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지도 않는데…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지도 않는데…

불면증. 생활의 리듬이 무너지면서 온다. 교대근무를 10년 넘게 하다 보니 어느 날은 잠이 쏟아져 죽은 것처럼 잠만 자고, 어느 날은 각성 상태가 되어 24시간 이상을 잠에 들지 못한다. 거기에 뭔가 몰두해서 골똘히 생각에 빠지다 보면 잠을 자려고 누워도 마치 처음 당구를 배울 때 처럼 천장에 4구가 떠 다니듯 생각이 쿠션을 때리곤 한다.

결국 불을 켜고 책상 앞에 앉는다. 무언가를 적고, 무언가를 읽고, 무언가를 본다. 지쳐 잠이 들길 기대하며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러다 깜빡 잠이라도 들라치면 어느 새 출근할 시간이다. 무슨 생각을 끊임 없이 하기에 각성 상태로 깨어 있는 지 까먹기도 한다. 그렇게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하다 뇌가 생각을 멈춰 버리기도 한다. 한 순간 전기가 꺼지듯 형광등이 깜빡이듯 그냥 순간 멈춘다.

확실히 노동자의 노동은, 특히 야간일을 곁든 교대 근무는 인간의 생명을 갉아 먹는 작업이다. 초가 자신의 몸을 태워 불을 밝히듯 노동자도 자신의 생명을 태워 무엇인가를 생산한다. 노동에 귀천이 없다고, 노동은 귀한 것이라고 내가 어렸을 적에는 배웠건만. 이제는 노동자들을 게으르다고 월급만 받아 쓰는 사람은 수동적이고 가난한 것이라고 가르친다. 손에 흙과 기름을 묻히면 창피해 하게 끔 가르치는 세상이다. 공부를 못하면,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저렇게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런 노동자가 사실 대부분이다. 흙과 기름을 묻히지 않더라도 노동자는 노동자일뿐이다. 그런 노동자로 커가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노동의 가치를 자랑스럽게 여겨야 하는데 노동자이면서 노동자임을 부끄러워하게 가르친다. 교육환경을 떠나면 경제적 압박으로 기본적인 인간의 삶을 살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 그 경제적 압박을 견디기 위해 노동자들은 생명을 판다.

최소한의 체면을 차리기 위해 집을 사고 가구를 들이고 생활 용품을 산다. 그리고 그 집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또 생명을 팔아 돈을 버는 노동자의 삶은 무엇이 잘 못 된 것인지 따져 보기도 전에 꺼져간다. 수 많은 진보적 언어를 구사하는 화려한 지식인들도 유독 경제부분에서는 보수적이다. 보편적 복지를 반대하고, 대기업의 규제를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될 잘 못 된 것으로 온갖 이론을 가져다 설명한다. 그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나라 경제를 이렇게 말아 먹어 대다수 국민들을 고통에 빠지게 한다.

고통. 노동의 가치. 내 불면증의 원인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체질적으로 조직 생활과 직장 생활이 몸에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대인관계가 어렵고 힘들지만 혼자서 몰두하고 작업 하는 것을 즐겨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의 개성은 무시하고 획일적 시스템 안에 갇혀 반복적 노동만을 강요 받는 것은 정말 괴롭다. 뭔가 창의적이면서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 도전과 실패가 어렵거나 두렵지 않은 사회를 꿈꾼다. 어른이어도 꿈 꿀 수 있도록. 이 지긋지긋한 불면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