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고기!!

가끔은 고기!!

근래 며칠 동안은 카메라를 꺼내지 않았던 것 같다. 스톡사진을 해보겠다고 사진을 찍고 라이트룸으로 보정을 해서 업로드하고 카테고리를 설정하고 키워드를 달고 승인을 기다리는 시간은 무척 지루했다. 물론 셔터스톡의 경우 피드백이 한 시간도 걸리지 않고, 반려가 되도 이유가 명확하니 답답할 것은 없었지만 투자한 노력 대비 성과는 거의 없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무려 두 달이 가까워지는 시간을 투자했는데 손에 남는 금전적인 이득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톡사진을 꾸준히 하는 것은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는 영어 단어 실력은 둘째 치고, 사진을 보정하며 1:1로 내가 찍은 사진을 바라 보기 시작하니 다시 사진을 바라 보는 시각이 새로워짐을 느꼈다. 그 동안 마음만 먹었다가 포기했던 라이트룸도 어느 정도 익숙하게 다루게 되었고 말이다. 지난 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에 혹 해서 스톡사진을 시작하지 않기를 조언드린다.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주말에 한 두 시간 찍어 왔던 사진을 만지작 거리며 하신다면 취미로 괜찮을 것 같다.

몇 년 간 매일 두 세 시간 씩 투자해서 무엇인가를 해서 돈을 벌고자 한다면 차라리 블로그를 하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다. 그 편이 훨씬 낫다. 스톡으로 팔리는 사진과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며 찍는 스냅사진은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기때문이다. 물론 업로드와 승인은 나지만 결국 문제는 판매니까 말이다. 네이버 스톡 사진 카페에서 사진 팔렸다고 글을 올리시는 분들 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 수준이 잘 해야 평균 하루 한 장도 안되는 것 같은데 그렇게 한 달 팔아야 한국 돈으로 7천 원 남짓이다. 일 년에 십 만 원도 안되는 그런 돈을 위해서 장비를 사고, 유료 강의를 듣고 하는 것은 좀 더 고민을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력하면 된다고? 이건 로또 1등 번호 찍어 준다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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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스톡사진 한다는 핑계로 그동안 한 번 사용해 보고 싶었던 백마엘을 구입했다. 노이즈나 지나친 아웃포커싱은 승인이 나지 않기에 조리개를 많이 조이고 촬영을 했다. 조리개를 조이면 셔터스피드가 내려가고 어쩔 수 없이 삼각대를 많이 이용해서 사진을 찍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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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우리 아이들의 사진이 내 자산이라고 생각해서 아이들을 이용한 사진을 많이 찍었었는데 세금 떼고 200 원 남짓 하는 돈을 위해서 아이들 사진을 팔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처음엔 승인을 받는 것 자체가 사진을 인정 받는 것 같아서 좋은 기분에 올리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사물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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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진을 두 달 정도 찍다 보니 언젠가부터 일상스냅사진을 찍지 않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사진기를 손에 들은 이유가 무엇인지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카메라는 나의 가족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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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제는 집에 오자 마자 카메라를 들었다. 글에 첨부한 사진들은 iso도 신경쓰지 않고, 아웃포커싱으로 초점이 다 날라가도 그냥 저녁 늦게 퇴근하는 아내가 구워주는 삼겹살과 야채를 첨부했지만 오랜만에 함께 저녁을 먹는 큰 딸 아이의 모습과 우리 집 냥이와 멍이도 실컷 찍었다. 그래 이 맛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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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백마엘이 좋기는 하다. 화질이 내가 가진 다른 렌즈에 비해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확히 내가 원하는 부분만 프레임에 넣고 촬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술도 끊었는데 멈추지 않는 손떨림의 저주받은 손을 지닌 나에게 필수인 손떨방 기능도 좋고.

오늘도 이야기를 풀어 가다 보니 샛길로 많이 샜지만, 가끔은 아내가 구워 주는 고기를 아이들과 먹으며 아무 생각 없이 셔터를 눌러 대는 것이 좋다. 새벽에 일어 나서 라이트룸으로 사진을 정리하고, mogrify 플러그인을 사용해 액자와 서명을 넣는 것을 잠깐 공부해서 음식 사진을 저장하고 글을 쓴다. 남들 블로그를 보면 세로 사진에도 옆으로 서명을 넣던데 따로 워터마크를 준비해야 하나? 해보려고 하니 뭐든 처음에는 쉽지가 않다. 블로그에 어울리는 멋진 워터마크도 만들고 싶은데 실력은 미천하고.

여하튼 사진쟁이 아빠는 역시 딸 사진 찍을 때가 제일 행복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