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 사회가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 않은가!

결국 다시 보기를 하지 못했다. 일 하고 있던 시간이어서 쉬는 시간에 잠깐씩 끊어 보고, 퇴근하면서 차 안에서 음성으로 듣고, 집에 도착해서 마지막을 보았다. 홍준표의 발언 마다 마치 ‘암 걸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논리도 필요 없고, 강성귀족노조, 종북좌파, 배신자, 뇌물, 초등학생 등 몇 가지 단어만 외워 나와서 계속 이미지 뒤집어 씌우기만 하는 그의 오만하고 비상식적인 모습이 다시 보기를 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어제는 동성애와 사형제도 질문도 추가했었지만 결국 맥락은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토론이 있고 다음에는 그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한다. 결과적으로 그는 그의 지지자들에게 충실하게 메시지를 던지고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저 행동에 반응하고 열광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다니 나로서는 놀람을 금치 못할 상황이긴하나 현실이 그러니 그렇게 받아 들여야 할 것 같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잘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던 자들이 이제는 뭐를 그렇게 잘 못 했냐면서 오히려 고개를 빳빳이 들고 따져 묻고 있다.

홍준표의 모습을 보면서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우리가 이런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tv에서 봐야 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랬고, 어쩌면 이 현실이 진짜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많이 성숙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 상태가 진짜 우리 수준을 말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근육질인 줄 알았는데 거울에 비친 벌거벗은 나의 몸은 앙상한 뼈가 보이는 비루한 몸이었다. 비참하지만 인정해야 해야겠다.

그래도 홍준표의 모습을 보면서 여태 이 사회를 지배해 온 사람들의 순수한 속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은 것 같다는 자조섞인 위로도 해 본다. 우리가 부러워하고, 우리가 성공했다며 부러워 했을 그들의 민낯. 그들이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해 왔는 지 좀 더 명확하게 느껴진다. 그 점은 유일하게 모호하게 느껴지는, 혹은 그렇게 느껴지게 만드는 어정쩡한 보수들에 비해서 차라리 낫다고 생각 된다.

결론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던 간에 불쾌하다. 정말 20대 대선후보tv토론에선 적어도 어느 정도의 수준은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후보로 나올 수 없는 조금 더 성숙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생각하니 19대 대통령선거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5년 간 사회가 얼마나 바뀔진 모르겠지만 앞으로 좀 더 바뀔 수 있는 토대는 만들어 지길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