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관심을 가르쳐야 하는 부모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관심을 가르쳐야 하는 부모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관심을 가르쳐야 하는 부모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되고,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글만리에서 나왔던 말인가요? 중국 사회에선 이런 사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을 듣기 훨씬 전 성장부터 사회생활에 이르기까기 문제 삼는 사람이 문제인 걸까라는 의문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저도 어렸을 적부터 문제를 삼는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보고 있자면 문제가 있고, 이게 쌓이다 보면 분명히 곪아 터질 것이 분명한데 모르는 척 하고 있기는 힘이 듭니다. 항상 결과는 제가 별 문제 아닌 것을 문제 삼는 문제아 녀석이 되어 버리곤 합니다하지만 항상 그렇게 넘긴 문제는 언젠가, 어디선가는 터져 버리곤 합니다. 그때서야 왜 말을 안했냐고 호들갑을 떨고는 하죠. 결국 문제를 삼아도 문제가 되고, 문제를 삼지 않아도 문제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 직장 생활 십 년을 넘게 했습니다. 경험이 많이 쌓였죠. 현재는 모르는 척, 대충 모나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싸우기도 모든 걸 책임지기도 힘이 딸리고요.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관심을 가르쳐야 하는 부모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관심을 가르쳐야 하는 부모

아이들도 이런 아빠의 성격을 닮았는 지 말썽아닌 말썽을 핍니다. 큰 애는 벌써 스스로 문제를 피해가는 방법을 터특했기에 고민을 하지 않고, 작은 아이는 항상 밝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녀석이라 걱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사이에 친구들과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이의 잘못이 아닌데 억울하기도 하고, 이제 왠만하면 모르는 척 해라, 누구랑 엮이지 마라라고 가르치고 있는 부모의 모습이 한심해 보이기도 합니다.

큰 아이는 어렸을 적에 반 친구들 사이에서 은따로 통하던 애를 도와 주려고 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카톡방에서 험담하고 따돌리는 일이 자주 있자 문제가 있다고 보았죠. 사실을 알리자 오히려 학교에선 별 일 아닌 것을 가지고 호들갑 떤다는 식으로 감추려 했고, 은따 당하던 애는 믿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큰 아이는 거짓말장이에, 별 일 아닌 것을 크게 만드는 문제아가 되어 버렸습니다. 결과는 은따를 하던 사실이 진실로 드러 났고, 소문에 의하면 그런 일을 중학교까지 가지고 가다가 곪아 터져 버렸다고 합니다. 큰 아이는 그 일 이후로 친구들의 어려움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녀석이 되어 버렸습니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관심을 가르쳐야 하는 부모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관심을 가르쳐야 하는 부모

작은 아이도 이번에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번엔 왕따의 가해자로 몰리게 되었죠. 더러운 행동을 하고, 학원에서 수업을 방해하고, 친구를 때리거나 하는 아이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한 것입니다. 친한 친구가 문제 있는 행동을 하는 친구가 때린다며 도움을 요청해서 도와 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친한 친구를 보호하다 보니 자꾸 선을 긋게 되었던 건데요. 그 모습을 거꾸로 특정 친구를 따돌리는 왕따의 가해자처럼 만들어 버렸습니다. 갑자기 작은 아이가 왕따의 가해자가 되버린 것이죠.

문제 있던 녀석은 우리 작은 아이가 자신을 따돌린다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습니다. 도움을 청했던 친구들은 오히려 우리 아이 때문이라며 그 문제가 있는 녀석과 놀지 않는 이유를 선생에게 일러 바쳤죠. 그 아이랑 놀기 싫다고 얘기해서 우리 아이가 선을 그었다는 이야기는 빼 놓습니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도와달라고 했던 녀석들이 배신 아닌 배신을 한 것이죠.

학교 선생이나 학원 선생이 하는 말은 똑같습니다. 그 아이가 문제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러면 안된다라고 합니다. 나서지 말라고 합니다. 피하라고 가르치라고 합니다. 그럼 싫은 친구와 같이 놀라고 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물어 봐도 결과는 같습니다. 누구랑 놀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왕따의 가해자가 되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문제가 있는 녀석은 다른 녀석들과도 문제가 생길 것이니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이게 선생들이 할 소린가 싶습니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관심을 가르쳐야 하는 부모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관심을 가르쳐야 하는 부모

 

성인들의 세상에서도 갈등해결은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어린이들의 세상은 더 많은 갈등이 일어 나겠죠. 하지만 어린이들은 사고가 유연하기때문에 중간에서 조율만 잘 해준다면 서로를 이해하고 잘 지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학교교육이 중요한 것이죠. 하지만 문제를 삼지 말고 피하라는 것을 가르칩니다. 모난 돌이 정 맞고, 앞장 서지 말고, 똥은 더러우니까 치우고… 이렇게 배우고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토론을 할 줄도 공감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똥을 치우는 사람이 없으면 사회가 얼마나 더러워질 지 생각하지 않고, 똥 치우는 사람은 하찮고 더러운 사람으로 인식하겠죠.

문제를 드러내 놓고 대화하고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움의 손길을 자연스럽게 외면하는 세상은 뭔가 잘 못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이기심의 끝에, 공감 능력의 상실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이 일베라고 부르는 공간에 모여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우리 자식 세대를 잠재적 일베로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자괴감도 들고요. 옳은 일을 하라고 가르치지 않고, 적당히 피할 줄 아는 것이 지혜라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별 생각이 다 드는 며칠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