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1권

태백산맥 1권

태백산맥 1권
차일피일 미루다 이번 휴가 때 드디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 기억으론 분명 대학교 당시에 2~3권 까지 읽었던 것 같은데 책을 펼쳐 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책에 나오는 염상진, 염상구, 김범우 등의 이름이 낯설지도 않았는데요. 아마 안성기와 김갑수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태백산맥”의 기억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제가 김갑수의 팬이기도 했어서 그의 염상구 연기를 눈여겨 봤었던 기억이 남아 있는 것 같네요.

저는 이 책을 해냄에서 출판한 미니북으로 구입을 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것은 독서에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읽을 책은 거의 무조건 구입을 하는 편입니다. 알쓸신잡에서였던가요? 소설가 김영하씨가 그랬던 것 같은데 ‘책은 사 놓은 것들 중에서 골라서 읽는 거’라고 말입니다. 저도 책을 사서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책 구매 속도에 독서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서 ‘사 놓은 것들’ 중에서 ‘골라’ 읽게 되었습니다.

여하튼 저는 이 책을 미니북으로 구입을 했습니다. 이유는 손에 잘 잡혀 들고 다니며 어디서든지 읽어도 괜찮기때문이었습니다. 진열이 아닌 독서를 목표로 했기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이 본래 책의 한 권 분으로 10권 전체를 구입할 수 있기때문이었습니다. 도서정가제 이후로 오래 된 책들은 너무 비싸서 구입이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미니북이나 행사로 저렴하게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사람들이 고전을 많이 읽을테니까 말입니다.

 

소설 태백산맥
소설 태백산맥

⌈참말로 순사가 들었다 허먼 몽딩이찜질당할 소리제만 서방님 앞이니께 허는디, 사람덜이 워째서 공산당 허는지 아시요? 나라에서는 농지개혁헌다고 말대포만 펑펑 쏴질렀지 차일피일 밀치기만 허지. 지주는 지주대로 고런 짓거리 허지. 가난허고 무식헌 것덜이 믿고 의지헐 디 듮는 판에 빨갱이 시상 되면 지주 다 쳐읎애고 그 전답 노놔준다는디 공산당 안 헐 사람이 워디 있겄는가요. 못헐 말로 나라가 공산당 맹글고, 지주덜이 빨갱이 맹근당께요.⌋ – 태맥산맥 1권, 202p

“나라가 공산당 맹글고, 지주덜이 빨갱이 맹근당께요.” 이 문장에서 소설의 배경이 되는 해방 직후에서 7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서는 자유로울수 있을까요? 사람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무슨무슨 ‘주의’를 앞세워 사람들을 가르고, 그 편이 되지 않으면 모두 적으로 간주해 살인도 서슴치 않던 그들의 모습과 인터넷에서 조금의 여유도 보이지 못하는 우리네 모습과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사회가 달라지려면 사회의 구성원의 생각부터 달라져야 할텐데 우린 그시대에서 얼마나 진보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소설이 상당히 길기에 이 책을 다 읽고 서평을 쓰거나 하려면 수준도 되지 않거니와 너무 오랜기간 블로그를 공백으로 둬야 할 것 같아서 매 권 마다 가슴에 담긴 문장을 조금 발췌하면서 생각을 풀어 봐야겠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삶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과 이상주의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일반 서민들이 겪는 고통의 무게가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문재인정권이 들어선 후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이상주의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 남에게 상처주기를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보수매국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상주의자들은 좋은 세상을 위해 서민들을 비난하기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잔인한 살인만이 없을뿐 소설 “태백산맥”의 시대에서 다를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읽으며 생각보다 재밌어서 좋고, 야해서 당황하고, 문장에 감동하고 있습니다. 세밀한 인물의 내면과 역사적 사실에 관한 방대한 지식에 놀라고, 앞으로 읽어야 될 분량에 살짝 질리기도 합니다. 도대체 공부와 자료조사를 얼마나 하면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대부분의 작가들은 평생 이런 소설 한 편 쓰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여하튼 부지런히 읽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