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그램의 용기 – 한비야 에세이

1그램의 용기 – 한비야 에세이

이 책을 만약 고등학생일때 읽었다면 참 많은 감동을 받았을 것 같다. 나름 미션스쿨이던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때 기독교중창단에서 활동하던 시절. 종교에 많은 것을 의지했던 시기에 읽었다면 그녀의 말 하나하나가 감동으로 다가 왔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에 감동을 받기엔 너무나도 현실에 발을 많이 담그고 있었다.

1그램의 용기는 한비야 그녀의 구호활동과 강의, 그리고 종교적인 이야기를 일상과 함께 담아 내고 있는 에세이집이다. 특별한 주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삶에 용기를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1그램만큼의 용기라도 얻어 주고 싶은 그녀의 바람을 담았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아름다운 이야기와 흥미로운 국제구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나는 왜 읽는 내내 속도가 나지 않고 지루했을까? 책을 중반 이상 읽다가 문득 깨닫게 되었다. 책이 출간 된 시기가 문제였다. 

국제구호기구들의 단점을 거론하며 행정과 실무에 대한 괴리에 대한 비판을 강하게 하는 부분들은 세월호를 비롯한 한국의 부실한 행정에 빗대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독자의 몫이였을 뿐이지 책에선 거론 되어 있지 않다. 먼 나라의 고통엔, 국제기구의 부족함에는 공감과 비판의 날을 세우지만 우리 안의 아픔엔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 지 알 수 없었다. 마치 종교인들이 자신의 종교의 부조리함은 그냥 뭉개고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만약 세월호 사건이 없었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흥미롭게 읽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역사는 세월호 전과 후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지식인들이, 혹은 국제적 활동가들이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 발언하지 않는다면 그건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책 외의 다른 곳에서 그녀가 국내의 아픈 현실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짧은 인터넷 검색으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그녀의 국제구호에 관한 이야기. 아프리카 난민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에겐 많이 공허하게 들렸다.

이렇게 이야기하자니 외국에서 좋은 활동 많이 하는 사람에게 국내에도 못사는 사람이 많다고 말하는 못난 인간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사람이 각자의 자리가 있고, 제 3국의 가난한 나라 아이들은 작은 관심에도 생명을 구할 수가 있을 수 있으니 그 자리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현실과는 동떨어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안타까웠다.

그녀가 언급했던 국제기구들의 행정적 불합리들을 우리나라 상황에 빗대어 생각해서 개선해 나간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와 같은 종교를 믿는 자들이 선한 마음으로 인류에게 끝없는 사랑을 베풀었으면 더 할 수 없이 좋겠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안타깝다. 태생적으로 친일적인 행태를 보이며 한국에 들어 오신 하나님과 자본에 영합해 세력을 키우는 주식회사와 같은 대형교회들. 우상숭배라며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도 꺼려하게 만들었던 종교들이 박정희 동상을 세우는 것에는 침묵한다. 어떤 대형교회 목사는 하나님도 독재를 했었다는 궤변을 내뱉기도 한다. 거기에 수 천명의 신도들이 ‘아멘’을 외치고. 같은 종교인들은 ‘일부 교회’나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로 치부하고 뭉개고 간다.

일부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사람들과 사소한 잘못된 판단들이 모여서 지금의 최순실 게이트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싶다. 1그램의 용기는 좋은 책이다. 사회적 아픔이 크지 않았다면, 시기가 지금이 아니었다면 감동적으로 읽었을 것 같다. 종교를 가지고 있거나 구호활동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겐 꽤 많은 공감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필자는 안타깝게도 공감을 하기엔 몇 프로 부족했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종교가 제 역할을 다 하고, 정부가 진정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신뢰를 얻어 거부감 없이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시절이 오길 기대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