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러와 헤어롤

필러와 헤어롤

필러와 헤어롤
탄핵정국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꼽으라면 필자는 이 두가지를 꼽겠습니다. 여성을 넘어 인간적인 부분에서 까지도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가지였지만 여성으로만 국한해서 봐도 정말 극명하게 대비된다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 사회는 괴물을 양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내면을 바라 보기엔 시간이 너무 없고, 실력을 변별하기엔 평균 스팩들이 너무 높아진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얼굴이 이쁘고 몸매가 착한’ 여성을 직원으로 희롱(?)하며 부리고 싶어 하는 경향이 많았죠. 그런 인식은 자기관리라는 미명아래 공공연하게 보편화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게 심해지다 보니 여성의 성형이 필수처럼 되어가기도 했었죠. 남성의 성형도 선택이며 말입니다. 만약 여성 오너가 더 많았더라면 남성의 성형도 필수가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가 조금 샜지만 어쨌든 사람 그 자체를 들여다 볼 사회적 여유가 없다 보니 보기 좋은 외형에서만 변별력을 가지려고 하고, 그것을 너무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과정에선 예능을 비롯한 언론이 한 몫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게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사람의 내면과 가치에 집중하지 않고, 이력서의 한 줄과 보기 좋은 외모에만 신경쓴 결과로 우리는 괴물을 만들어 내는 세상에 살게 된 것 같습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는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 주려는 대통령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여하튼 그런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감동을 준 것이 바로 헤어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성의 사생활’이라는 발언으로 수 많은 여성들에게 수치심을 안겨 준 사람과는 다르게 많은 여성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위로를 주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오버해서 해석하는 것이기는 하겠지만 이 헤어롤로 상징 되는 행동이야 말로, 그 동안 우리가 잊고 살았던,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개인적으로 필러를 넣어 빵빵하고 주름은 없지만 공감의 표정이 없어진 얼굴 보다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여 그곳에 매달려 있는 지도 몰랐던 헤어롤이 훨씬 아름답다는 생각입니다. 여자 아이돌들이 TV에 나와 매끈한 다리를 드러내며 섹시함을 과시하며 말초신경을 마비시키고, 남자 아이돌은 식스팩을 자랑하며 웃통을 까며 므흣하게 생각을 내려 놓게 만듭니다. 예능에선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고, 인생은 ‘복불복’이라며 일상을 운에 맡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야겠습니다. 근육과 매끈함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만이 아니고 ‘우리’가 무엇인지, ‘복불복’에만 의존해 사회에 무관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이제 경험했으니까 말입니다. 필러빵빵한 사회보다는 헤어롤롤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는 말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