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기술 – 글 유시민 / 만화 정훈이

표현의 기술 – 글 유시민 / 만화 정훈이

표현의 기술 – 글 유시민 / 만화 정훈이
얼마 전 종영한 “알쓸신잡”의 유시민 작가와 만화가 정훈이 님이 함께 한 글쓰기 관련 책입니다. 3분의 2 정도는 유시민의 글에 정훈이가 삽화를 넣어 주었고, 나머지 분량은 정훈이의 만화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유시민의 책들의 공통점은 그가 방송에 나와서 하는 말들은 참 재밌는데 텍스트로 읽으면 그렇게 재밌지는 않다는 겁니다. 그런 작가들이 좀 있는데요. 방송이나 팟캐스트를 듣고 재밌어서 그 분의 책을 사서 읽어 보면 졸려서 당황스러운 경험이 있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글들이 그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방송에 비해서 좀 재미가 좀 떨어집니다.

책 리뷰에 앞서 글쓰기 관련 책들은 크게 깊이 있는 편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책들도 있겠지만 제가 읽었던 책들은 대체 그랬습니다. 처음에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쓸까 고민되기에 몇몇 분들의 책을 사서 읽어 보기도 했으나 다 거기서 거기라 한 두 권만 읽어 보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기교에는 분명히 도움을 주지만 기교도 내용이 있어야 부릴 수 있는 것이니 같은 종류의 책을 많이 읽기 보다는 다른 책을 읽는 것이 글쓰기의 표현을 높여주는데 훨씬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표현의 기술 - 글 유시민 / 만화 정훈이
표현의 기술 – 글 유시민 / 만화 정훈이

표현의 기술 내용은 목차만 봐도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머릿말인 “책을 내면서”의 제목인 “표현의 기술은 마음에서 나옵니다”가 전체를 말해 줍니다. 목차를 첨부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이 책은 목차를 첨부 하는 것이 소개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서 첨부해 보겠습니다.

 

책을 내면서 표현의 기술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제1장 왜 쓰는가

제2장 제가 진보냐고요?

제3장 악플을 어찌할꼬

제4장 누가 내 말을 듣는단 말인가

제5장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제6장 베스트셀러는 특별한 게 있다

제7장 감정이입? 어쩌란 말인가

제8장 뭐가 표절이라는 거야?

제9장 비평은 누가 비평하지?

제10장 세상에, 나도 글을 써야 한다니!

제11장 정훈이의 ‘표현의 기술’ – 나는 어쩌다가 만화가가 되었나

 

어떠신가요? 제목만 봐도 내용이 눈에 들어 오시죠? 또 어떤 대목은 궁금해지기도 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1장과 8장, 그리고 9장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제일 좋았던 것은 11장인 정훈이의 만화였습니다. 만화가 곁들여져 있어서 그런지 책은 술술 읽힙니다. 유시민이 채우지 못한 재미를 정훈이가 채우고 있기때문에 훌륭한 콜라보가 아닌가 싶습니다.

 

표현의 기술 - 글 유시민 / 만화 정훈이
표현의 기술 – 글 유시민 / 만화 정훈이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책을 많이 읽는 데 집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단 한 권을 읽더라도 책 속으로 젖어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남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이해하지도 못할 책, 읽어도 공감이 일어나지 않는 책을 굳이 붙들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책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이해는 하지만 공감 할 수 없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글쓴이가 잘못 썼거나, 잘 쓴 글이지만 나하고는 맞지 않는 것이지요. 그런 책은 덮어 두는 게 현명합니다. 억지로 읽으려 들면 괴롭기만 할 뿐 남는 게 없을 겁니다. – 161~162p

독서를 하면서 무조건 완독을 고집해 왔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1월 초에 읽었던 어떤 책은 도저히 읽어 낼 수가 없더라고요. 두꺼운 책도 아니고 어려운 책도 아니었는데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다 읽지 못하는 것은 꼭 제가 책에 지는 것 같았죠. 그렇게 몇 날을 고민하다 유작가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됐었습니다. 만약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물론 초판 전이라서 불가능했지만- 그런 고민의 시간을 좀 줄일수 있었을텐데 아쉬웠습니다.

언론이 모두 올바른 것이 아니듯 책도 모두 착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힘들어 했던 책처럼 글을 쓴 것이 아닌 자신의 감정을 배설해 놓은 듯한 똥 같은 책들도 있고 말입니다. 모두가 인정하는 훌륭한 고전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이 있는 법인데, 요즘 나오는 책들 중에서 그렇지 않으라는 법도 없는 것이고요. 세상에 재밌고, 좋은 책은 많이 있습니다. 억지로 읽히지 않는 책을 붙들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꼭 읽어야 할 책이라면 다른 책을 먼저 읽어 책 읽는 근육을 기른 후 다시 도전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특이하게 유시민의 책은 읽을 때 보다 나중에 곱씹어 생각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의 글에 독특한 지점은 없지만 삶에서의 고민이 잘 묻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죠. 이 책도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기술보단 내용에 신경쓰라는 아주 당연한 이야기들이 쓰여져 있습니다. 후반부의 정훈이의 자전적인 만화의 부분도 특별한 스토리는 없습니다. 누구나 겪을만한 평범한 인생이 담겨져있죠. 우연과 필연이 겹쳐 만화가가 된 그의 인생이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유시민 작가의 삶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좀 있는데 일반 시민들의 시각에서 그 간극을 좁혀 글을 쓰려고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싶기도 합니다. 정훈이도 특별하지 않게 과장하지 않으며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마 남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란, 남의 마음에 오래 남는 글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허세를 덜어 내고 담담하게 마음을 담아 내는 것. 그런 것 말입니다.

대단히 재밌고 깊이 있는 책이라며 강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글쓰기를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만화와 어우러져 쉽게 읽히는 이 책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