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석과 서현진의 키스신이 불편한 이유

유연석과 서현진의 키스신이 불편한 이유

낭만닥터 김사부를 보았습니다. 필자는 한국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 편입니다. 보더라도 완결이 된 후에 잘 됐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만 보는 편이었죠. 하지만 예고편에 비친 한석규의 모습이 너무 좋아서 챙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또 오해영>을 보지는 않았지만 그 이미지를 가지고 하는 cf에서의 서현진의 모습도 기대를 하게 했죠. 그래서 본방은 아니었지만 드라마를 챙겨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서현진의 원톱이 아닐까 할 정도로 그녀의 캐릭터와 연기가 참 좋았습니다. 정확한 발음과 상황에 따라 변하는 음색, 그리고 여리지만 강하면서 건방진 유연석을 혼내주는 모습은 통쾌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통쾌함도 잠시, 빠른 전개와 단도직입적인 고백이라고 띄워 주는 언론들의 생각과는 달리 유연진의 키스신은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유연진의 키스신이 마초적이며 남자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장면을 못난 남자가 했다면 추행 장면이 되겠죠. 물론 어떤 분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지 모릅니다. 호감 있는 사람이 하면 좋지만, 호감이 없는 사람이 하면 범죄라고 말이죠. 잘생기고 멋진 사람은 괜찮고, 못생기고 못난 사람은 안된다는 식의 생각말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이 유연석급인 줄로 착각하고 산다는 점입니다.

드라마가 굳이 교육적이고 도덕적일 필요는 없습니다만 그걸 남자다움으로 포장해 주는 언론들은 문제가 많다고 느껴집니다. 서현진의 입장에서 어떤 호감도 느낄만한 장면이 없었는데 남자의 입장에서 반했다고 갑작스레 덮쳐서 키스하는 것. 반항하려 하지만 남자의 팔뚝의 굵고 선명한 힘줄을 보여 주면서 제합하는 장면이 남자다움으로 포장되는 것은, 꼰대 같은 생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청소년들이 본다면 그들이 여성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형성하게 될 지 우려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더 황당했던 것은 그 이후 병원 입구에서 서현진이 유연석을 보았을 때 먼저 변명을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녀가 말한 ‘사고’라고 말 할 만한 장면을 본 기억이 없기때문이었습니다. 그녀가 처음엔 반항하지만 좋다고 적극적이었던 장면이 있었던 기억이 없습니다. 다소 강하게 저항을 하지 못했던 것 뿐이었죠. 그런 이유로 여자가 먼저 변명을 하는 장면을 보자니 이해가 안되면서도 실제론 강간당한 여성이 더 피해를 보는 한국의 현실이 떠올라서 불편했습니다.

드라마의 재미나 배우들의 연기력,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는 제껴두고, 단지 키스신과 그 이후의 서현진의 변명만을 보고 있자면 꼭 일본 av에서 강제 추행을 당하면서도 느끼는 여성의 이미지를 남자의 판타지적 입장에서 표현하고, 여성이기때문에 피해자이면서도 변명을 해야만 하는 한국의 현실을 한 번에 본 것 같은 불쾌감을 느꼈습니다.

어제 2화까지 보고 나니 서현진의 캐릭터가 1화에서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된 것이 안타깝고, 앞으로 유연석과 그려질 이야기들도 예측이 가능한 수준이어서 더 안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나 매력도는 좋으니 이어서 볼 지, 나중에 몰아서 볼 지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