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4권

태백산맥 4권

태백산맥 4권

남한을 점령한 미군은 군정 실시와 때를 같이해서 그 경찰조직을 그대로 이용하기 위해 대중들의 반대와 비난을 아랑곳하지 않고 ‘경력자 우선’을 내세우며 일제치하의 경찰조직에 가담했던 여러 종류의 민족반역자들을 경찰에 복귀시켰다. 그것이 그들의 재생의 기회가 된 것은 물론이었고, 이북에서 내몰리거나 도망 나온 일제 경찰관 출신들이 더없이 좋은 피난처를 마련한 것도 그때였다. 미군정은 ‘일제치하에서 일본을 위해 경찰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한 한국인들은 우리를 위해서도 그럴 것이다’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고, 재생을 얻은 경찰들은 그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일본 경찰이 식민통치를 위해 자행했던 짓들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미군정이 원하는 공산주의 척결에 선봉장이 되었던 것이다. – p 202 ~203

우리민족의 역사 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이 무엇일까요? 현대사에 있어선 당연히 민족반역자, 즉 친일파를 처벌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싶습니다.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은 3대가 굶고, 친일파의 후손은 3대가 떵떵거리고 산다는 것은 이미 비밀도 아닙니다. 이런 부끄러운 현실속에서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그 누가 앞장서서 싸울까요? 아니 그런 걱정을 하기 전에 국가가 누구에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지금이야 문재인대통령이 정상적으로 군대를 다녀오기나 했지만(실제론 끌려간 것이나 다름없지만), 그 전의 정부들을 보면 군수통권자 부터 국가의 주요 요직에 앉은 사람들이 거의 군미필자였던 것을 생각하면, 소설 “태백산맥”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부와 권력을 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들 중에 부당한 것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태백산맥 4권
태백산맥 4권

4권 2부 민중의 불꽃에서는 그 외에도 서민영 선생이 교회설립을 원해서 찾아 온 북한 출신 목사에게 따끔하게 충고를 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발췌를 하자니 길기도 하고, 또 괜히 기독교인들에게 트집을 잡히고 싶지도 않아서 궁금하신 분들에겐 책을 읽어 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추석 연휴를 통해 긴 소설의 끝을 보았는데요. 한 권 마다 기억나는 문장을 발췌하며 이야기를 풀어 내려고 했던 계획은 포토샵 공부와 질긴 독서의 사이에서 타이밍을 놓쳐 버린채 끝까지 읽고야 말았습니다.

엔딩을 본 만감이 교차하는 감정을 가지고 4권의 부분을 돌아 보려니 아득하네요. 해방이 되고, 나라가 분단되고, 전쟁이 터집니다. 그 역사의 한복판에서 주인공들의 삶도 기구하지만, 사상의 경계에 낑겨서 터져 죽어 버릴수 밖에 없었던 민중들의 삶 또한 서글픕니다. 살아 남기 위한 약한 사람들의, 어쩌면 기회주의적이라고 보여질 수 있는 모습이 바로 저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 같기도 했습니다.

작년 촛불혁명으로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는 모습과 태백산맥에서 혁명을 하고자 하는 민중들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역사는 그래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태백산맥의 이야기가 우리들에게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매번 완성하지 못했던 변화를 이번엔 완성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