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배꼽, 그리스-박경철 지음

문명의 배꼽, 그리스-박경철 지음

문명의 배꼽, 그리스
문명의 배꼽, 그리스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문명의 배꼽, 그리스

박경철 지음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품고 그리스를 가다!”

박경철의 여행기 문명의 배꼽 그리스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여행으로 채워져 있다. 코린토스를 시작으로 올림피아의 성소, 스파르타까지 그리스의 음식과 문화, 역사, 신화를 아우르며 고대의 유적지를 느껴 볼 수 있다.

산행을 다녀온 후 미리 사두었던 이 책을 꺼내 들었을 때만 해도 상당히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었다. 보라색과 흰색, 그리고 붉은 색의 조화를 이룬 책 표지와 언듯 쓱 휘리릭 넘겨 보니 많은 풍경 사진들이 있는 것이 박경철님의 눈을 빌어 그리스를 여행할 수 있겠다 싶었다.

아.. 그런데 그것은 나의 고행의 시작이었다. 역사책과는 다르게 년도로 가득한 숫자는 나오지도 않지만, 러시아 소설을 읽을 때와 같이 나는 이 책을 거의 덮을 때까지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이름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라니!!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름들이 450페이지에 가까운 이 두꺼운 책에 한 가득 나온다.

그리스 신화 한 자락도 제대로 아는게 없고-심지어 나는 헬레네로 인한 트로이 전쟁도 가물가물했다. 브래드 피트가 나왔던 영화를 나중에야 떠올렸다.- 박경철님에게 20대때부터 계속적인 영감과 여행의 동기를 부여해 주었다는 ‘위대한 여행자’라고 불리우는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생전 처음 들어 보고, 아름다운 풍경사진이라고 생각 했던 사진들은 무너진 기둥에 흔해 보이는 전사들의 동상에 폐허에 가까웠다.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기대했었다니, 나의 오판이었다.

엄청나게 두꺼운 책의 두께.

<문명의 배꼽, 그리스> 이 책은 나에게는 나의 무식함을 일깨워 준 책이었다. 내 주제에 박경철님의 눈을 빌어서 여행을 하겠다는 만용을 부렸다니 부끄럽기도 했고, 내가 이렇게 그리스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으며, 우리 나라 역사도 잘 모르는 마당에 뭔 남의 나라야라며 나 자신을 위로 하기도 했다. 그 만큼 나에게 이 책은 고행이었다.

하지만, 무식한 내가 책과의 동행을 결심 했을때 항상 우석훈 박사님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입맛에 맞는 책과 사람만 곁에 두면 발전 할 수 없다고, 그래서 사람은 낯선 곳으로 낯선 이들과 함께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꾸역꾸역 독서를 시작한지는 좀 됬고 블로그를 하며 글까지 쓴 것은 불과 두 달이 조금 넘은 지금 시점에서 한 가지 깨달은게 있다면, 그것은 어렵더라도 나와 맞지 않더라도 3분의 2정도를 넘어가면 반드시 집중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리스 여행기 책을 읽는 일주일 동안이 나에게는 마치 등산을 하는 것과도 같았다. 또 마침 예약 발행으로 5일이라는 시간동안 나의 좌충우돌 관악산 산행기가 1탄부터 5탄까지 시간을 벌어 주고 있었으니 시간적 여유도충분했다.

힘들게 무거운 다리를 이끌며 등산을 하듯이 박경철님의 시야를 따라서 또 작가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시야를 빌려 여행하고 그와 선문답을 나누며 역사를 전설을 신화를 담고 있는 펠로폰네소스의 구석 구석을 돌며 하는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정말이지 3분의 2 지점을 넘어 서면서 부터 또 아무 것도 남은게 없지만, 가장 많은 질문을 던져 주었다는 스파르타의 부분에서는 정말이지 산의 정상에 오른 느낌이었다.

사실 정말 무식한 나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역사책도 버거운데 그리스의 지도를 펼쳐 놓고 그리스의 역사강의를 듣는 기분이었으니 어려울 수 있겠다 싶었지만, 반대로 그리스 신화에 관심이 많고, 지역이나 또 예술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보면 이 책은 판타지 책일 수 있겠다 싶었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

이 책은 그렇게 보면 정말 아름다운 판타지 책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폐허에서, 광장에서, 조각난 석상에서 작가는 아름답고 서글프며 비장하기도 한 신화들을 끄집어 낸다. 또 신화가 말하고 있는 역사와 현재 그리스에 남겨진 것들에 대해서 말해 준다. 기둥뿌리 밖에 안남아 있는 곳에서도 건물을 세우고 웅장했던 역사의 한 가운데로 작가 자신과 읽고 있는 나까지도 끌고 들어가는 상상력이라니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안나온다.

그리고, 중간 중간의 넓은 평원과 거대한 조형물의 사진은 예술에 대해 완전 문외한인 나의 가슴에도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올라 오기에 충분했다.

요즘 경제때문에 오래된 유적이나 동상에도 페인트칠이 되어 있는 분위기의 그리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엄청난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현시점에서도 작가는 운 좋게도 외국인 여행객에게 아주 따뜻한 환대를 해주는 그리스 인들을 만나서 즐겁게 그들과 어울린다. 낯선 곳에 가서 낯선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역시 뒷담화가 최고라는 것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에선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열심히 땀흘리며 지친 다리를 이끌고 정상에 올라서 경치를 만끽하고 내려오는 마음으로 책을 덮으려는 순간, 또 한 번 이 책은 나에게 경악을 안겨 주었다. 끝까지 나의 무식함을 후회하며 겉표지를 들춰 확인하게 되었다. 그 말은 이 박경철의 그리스 기행이 끝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어쩐지 그리스라고 하기엔 너무 지역이 한정되어 있었다는 느낌은 들었었는데, 무려 10권의 책을 기획하고 있고 이 책은 1권인 <제1부 펠로폰네소스1> 이었던 것이었다.

10권을 기획하고 글을 쓴다니 덜덜덜.. 고작 A4용지 두 장에만 글을 쓰려고도 땀을 삐질삐질 흘려대는 나 한테는 엄두도 안날 대단한 일이기도 하거니와 또 이런 산을 앞으로 아홉 번을 등반해야 한다니 깜깜해졌다. 관악산 산행을 할 때도 그랬지만, 역시 초행이라서 준비 부족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음 번 등산을 위해서 준비를 좀 더 단단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 본다. 그리스 신화책을 필히 한 번쯤 읽어서 다음번의 여행에서는 조금 더 바짝 작가와 함께 그리스의 구석구석을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힘들게 읽었던 책이지만 다음권이 기대 되기도 하는 <문명의 배꼽, 그리스>이다. 정말이지 그리스 신화와 스파르타의 영웅들, 올림푸스의 신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지식이 좀 있으신 분들이 보면 아름답고 웅장한 울림이 있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또 나와 같은 무식쟁이라고 치더라도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 것 같다.

 

“그의 말을 들으니 스파르타는 과거의 영화를 잃어 씁쓸하게 추억해야 할 땅이 아니라 우리에게 엄청난 숙제를 던져주는 땅이다. 여기에 덧붙여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다. 공동체에 대한 스파르타인들의 사랑과 헌신은 가족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모든 시민은 평등했고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 권리와 특권은 반드시 의무와 함께했고 심지어 왕이라 하더라도 특혜를 누릴 수 없었다. 그것은 모든 시민을 하나로 묶어 세우는 힘이었으며, 그들이 가진 용맹의 원천이었다. 스파르타와 맞선 적들이 공포에 질려 줄행랑을 칠 때 그들은 본원적 공포를 극복하고 당당히 맞선 것이다. 내가 등을 돌리면 동료가 죽고, 우리가 패배하면 공동체가 죽는다는 그 초월적 헌신성은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 내 목에 칼을 들이대면 벌벌 떨지만 그 칼이 사랑하는 이에게 겨누어지면 자기 몸을 던지는 것이 인간이듯, 스파르타인들은 공동체에 대한 사랑으로 성벽을 쌓은 셈이다. 이에 비해 오늘날의 우리는 과연 어떠한가? 나는 지금 이곳을 떠나지만 어쩌면 이번 여행을 통틀어 가장 많은 잘문과 깨달음을 전해준 이곳 스파르타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417p

그리스 마을마을마다 신화가 없는 곳이 없고, 전설이 없는 곳이 없었다. 그 만큼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의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와 많이 닮아 있는 그리스. 작가의 시각과 지식은 따라잡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또 먼길 따라 나서고픈 <문명의 배꼽, 그리스> 박경철의 그리스 기행 1 편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