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조저택 살인사건 후기

석조저택 살인사건 후기

꽤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원작은 빌 S 밸린저의 소설 “이와 손톱”으로 원작을 읽으신 분들도 각색을 잘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의 웰메이드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하진 못했지만 이 영화의 누적관람객수가 35만 밖에 되지 않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그것보다는 훨씬 수준이 있는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아마 대형멀티플렉스 극장에서 한 영화만 여러관에다 걸어서 몰아 주기 하는 것에 피해를 보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을 해보게 됩니다.

영화가 개봉한 지 오래 되었으니 조금은 부담없이 이야기를 풀어 보면요. 해방 후 경성의 거대한 석조저택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재판이 벌어지는 과정을 담아 내고 있습니다. 영화는 재판 과정과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되는 과정까지를 교차하면서 챕터로 나눠 진행시키는데요. 이런 구성은 어떤 분들에겐 늘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고, 어떤 분들에게는 퍼즐 같은 느낌을 주어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원작이 있는 영화답게 완성도가 높은 스토리를 보여 주고요. 문성근이나 박성웅은 큰 역할을 하지 않고, 김주혁도 초반을 한참 지나서 투입이 되지만, 고수가 영화를 잘 끌어 나갑니다. 잘 생겼으면서도 뭔가 슬픔을 간직한 것 같은 그의 외모와 연기가 이 영화에선 잘 묻어 납니다. 김주혁이 등장하기 전까지 배우 임화영과의 달달한 로맨스도 잔잔하면서 아름답습니다.

1940년대를 그려낸 미술도 훌륭합니다. 고수가 보여주는 마술도 영화의 맛을 살려 주고 있고요. 강렬한 임팩트가 있지 않는 것이 흠이라면 흠일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히 훌륭한 만듬새를 보여 줍니다. 만약 이 영화가 미스터리 스릴러로서 범인을 추리하는데만 집중을 했었다면 저도 실망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살인사건’에만 매몰되서 퀴즈만 던졌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사랑’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집니다.

마지막에 고수가 “진실은 처음부터 하나밖에 없었다. 내가 그녀를 사랑했다. 내가. 그녀를 사랑했다.”라는 나레이션을 하는 장면에선 왠지 모를 뭉클함이 느껴졌습니다. 나이가 먹을 수록 이런 대사에 좀 더 감정이 이입되곤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고수가 사랑했던 그녀의 진실을 알아가면서 갈등하던 모습부터 끝내 사랑으로 견뎌내는 모습까지 감동적이었습니다. 영화적 완성도를 보면 고수도 참 흥행과는 인연이 별로 없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챙겨 보셔도 아깝지 않을 영화입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