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 – 악은 커녕 독기도 없었던

악녀 – 악은 커녕 독기도 없었던

악녀 – 악은 커녕 독기도 없었던
많은 분들의 평가대로 기대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내용은 개연성 따윈 개나 줘버려였고요. 그나마 관객들이 극찬했던 초반 1인칭 시점의 액션신이나 마지막 마을버스 액션신도 뭐가 그렇게 특별한 지 알 수 없었습니다. 내용은 형편 없어도 액션은 신기원을 이룩했다라고 했지만 도대체 어디서라는 질문을 끝까지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킬러로 키워 진 숙희(김옥빈 분)가 남편의 복수를 하고 경찰에 잡히게 됩니다. 그녀의 능력을 눈여겨 본 김서형이 그녀를 차출해서 국정원 요원으로 키우게 되고 임무에 투입합니다. 그 과정에서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게 되고, 숙희는 누구를 믿어야 할 지 혼돈에 빠집니다.

 

영화 '악녀' 스틸컷
영화 ‘악녀’ 스틸컷

초반 1인칭 액션신에 대한 극찬이 많았는데요. 뭐가 신선한 지 알 수 없었습니다. 게임 좀 해봤던 분들이라면 질리도록 봤을 fps 게임과 다르지 않았고요. 이미 이런 시도는 영화 “하드코어 헨리”에서 있었습니다. 창조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1인칭에서 3인칭으로 넘어 오는 순간의 연출만큼은 멋졌다고 봅니다.

오토바이 액션신도 칭찬 많이 하던데 멋짐은 둘째치고 왜 단검도 아닌 장검으로 싸워야 하는 지 이해가 안가는 마당에 몰입이 될리가 없었습니다.

마을버스신도 사람들이 하도 극찬을 해서 기대했는데 딱히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느껴야 하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개인적으로 그래도 좀 괜찮게 본 액션신은 술집 안에서 빤스만 입고 벌였던 장면이었습니다. 좁은 공간과 카메라워크가 잘 어우러졌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악녀' 스틸컷
영화 ‘악녀’ 스틸컷

 

생각해 보면 중간 중간 스틸컷처럼 이미지화하는 것에는 꽤 성공했다고 평가해 주고 싶습니다. 다만 그것을 연속적으로 담아 내는 데는 실패했다고 보여지네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액션이 멋지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이유는 과도한 카메라워킹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장면에 따라 그 액션을 효율적으로 담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데 거의 대부분 정신 없이 카메라를 돌려 댑니다. 그러다 보니 액션의 합이 얼마나 대단한 지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악녀를 보며 놀랐던 한 가지가 바로 ‘어떻게 카메라를 저렇게 움직여서 촬영할 수가 있지?’라는 것이었는데요. 촬영동선을 보다 보면 경이롭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너무 모든 장면을 그런식으로 표현하다보니 장점이 아닌 단점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영화 '악녀' 스틸컷
영화 ‘악녀’ 스틸컷

스토리도 말아 먹고, 액션도 기대 이상이 아니었습니다. 그 중 제일 아쉬웠던 점이라면 캐릭터라도 살렸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었는데요. 영화 “악녀”엔 ‘악녀’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순정녀’만 있었죠.

배우 김서형의 카리스마가 쩌네 어쩌네 하더니 어딜 봐서 그런 지 이해도 가지 않았고요. 배우 조은지의 역할도 뭐라도 있을 것 같더니 적에게 잡혀서 쫄아 있는 모습이 캐릭터의 일관성도 없었습니다.

주변 인물들이야 김옥빈이 액션을 하기 위한 부속품이라고 할 지라도 김옥빈이 연기한 숙희라는 인물은 살아 남았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그녀가 노력한 액션도 지나친 카메라 무빙으로 인해 잘 담아지지 않았습니다.

캐릭터의 성격 또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꿈꾸다 남편을 잃고, 국정원 조직에 이용당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을 믿지 못하며 독기를 차곡차곡 쌓았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김서형을 비롯해서 주변 인물들이 속 깊게 그녀를 위해 줍니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속엔 독기나 악보단 슬픔만이 가득합니다. 이런 슬픔을 감추고 악만 남은 모습을 캐릭터로 살려 줬다면 그 많은 액션들에 생명이 불어 넣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아쉬웠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관객이 보고 싶은 것을 만든 것이 아니라 정병길 감독이 만들고 싶었던 것을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카메라 무빙은 경이로왔습니다. 김옥빈의 노고도 느껴졌고요.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