성장해서 그런지 ‘자발적’이란 말이 더 무섭다. 알아서 해야 하는데 안하면 알아서 안하는 놈이 되니까 말이다. 혁명의 경제학. 이 책은 이해가는 부분과 이해가지 않는 부분, 이해 할 수 없는 부분들과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구절들, 그리고 체 게바라의 삶이 담겨 있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집중력을 중간에 놓쳐가며 읽었던 책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혁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식적인 사회를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