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광화문

아! 광화문

지난 주 주말에 광화문을 다녀오고 몸살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야간근무를 하고 아침에 잠깐 잠을 청한 후 일어나 다녀왔는데요. 이제 나이를 먹다 보니 야간근무를 마친 주말에는 온전히 쉬어 주며 잠을 청하지 않고 돌아 다니면 꼭 몸살이 나더라고요.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사는 곳이 수원이다 보니 광화문에 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버스타고 전철타고 왕복에만 4시간 가량 걸리는 것 같으니 광화문에서 잠깐 출췍(?)만 하고 돌아 와도 6시간은 족히 소요가 됩니다. 전철에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꼬박 서서 6시간 가량을 있고 화장실 다녀오기도 요원하지 않으니 쉬운 일정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차라리 더 지방이었다면 지역에서 하는 집회가 있을텐데 수원에서 서울은 가깝고도 먼 곳인 것 같습니다. 위성도시의 설움이랄까요?

여하튼 그렇게라도 광화문에 다녀오면 몸은 무거워도 마음만은 가벼워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역사의 중심에서, 시대의 한복판에서, 명예혁명의 거리에서 나는 무임승차를 하지는 않았다는 자부심과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아버지는 아니라는 안도감이 동시에 듭니다. 아이가 커서 아빠는 그시절에 뭐했냐고 물어 보면 아빠도 거기에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여담하나. 지난 시절 보수알바를 동원해서 지하철에서 여론조작을 했었다는 의혹이 있었는데요. 이번에도 또 시작 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습니다. 아주머니 3~4명을 팀으로 지하철에 투입시켜 “세월호 지겹다” “놀러가다 죽은 걸 가지고”라는 식의 틀에 박힌, 꼭 복붙 같은 멘트를 갑자기 만차인 전철 안에서 쏟아 내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결국 어떤 아주머니와의 실갱이로 마무리 되긴 했지만 사실 시기적으로 너무 뜬금 없었고, 조용한 만차에서 큰 소리로 남 들으라고 떠들어 대는 그 아주머니들은 한 팀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보수 일당 알바들 지하철 안에도 투입 된 건가?”라고 크게 말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서 하지는 못했습니다. 조용히 서울로 가는 전철 안에서 카메라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네요.

1호선 시청역에 내려서 광화문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는 한산했습니다. 8차까지 매주 주말마다 안전에 힘쓰는 박원순시장님과 서울시 공무원분들의 노고를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어지간한 인원들로는 혼잡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을 정도로 시민들의 의식도 상당히 진일보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광화문 광장 앞의 세월호 희생자분들을 기리는 구명조끼의 모습은 경건하면서도 울컥한 마음을 들게 하였습니다. 약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덩치를 불려 온 부정부패의 대한민국을 넘어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시민들의 무리를 보는 것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연말이기도 크리스마스이기도 하고 이제 춥기까지 합니다. 저녘이 있는 삶은 커녕 주말도 없는 국민들의 삶이 슬프기도 합니다. 이제 이 슬픔은 기성세대가 가져가고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에겐 희망이 있는 사회를 물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집회 무대에서 사회자가 구호를 외치거나 동의를 구하면 자연스럽게 “투쟁”을 외치던 세대였는데 “네”라고 대답하는 사람들 속에 앉아 있으려니 세월이 많이 변했구나 하는 것을 느끼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