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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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경제

김상조 지음

매일 들으니 살짝 세뇌가 되는 듯하다. 언론의 영향이라는게 이런 것 아니겠나 싶다. 팟 캐스트로 ‘이슈 털어 주는 남자'(이하 이털남)을 계속 듣다 보니 앞 부분에 나오는 이 책 광고도 자연스럽게 몇 달이나 듣게 되었다. 뉴스타파나 국민TV는 지원을 하는데 아직 용돈의 한계로 인하여 ‘이털남’을 지원하는 십만인클럽에는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KBS 수신료는 죽어도 내기 싫고 보기도 싫지만, 이런 언론들은 꼭 지원하고 돈내고 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아직도 꽁짜로 듣고 있으니 미안할 따름이다. 그러다 결국 오마이북에서 출판한 이 책을 사고야 말았다.

대중서라더니 교과서다. 작가인 김상조 교수는 경제개혁 활동을 오랜동안 폭넓게 해오고 계신 분이다. 이 책에서는 중심을 잡고 통계학적 도표와 그림을 증거로 내민다. 그렇게 낙수효과를 비롯한 한국언론에서 혹은 정권에서 떠드는 소리들이 결국 재벌의 나팔수 역할밖에 못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통계를 가공하여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여타 언론들이나 책과는 달리 최대한 가공하지 않은 원본을 보여 준다. 중립적인 시각을 가지고 독자에게 판단의 기회를 열어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참 재미는 없는 책이다. 뭐랄까…딱 교과서다!

“나아가 기업인 범죄에 대해, 검찰은 불구속 기소에 그치고,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곧이어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관행이 되풀이되는 법치주의의 이중잣대 속에서는 경제성장은 물론 민주주의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192P

“언론사는 사회의 공기로서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위상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언론사들은 광고를 무기로 한 경제권력의 요구에 매우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최근 방송법 개정에 따라 재벌과 신문사가 방송사의 대주주가 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4개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함으로써 언론의 독립성은 더욱 흔들리게 되었으며,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재벌의 경제연구소가 정부의 경제정책과 국민의 경제인식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는 시도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93P

“진보진영이 ‘무능’이라는 낙인을 벗지 못하고 있다면, 그 원인은 정책적 대안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그 진보적 대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이 ‘수구’라는 낙인을 벗지 못하고 있다면, 그 원인은 시장이 애초부터 기득권 세력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공정하고도 따뜻한 시장경제 질서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은 모두 재벌의 이데올로기적 지배력에 종속되어 있다. 약육강식의 시장만능주의 이외에 다른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강변하는 재벌의 이데올로기적 선전에 한국의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모두 피해자가 된 것이다.”

-194P

“흔히 주주 자본주의는 주주의 이익만을 고려하며, 그렇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못하다고 비판당한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주주가 기업의 잉여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으로 여타 이해관계자들의 법적,계약적 권리가 충실히 보장되어야 한다. 이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주주 자본주의가 아니라 천민자본주의다.

그래서 만일 한국의 재벌들이 자식들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고, 권위주의적 노동규율을 유지하기 위해 단결권이라는 노동자의 기본권마저 부정하고, 부실을 숨기는 분식회계로 채권자에게 손실을 전가하고, 수익성 제고를 위해 하도급기업의 납품단가를 후려치고, 카르텔과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소비자에게 독점가격을 강요하고, 지역주민들에게 환경파괴의 고통을 안기고 있다면, 이를 주주 자본주의라는 논리로 옹호해서도 비판해서도 안 된다. 이는 천민자본주의다.”

-199P

 

비판하고 싶지 않지만, 몇 가지는 짚고 넘어 가야 겠다. 이렇게 좋은 의도로 내 놓은 내용도 아주 충실한 책을 비판하고 싶지 않지만 몇 가지는 짚고 넘어 가야 겠다. 종횡무진 한국경제 이 책은 이렇게 그림과 도표가 많은 부분을 차지 한다. 그런데 표와 설명이 한 면에 동시에 나온 경우가 드물어서 책장을 뒤집어 가며 읽어야 한다. 불편하다. 물론 읽지 않아도 큰 맥락을 이해하는데는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좀 아쉬운 부분이긴하다.

호흡이 너무 길다. 아니면 내가 짧은 것인가? 요즘 책의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인터넷 기사들이나 블로그 포스팅도 그래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이 책은 다른 책보다 정말 한 단락이 너무 길다. 호흡이 몹시 길어서 중간에 집중력을 잃거나 휴식시간 짬을 내서 보기에는 이해의 어려움이 있다. 좀 더 단락을 짧게 나눠 주고 실생활에 유용한 경제팁을 소소한 예를 통해서 보여 주었으면 좀 더 집중하기 좋았을 것 같다.

전문서도 아닌 대중서도 아닌듯 싶다. 이 책은 최대한 가공되지 않은 통계자료에 근거해서 한국사회 경제 흐름이나 이데올로기에 대한 모순을 짚어 준다는 점에서는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솔직히 이 책을 사서 읽을 사람쯤 되면 그 모순을 딱히 이런 정확한 증거가 필요한 사람들은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경제의 깊은 무엇을 느끼기도 힘들고, 생활경제팁을 얻을 수도 없는 이 책은 좀 어중간한 수준이다. 어중간해서 대중서는 아닐텐데 말이다. ‘낙수효과’가 더 이상 무의미 하다든지, 재벌들이 경제뿐 아니라 언론까지도 장악한 현상이 심각하다든지에 대한 증명을 이렇게 장황하게 할 필요는 없다. 간단히 설명하고 이런 것이 우리의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디테일하게 설명해주었으면 좋았겠다. 재벌독점에 대한 심각성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이런 증거를 내민다고 달라지지도 않겠고 이 책을 읽지도 않을테니까 말이다. 대중서라고 보편적 서민을 타겟으로 잡아 글을 쓰신 것 같지만,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크게 이슈가 될 만하지 않다.

너무 좋은 내용과 충실한 자료, 그 성실함,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제안은 훌륭하다. 하지만 재미는 없다. 뜬구름 잡기식으로 흐름만 알고 정세를 파악했던 이야기꾼들에게는 충실한 자료와 정확함이 상식의 폭을 넓혀 주겠다. 특히나 나 같은 사람에게는 무식함을 채워준다. 그리고, 우격다짐식으로 밀어 붙이는 사람들과의 논쟁에서 또 하나의 무기를 가지게 해준다. 이런 책을 재미로 값어치를 메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재미가 없다. 지루했다. 내 주제에 이런 책에 충고할 수 없지만, 조금만 더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 내 주셨으면 참 좋았겠다 싶다. 어짜피 이 책을 사서 볼 사람 정도 되면 그림하나 적다고 한국경제의 모순을 모르고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니 말이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1부 한국경제 종단 거대담론부터 미시정책까지

1장 신자유주의 극복의 전제조건은 무엇인가-경제 이데올로기

2장 국민경제가 성장할수록 모두 행복해지는가-국민경제 성장과 위기

3장 낙수효과는 유효한가-산업별 양극화

4장 기형적인 양극화는 왜 계속되는가-기업구조

2부 한국경제 횐단 구조분석과 개혁 방향

5장 성장의 엔진인가, 탐욕의 화신인가-재벌의 지배구조 개혁

6장 동반성장은 허구인가-중소기업과의 상생 전략

7장 시장 중심인가, 은행 중심인가-금융개혁

8장 이중 노동시장 경계는 허물어질 수 있는가-노동의 유연안정성

종횡무진 한국경제. 이 책의 구성은 위와 같다.

정말 좋은 책이다. 사실 ‘나꼽살’을 들으며 너무 서민적이고 직설적이며 직접적인 경제이야기를 듣다 보니, 위와 같은 불만을 가지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 ‘나꼽살’ 번외편이 업데이트 되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운로드 받아 들었다. 김미화 누님이 안계시고 다른 분이 계셨는데, 뭔가 예전의 그 맛이 안난다. 혹자는 선대인소장의 발언을 끊는다고 악플도 달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김미화 누님의 질문이 좋다. 그 뜬금없이 던지는 아주 뜬금없는 질문. 아주 평범한 질문. 정말 몰라서 묻는것인가 의심이 들만한 질문들. 이런게 좋았다. 한국사회경제의 지난날에 대한 냉철한 분석. 작가가 지난날의 통계를 일일히 거론하고, 한국사회에 만연한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짚어내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하지만, 꼭 이 책을 읽어봐야 할 만한 부류의 사람들은 안 사 보겠지 싶다. 그렇기에 더욱 더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