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조우성 지음

뚜벅이 변호사 조우성이 전하는 뜨겁고 가슴 저린 인생 드라마.
얽히고설킨 삶의 희로애락이 묻어나는 소송의 뒷이야기,
진실이 아닌 ‘진심’이 담겨있는 사연의 조각들
“바로 이런 것이 휴머니즘이다!”-차동엽 신부

이건 너무 오바 아닌가 싶다. 여러가지 색깔이 꼭 무지개빛같은 분위기를 띄고 중앙에 홀로 놓여져 있는 의자에 법망치(정확한 용어가 뭔지 모르겠어서 검색해 보니 ‘법봉’이라고 한다.)가 놓여져 있다. 음.. 우리 나라 법원엔 법봉이 없다고 하는데.. 뭐 디자인이야 작가가 한 것은 아닐테고, 내용에 걸 맞는 법원에 소송을 진행하는 외로운 사람들과 변호사의 이야기를 상징하고자 생각해 낸 것이겠다치고 넘어 가자. 하지만, 앞 뒤로 친히 책 추천사를 남겨 주신 분들의 닭살 돋는 멘트들은 네이버 영화 덧글에 달아 놓은 홍보성 싸구려 알바들의 덧글과 다를 바가 없었다. 웃다가, 분노하다가, 눈물이 핑.. 물론 사람마다 느낌이야 다르겠지만, 이런 건 아니지 않나 싶다. 바로 이런 것이 휴머니즘이라니 어찌 이런 오글거리는 멘트를 표지 앞면에 달아 놓으셨는가 싶다.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이미지 인데 안타깝다.

변호사의 책. 그리고 리더스북. 리더스북.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인터넷을 찾아 보니 아하 시골의사 박경철의 ‘문명의 배꼽, 그리스’ 책의 출판사 였었다. 급히 책장에 가서 또 한 번 확인해 봤더니 맞았다. 아하. 준비없이 따라나선 그리스 여행에서 나의 근성을 시험하시더니 이번엔 따뜻한 이야기 책으로 나를 위로해 주실려나 보다. 이 책 변호사의 책이고, 겉 표지에서 유난 떨어댄 만큼 대단한 이야기들은 아니지만, 잔잔하고 평범하고 인간적인 책이다. 엥. 이게 휴머니즘 맞는가 보다.

작가가 궁금하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읽은 후에 나는 책을 읽기 전에 작가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책이 쓰여질 당시의 사회적 환경과 분위기는 어떠했는지 따져 보게 된다. 나쁜 예로 들자면 ‘사회에서 성공할려면 직장에 충성하고 잠을 줄이고 회식 다 따라다니고 집안엔 돈이나 가져다 주면 된다.’ 는 식의 ‘성공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성공 못한건 니들이 게을러서다.’ 라고 독설을 내뿜으며 강연 다니다 표절의혹에 방송이고 뭐고 다 하차한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 책의 문구가 아무리 좋다 한들 마음에 와 닿을 수 있겠는가? 이래서 나름 어설프지만 항상 작가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살짝 알아 본다.

법무법인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 조우성. 명함만 딱 들어도 편견이 딱 생겨버린다. 일반 시민. 그리고 서민인 내게 변호사는 너무 높은 사람이고 먼 사람이었다. 당연히 이런류의 사람들을 접할 때는 뉴스 밖에 없는데, 좋은 사건일 경우가 있을리가 있나. 좋은 변호사들이 다 ‘민변’에만 있는 것은 아닐텐데, 나의 선입견은 누가 주입한 것일까?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큰 법무법인 인듯 했다. 왜 크면 나쁘고 권위주의적 일 것 이라는 편견이 생기는 것일까? 이래서 책을 편식하지 말아야 하는가 보다.

얼마전 읽었던 김어준의 책 속에서 재벌에 대해서 말할때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대기업이 나쁜게 아니라 대기업을 휘두르는 총수일가가 나쁜 것이다. 그 것을 저항하는 것의 형태로 불매운동을 해봐야 총수일가에겐 별 피해도 가지 않는다. 오히려 이것은 그 기업의 직원들과 시민들을 분리시키고, 사회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 부분은 따로 글을 써야 할 정도로 심도 깊은 이야기이고 논란의 소재이니 넘어 가자. 여하튼 정말 필요한 것은 대기업과 총수일가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기술도 많고 나름 사회적으로도 좋은 일도 많이 하는데, 기업을 망하게 하는 류의 방식으론 절대 재벌개혁이 이루어질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 나쁜 사람들은 따로 있다. 대기업이 나쁘고, 그 기업에 열심히 다니는 사원들이 나쁠게 뭐가 있나, 그 기업이 왜 망해야 하나, 왜 그 기업을 반대하면서도 자식은 그 기업에 취직되길 바라면서 또 죄책감을 가져야 하나. 이게 다 그런 분리를 못하고 생기는 괴리감, 죄책감이었다. 상관없는 얘기 같지만, 이렇게 생각하려고 해도 큰 법무법인이라고 하니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선입견이 딱 생겼다.

말하자면, 평범한 이야기라는 말이다. 변호사라는 직업도, 법무법인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라는 점도 사실 이 책의 내용을 보자면 화려한 타이틀이다. 내용은 ‘좋은생각’의 시민들의 글처럼 따뜻하다. 그래서 참 좋다. 소송이라는 것은 ‘사람끼리 감정이 극으로 치달아서 서로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법원의 힘을 빌리려고 하는 관계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 소송들의 바다에서 작가는 차가운 ‘법’으로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들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고 진심으로 ‘공감’한다. 승소했던 사건, 패소했던 사건, 조언했던 사건, 관계가 돌고 돌아 좋게도 나쁘게도 돌아왔던 일들. 많은 일들이 돌아서면 좋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었나 보다.

생각해보니 꽤 괜찮은 책이다. 나의 편견과 선입견이 독서를 좀 방해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꽤 괜찮은 책이다. 가족간의 소송, 기업간의 소송, 말 한마디로 인한 살인 등의 여러 가지 사건들의 구체적인 예들, 정말 내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안에 얽히고 꼬여있는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 나가는 과정들이 있다. 그 과정에서 오는 잔잔한 감동들이 있다. 물론 그 에피소드 사이에 양념이 되어 있는 법 지식은 옵션이다. 웃다가, 분노하다가, 눈물이 핑… 이건 아니더라도 잔잔한 미소 정도는 지어지게 만든다.

때로는 가장 가혹한 불의, 법. 마지막 4부에서는 정말 요즘에 필요한 지식이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미필적 고의’라던가 블로거들이 가장 궁금해 할 수 있는 ‘저작권 침해’로 인한 경고장을 받았을 때의 상황이라던가 등의 사건 관련 이야기와 지식들이 나온다. 실생활에 정말 도움이 될 만한 이 부분은 발췌해서 공유해 주고 싶지만, 책을 직접 구입해서 보시는 것이 좋겠다.

누구의 관점에서 보아야 할까? 소송 당사자 양측의 이야기를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 본다. 두 이야기가 전혀 정말 다른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어느 한 쪽에만 심정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정한 판결을 해야 하는 판사의 어려움을 공감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일본고전영화 ‘라쇼몽’ 이야기가 나오길래 궁금한 마음에 완독을 한 후에 영화까지 단숨에 봐 버렸다. 1950년에 나온 영화라고 생각하니 훌륭한 영화긴 했지만, 우리나라는 일제시대에서 해방된지 얼마 안되고 전쟁을 치루는 사이에 일본은 이렇게 훌륭한 영화를 만들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살짝 성질도 났다. 또 노홍철 닮은 주인공과 전혀 미인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주인공 여인은 몰입을 계속 방해해서 ‘라쇼몽’을 극찬했던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내 평가는 ‘내용과 소재는!! 훌륭했다.’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변호사도 있구나. 내 고객의 소송상대는 ‘적’, 그리고 ‘악’ 이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아닌 그들도 ‘사람’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자신이 변호해야 하는 고객의 상처를 공감해주는 변호사도 있구나 하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감정의 끝에 서서 억울함에 몸부림치며 소송에 휘말려 변호사에게 온 사람들에게 귀길여 주는 단 한사람이 되어준 조우성 변호사. 이 책을 읽으며 법적으론 닮을 수 없겠지만, 내 주변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은 되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먹을 수록 입은 닫고 귀는 열고, 지갑은 더 열라고 했는데 나는 말이 많다. 전혀 일상적이지 않는 사건들이 변호사에겐 일상이겠다. 그래서 그런지 잔잔하게 서술하는 에피소드들이 나에게도 일상처럼 다가왔다. 이야기들과 법지식들은 둘째치더라도 이 책을 풀어가는 내내 사람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조우성 변호사의 모습은 충분히 훌륭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테니 너희는 이런 감정을 느껴’라고 강요하는 책들이 요즘에 판을 친다. 이 책은 어디서 명언들과 훌륭한 에피소드들을 끌어다 차용하지 않았다. 물론, 깨달음과 감동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냥 이야기다. 삶이다.

어찌보면 나 같은 사람에게는 절대 평범해 보이지 않는 변호사가 이야기를 어렵지 않고 법전을 읊지 않으며 평범하게 했다는게 제일 대단하다. 그 속에 있는 법 지식은 양념과도 같다. 아..변호사도 사람이구나.

 

****이 책은 리더스북에서 선물 받아 읽고 작성 되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