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평전

체 게바라 평전

체 게바라 평전
체 게바라 평전

체 게바라 평전

장 코르미에 지음/김미선 옮김

 

체 게바라 평전. 거의 일주일을 이 책에 매달렸다. 다큐멘터리 같은 책. 공산주의가 붕괴된 세계에서 그가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얼마전 읽었던 ‘전태일 평전’과는 또 다른 방식의 평전. 졸면서도 꾸벅대면서도 손에서 이 책을 놓지 못했다.

체 게바라.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이해 한다고 뭐 어찌 할 수 있겠느냐 마는 살아온 환경과 시대가 다르고, 더군다나 그가 그렇게 이상으로 삼았던 ‘공산주의’는 이미 실패로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가 바랬던 ‘새로운 인간상’은 새로운듯 싶지만, 그 또한 기계적인 것 같아 인간미 없어 보이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인간미’란 무엇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찌 아름답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나. 내가 그의 사상에 동감할 수 없고, 이해도 못했지만, 그의 삶이 아름다웠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쿠바의 혁명가’정도의 인식밖에 없던 나는 첫 장을 열면서 그가 아르헨티나 사람이라는 것 조차 당혹스러웠다. ‘왜?’라는 질문이 책을 덮을 때 까지 떠나지 않았다. 그는 아메리카인으로서 아메리카에 손을 뻗치고 약한 사람들의 삶을 갉아 먹는 ‘제국주의’의 반대자였다. 자기가 태어난 나라에 국한 되지 않고, 자신의 손이 닿는 곳, 자신의 힘이 필요한 곳이라고 느껴지면 어디든지 자신의 조국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신념은 정말 아름다웠다.

체 게바라. 죽어서 자본주의에 팔리는가. 그는 평생을 자본주의. 정확히 말하자면 제국적 자본주의에 저항하며 살았다. 그는 결국 잡혀서 살해당한다. 그런 그는 수 십년 동안 미국이 중심으로 있던 세계에서 잊혀졌거나 묻혀 왔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힘은 대단한 것일까? 돈이 된다면 모든 게 용서되는 자본주의 세상, 그가 제일로 경멸했던 그 방식에서 그의 삶은 꽤 매력적이었나 보다. 영화로 만들어 지며, 영웅시 되고, 무수한 책들이 발간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돈이 좀 되는 케릭터였다고 할 수 있겠다. 작가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체의 삶과 신념을 바로 세우고 싶어서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에르네스토 게바라. 천식을 앓는 아이. 그는 평생 천식을 앓으며 살았다. 게릴라로 활동할때도 천식은 비켜가지 않고 그의 몸을 지속적으로 흔들어 댔다. 어쩌면 그렇게 고통스러운 몸의 고난이 그의 정신을 더 견고하게 만들어 줬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고통을 알고 주변의 고통을 알며 아메리카를 횡단하는 여행을 하면서 고통받는 민중들을 대면하며 혁명가로서의 성장한다. 게릴라가 되기 위해 훈련하고 쿠바로 잡임하여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혁명을 성공으로 만드는데 큰 공을 세운다. 새로운 쿠바에서 고위직의 활동을 하면서도 ‘자발적 노동’의 모범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항상 다른 사람보다 ‘밥 한 숟갈’ 더 대접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더 대접해주는 사람에게는 식판을 집어 던지며 경멸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만인의 평등’을 죽을 때까지 실천한다.

총을 든 그리스도라 불리운 사나이. 그러나 돈키호테에 가까운. 체 게바라로 불리면서 그는 총을 든 그리스도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작가는 돈키호테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말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특히 쿠바의 혁명이 완성된 후반부로 들어 서면서 부터는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게 되었다. 그는 정치가로서의 역량도 충분하게 보였지만, 쿠바에서의 어찌보면 편안한 삶을 택하기 보다 세계적 제국주의와 독재에 억압받고 고통받는 나라의 해방을 위해 동지들과 떠난다. 하지만, 쿠바에서의 활동은 ‘피델 카스트로’와 지원해주고 지지해주는 농민민중들이 있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것 이었다.

“글자를 모르면 왜 총을 잡는지도 이해하지 못한다.”

책을 읽는 도중 체의 이 말이 내 마음을 후벼 팠다. 내가 독서를 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가 바로 이 것 이었다. 성향의 차이나 성격의 차이가 아닌 정보와 지식의 차이를 실감한 지난 대선의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낀 점 이었다. 홍세화님이 이털남 인터뷰에서 80~90년대 운동권 학생들을 이야기 하면서 책 몇 권 접하고 그게 전부인줄 알고 우쭐해 했다는 의미의 말씀을 하셨었는데, 깊이 동감했었다. 이 것은 내가 살면서 현장 노동자로 노동조합 간부들을 대할 때면 항상 느끼는 점이다. 당췌 공부를 하지 않는다. 그냥 회사 간부들이나 만나서 떠들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만나서 술먹고 담배피면서 정치만 한다. 시대의 흐름도 짚어 내지 못하고, 결국 현장은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게 된다. 결국 도덕성이나 사회에 대한 성찰은 저 멀리로 가고 조합의 활동이 오직 ‘돈 몇 푼 더 받아내려고’ 하는 활동에 그치게 된다. 그러니 일반 조합원들이 보기엔 ‘새누리당’이나 ‘작은 새누리당’이나 하는 것 처럼 같아 보일 수 밖에 없겠다. 그러면서도 항상 ‘요즘 것들은…’ 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잘못보다 후배들의 ‘싸가지’를 탓한다. 나라고 별 다르겠는가 싶다. 그래서 배워야 겠다고 생각했다. 가쉽거리의 화재를 끌고 나가는 껍데기 지식은 말고, 좀 깊은 책을 읽어 봐야 겠다고 생각 했다.

체게바라. 그의 일기. 책의 후반부 ‘볼리비아 일기’는 볼리비아에서의 게릴라 활동이 담겨 있다. 그가 잡히기 전 까지 그는 계속해서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 천식에 고통이 몰아치는 밤이면 더욱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틈이 나는 대로 일기를 썼다. 그날 그날의 활동을 적고 분석하고 앞으로 전진해 나가기를 멈추지 않았다.

숨이 턱턱 막혔다. 건조했다. 고통스러웠다. 우스운 소리긴 하지만, 일기를 읽는 부분 부터 나는 헬스장에서 싸이클을 숨이 턱에 차오를때까지 달리면서 읽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게 하체부실인 나의 체력때문인지 체의 일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전반부와 중반부에 나온 그런 글들과는 달랐다. 그가 직접 쓴 일기는 건조했다. 그 상황에서 글을 쓴다는게 대단한 것인데, 당연히 낭만적일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희망찬 미래나 환상은 없었다. 그는 그날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동료의 죽음에 마음 아파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멈추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천식에 고통받고 발에 피가 나면서 행군을 한다. 총에 맞은 동료를 끌고 피하며, 죽을 고비를 넘긴다. 하나도 낭만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전쟁은 싫다. ‘새로운 인간’도 또 다른 고통. 나는 양비론자는 아니다. 체도 ‘전쟁광’은 아니었겠다. 쿠바의 혁명을 완수 한 이후에 또 다른 나라의 고통에 뛰어든 그의 삶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동감할 수는 없었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인간’도 요즘 흔한 자기개발 도서에서 말하는 ‘경쟁하고 도전하는 인간’과 다를게 무엇이겠는가. 물론 도덕적 관점이 매우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성공한 몇 몇 사람이 자신의 성공을 따라하라고 말하는게 억측이듯이 모두가 체와 같을 수는 없다. 1950년대를 전 후로 전 세계는 ‘제국주의’,’자본주의’.’공산주의’,’사회주의’의 신념에 가득찬 사람들의 대립과 전 세계적으로 보면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이 싸움을 벌인다. 하지만, 나 같은 무지렁이들에게 무슨 주의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었으랴. 단촐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배만 곪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전쟁의 소용돌이 한 복판에는 항상 나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소박한 사람들이 누군가의 끝없는 욕심과 욕망에 희생되지 않는 세상을 원한다.

여러 책들을 접하며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와 발전을 알게 되니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어떤 ‘한 나라’때문에 고통받는 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가장한 ‘자본주의’, ‘자유주의’를 가장한 ‘제국주의’을 물결 속에서 우리 나라는 너무 그 나라를 신봉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이런 시대이기 때문에 보여 주고 싶은 것만을 보여 줄 수 있는 세상에서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자신의 손으로 남의 손을 잡은 체의 삶은 분명히 본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 게바라 평전
체 게바라 평전

평생 눈을 감지 않았다고 표현한 작가의 말이 좀 과장스러울지 몰라도, 그의 신념을 향한 의지와 행동은 결코 멈춘 적이 없다. 인간이 어찌 저렇게 살 수 있나 싶기도 했다. 인간이란 이타적이면서도 이기주의적이고, 부지런하면서도 게으르고, 도덕적이면서도 타락한 존재인 것인데 말이다. 작가의 의도인지 몰라도 그의 죽은 모습의 사진은 편안하고 어쩌면 살짝 미소짓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생각하는 인간으로서 행동하되 행동하는 인간으로서 생각하라’

그의 삶은 전부 가슴에 담지 못하고, 그의 사상에 전부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이 한 마디쯤은 마음에 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