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왕국의 성 – 미야베 미유키

사라진 왕국의 성 – 미야베 미유키

사라진 왕국의 성 – 미야베 미유키
미야베 미유키. 일명 미미여사. 미미여사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의 수사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녀의 이름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도 “화차” 정도는 들어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추리에서 미스터리까지 꽤 폭 넓은 영역에서 독자에게 재미를 주고 있고요. 아직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서 식상하거나 기대 이하의 실망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녀의 일상에서 일어날 것 같은 평범함 속에서 빠져드는 환상 같은 것이 좋더라고요. 말이 안되는데 말이 되는 것 같은 묘한 설득력이 그녀에겐 있는 것 같습니다.

사라진 왕국의 성은 우연히 은행에 갔다가 벽 한 켠에 전시 되어 있던 아이들 작품 속에 끼어 있던 스케치를 발견하면서 벌어 지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간츠에서 케이의 별명처럼 ‘낮등불’ 같은 존재였는데요. 그런 그가 그림을 발견하고 그 그림에 접속(?)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 실력으론 좀 더 깊이 있는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래서 왕따지만 그림 실력이 좋은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림과의 접속이 생명에 위험을 가한다는 것을 알고 친구는 본능적으로 도움을 거부하지만 결국 동참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둘은 그 그림 속에 이미 먼저 들어 와 있던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사라진 왕국의 성 - 미야베 미유키
사라진 왕국의 성 – 미야베 미유키

400페이지 정도 하는 이 소설은 그 그림을 통해 만나게 된 주인공들의 삶과 그 그림의 존재 이유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합니다. 각자의 이유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그림에 접속하려고 하는 세 명의 주인공과 그 그림의 주인. 그 그림의 주인이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일상과 슬픔과 희망을 잘 버무려 잔잔한 감동을 주는 마무리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라진 왕국의 성 - 미야베 미유키
사라진 왕국의 성 – 미야베 미유키

“이온 같은 아이나, 아키요시 나오미 같은 상황에 놓인 어머니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

신은 다시 한 번 화면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어머니 혼자서 끌어안지 마세요.’

파쿠 씨는 아이스커피를 블랙인 상태로 꿀꺽꿀꺽 마시더니 잔을 내려놓았다.

“이온 실종 사건이 일어나기 일 년쯤 전에 도쿄에서 미즈노 사쿠라라는 세 살짜리 여자애가 굶어죽는 사건이 일어났어.”

스물한 살의 어머니는 싱글맘으로,. 사쿠라 아래로 생후 두 달인 아들도 있었다.

“어머니는 가족이 없고 의지할 데도 없어서 밤 장사를 하며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생활이 힘들어서 여러 가지로 무리가 많았겠지. 언제부턴가 사쿠라한테 신경을 쓰지 않게 되어서….”

신경 쓸 여유가 없어져 버린 걸까. 신경 쓰는데 지쳐 버린 걸까.

-“사라진 왕국의 성” 356p 중에서.

 

판타지 미스터리 소설 속에 일상의 ‘소외’와 ‘무관심’을 담아 내는 부분들이 좋았습니다. 결국 인간은 고독하길 원하면서도 서로를 갈망하고, 무관심 하면서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베풀고 싶어하는 그런 존재라는 것도요. 단순한 재미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는 미미여사의 소설은 좋아하지 않을래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