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여자

소문의 여자

소문의 여자
소문의 여자

 

 소문의 여자

오쿠다 히데오 장편소설

오쿠다히데오. 영화 ‘남쪽으로 튀어’의 원작 소설 작가. 올 해 들어서, 아니 독서를 시작하면서 가벼운 책은 읽지 말자고 다짐을 했었다. 좀 더 내 자신의 내면을 닦아주고,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책들을 읽기도 벅찼다. 그저 그런 소설들이나 무협지들은 어렸을 때도 충분히 읽었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공부하듯이 독서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다 오후세시 출판에서 선물을 받은 책이 바로 이 ‘소문의 여자’였다. 올해 들어 첫 번째 나의 소설책. 어떤 내용일까 몹시 궁금했다. 나는 이 작가를 처음 들어 본 것이 아닌 것 같다. 작가 소개를 읽다 보니 많은 책 중에 ‘남쪽으로 튀어’가 보였다. 설마했는데 맞았다.

소문의 여자. 정말 재밌다. 특이하다.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책은 정말 특이하다. 이래서 소설책을 안읽으려고 했던 것인데 미치겠다. 아. 다른 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정말 재밌다. 10개의 에피소드에서 이 소문의 여자 ‘미토이 미유키’의 직접적인 말이나 행동은 최소한으로 나온다. 에피소드마다 이 여자를 둘러싼 사람들의 쑥덕거림으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사람들의 뒷담화를 기준으로 이 여자를 판단하게 되고 상상하게 되는데 내 머릿속에서 여자가 상상되는 작업이 참으로 재미있다.

어쩌면 조연들, 그러나 주연들. 여자를 둘러싼 사람들이 그녀를 상상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은 우리네 평범한 모습과 다를바가 없었다.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나쁜짓들은 그냥 무심코 묻혀 지나가 버린다. 그녀를 자위의 대상으로 상상하며 뒤에서 씹어대는 남자들의 모습은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남자들의 모습이 아닐까? 그녀를 시샘하고 소문을 퍼뜨리는 여자들의 모습 또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정말 작가의 인물 하나하나의 디테일한 표현은 조연들이 마치 주연인냥 에피소드 속에서 춤을 춘다. 주연은 단지 거들 뿐!

열개의 조각, 드러나는 그녀의 실체. 열개의 에피소드. 첫 에피소드를 읽으며 좀 급한 마무리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냥 중고차 판매점에 차량 a/s 보상문제로 따지러 간 3명의 남자가 판매점의 여자를 두고 식당에서 쑥덕거린다. 몇 일을 따지러 판매점에 오가는 사이 3명 중 한명이 여자의 동창인 것을 알았다. 여자가 자기에게 눈길을 준것이 자기에게 마음이 있나 보다고 혼자 착각한다. 온통 여자의 외모만을 보고 쎅스의 상상에 빠져 그녀를 싸구려 여자로 치부한다. 그러다 중년의 애인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김이 빠져 그냥 포기한다. 끝이다. 이렇게 단편적인 내용들이 하나 둘씩 지나 가며 이야기가 완성되어 간다. 그 짜릿함. 그녀의 외모만을 보고 사람들이 쑥덕댄다. 아. 주변에서 사람 하나를 이렇게 만들어 가기도 하는 구나 하는 순간, 갑작스럽게 이야기가 전개 된다. 드러나기 시작하는 그녀의 실체. 직접적인 단어와 짧지만 갑작스럽고 강렬한 쎅스신.

야하다. ‘팜므파탈’이라는게 이런 거구나. 통쾌하다. 영화 설명을 보면 ‘팜므파탈’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당췌 이해가 간 적이 없다. 아무리 그여자에게 ‘팜므파탈’이라고 설명을 달아 놔도 내 취향이 아닌걸 어떻게 하나. 대충 이쁘다고는 치겠는데, 파멸로 이르게 할 정도의 매력은 스크린으로 발산이 되지를 않으니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그런데, 소문의 여자를 보고 이 말이 실체감 있게 느껴졌다.

이 여자를 상상속에서나 현실속에서 희롱하고 손에 넣고 가지고 놀고 싶어 하던 남자들. 지나고 보면 여자의 손바닥에서 놀아 난 것 밖에 되지 않았다. 한 번의 쎅스에 목숨을 바쳐도 좋겠다는 느낌이란 이런 것일까? 벗어 날 수 없고 벗어 나기 싫은 느낌이 이런 것일까? 가슴이 크고 엉덩이가 크다. 색기를 풍긴다 등의 간단한 몇 가지 단어로 이렇게 섹시하게 여자를 표현하다니 작가의 역량이 참 대단하다 싶다.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단 한번 나오는 쎅스신. 돌아 보면 몇 줄 안되고 별다른 표현도 없는데 그 순서와 구성으로 엄청난 오르가슴을 선사한다.

열 개의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신기루 처럼 사라진다. 뭔가 이야기의 클라이막스에서 보고 있던 비디오테입이 낑긴 것 같이 끝나 버린다. 그래서 계속 생각난다. 미치겠다. 내가 요즘 어렵고 무거운 책만 읽어서 그런것만은 아니겠다. 이렇게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는 작가의 내공은 너무 부럽다. 딱딱한 책에선 배울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에고. 뭔가 뽑아 먹기 위해 읽는 책은 아니지만 말이다. 사실 이런류의 생각은 책을 읽는 순간에는 하지도 못했다. 그저 한편, 한편, 다음의 에피소드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을 뿐이다. 회사에서 쉬는 시간 읽고, 일하면서 궁금해하고, 쉬는 시간 또 달려가서 읽고 했을 뿐이다. 말 많은 내가 정말 이 재미진 이야기를 옮기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사서 보시길 권해 드린다. 재밌는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선물로 받아 읽고 작성 되었습니다. 다소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