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라는 취미에 대하여

사진이라는 취미에 대하여

사진이라는 취미에 대하여
내 어렸을 적 사진은 참 별로 없다. 내 또래의 친구들이야 다 비슷하겠지만 그 당시 카메라를 들고 소풍을 오는 친구도 많지 않았다. 일회용카메라가 보급이 되기는 했지만 그 마저도 많이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찍은 사진이 앨범 한 권을 채우지 못한 것 같으니 참 별로 찍지도, 별로 찾아서 보관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아이들의 사진은 많이 찍어 남기고 싶었다. 내가 추억이 별로 없는 것만큼 아이들의 추억은 많이 만들어 주고 싶었다. 아버지와의 추억이 별로 없는 만큼 아이들 곁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 주는 아빠이고 싶었다. 아빠들은 거의 비슷하겠지. 아이들의 모습을 예쁘게 담고 싶어서, 가족의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스마트폰으로, 컴팩트로, 미러리스로, dslr로 무엇이든 손에 잡히면 가족의 미소를 담기 시작했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은 일과 술 밖에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직장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그만큼의 보상을 받았다. 혼자 벌어서 4 명 이상의 가족을 먹여 살렸고, 조금만 노력하면 집도 살 수 있었다. 그렇게 가족의 부양을 혼자 떠 안고, 집 보다는 회사에서, 가족 보다는 직장 동료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남자가 뭔지 시대의 압박과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당신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가족에게 토로하지도 못하고 술로 삭히곤 했다. 그러다 병을 얻어 결국 일찍 돌아 가셨지.

아버지 덕에 내 인생의 출발점은 조금 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버지가 악착같이 아낀 덕에 나는 실패를 경험하고도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 안전하게 가족을 꾸리고 살고 있다. 그런 아버지를 존경하지만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 못할 것 같다. 나란 놈이 너무 이기적인 탓일까? 그래도 나이가 먹어서 아버지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는 하겠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여하튼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는 않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히키코모리와 다름 없는 존재가 되어 가며, 내 삶은 의미 없는 우정들 속에 헛된 웃음을 찾는 시간 보다 가족 속으로, 아이들 속으로 들어 왔다. 나쁜 놈 같지만 처음부터 아이들을 막 사랑하고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 어느 순간 아이들이 아빠를 찾을 때, 아이들이 나를 사랑해 주는 것을 느꼈을 때, 눈이 떠지면서 안아달라고 나를 보며 바둥거렸을 때, 그 언제부턴진 모르겠지만 처음부터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나에게 가족은 전부가 되었다.

사진을 취미로 가진 것에 대한 후회는 해 본적이 없다. 찍었던 사진을 몇 년 후 다시 꺼내어 봤을 때 그 기분이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감동을 준다. 초점이 나가고 카메라가 흔들렸는데도 왜 그리 웃음이 나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불과 몇 개 월 전의 사진을 꺼내 봐도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요즘 스톡사진을 한다고 과거의 사진들을 정리하고 보정하면서 꺼내 보니 아내의 사진에도 절로 미소가 난다. 잘했다. 사진을 취미로 하기를.

내 인생에서 몇 안되는 잘 한 선택이 있다면 사진 찍기를 취미로 선택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뷰파인더로 보는 세상은 좀 더 사물에 깊이 있게 다가서게 했다. 지나칠 수 있었던 가족의 모습을 좀 더 의미있게 보게 했고, 시간이 지난 후 힘이 드는 순간에 그 어려움을 버티게 해주기도 한다. 아내와 싸웠을때 실물을 보면 짜증나지만 과거 사랑에 빠졌을 때 사진을 꺼내 보면 어찌 미워할 수가 없으니까. 그 때 사진을 꺼내 보면 ‘아. 내가 이래서 아내를 사랑하게 됐었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곤 한다.

요즘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도 많이 좋아져서 꼭 비싼 장비를 구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누군가가 나에게 취미로 좋은 것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몇 초의 고민도 없이 바로 ‘사진을 찍고 순간을 담으라’고 말 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하나 더. 사진에 메모를 꼭 남기라고 말하고 싶다. 살아 간다는 것은 누군가를 기억하고,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진이 참 좋다. 아직은 찍는 것만 익숙하고 찍히는 것은 어색하지만 기회가 되면 내 사진도 조금 찍어서 남겨놔야겠다. 내 아버지의 사진이 너무 없어서 섭섭했던 감정을 아이들에겐 물려 주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