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전히…

오늘도 여전히…

오늘도 새벽에 잠을 깨고야 말았다. 새벽 4시 반이면 일어나야 하는데 3시에 눈이 떠져 버렸다. 한 번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들다. 출근시간에 못 일어날까 걱정이 많아서 일까? 어쨌든 다시 잠들어 보려고, 단 몇 분이라도 누워 있어 보려고 애쓰다 결국 포기하고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화장실에 가서 앉는다.

페이스북과 트윗을 보며 기사를 읽고 여러가지 이슈들로 인해 머리가 복잡해진다. 오늘도 여전히 헬조선은 계속 된다. 3 교대 근무를 하기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넘어 서고, 그 덕에 생활의 리듬은 깨어질 대로 깨어진 것 같다. 대책없이 졸리고, 아무때나 잠에서 깬다. 쉬어도 쉬어도 피곤하고, 생각해도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노동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던 시절은 이제 없다. 그저 생명을 갉아 먹으며 순간을 살아 가게 할 뿐.

꿈을 꿨다.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들이는 꿈이었는데 추운 겨울 밖에서 지내는 새끼고양이가 불쌍해서 두 마리를 집으로 들이려고 했었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부모 고양이들이 차창문밖에서 늘러 붙어 성질을 부리던지… 어찌어찌하다가 잠에서 깼다. 짐승도 자기 새끼를 잃어 버리면 저렇게 이성을 잃고 자신이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상대에게 미친듯이 달려 드는데…

날씨가 이제 제법 쌀쌀해져서 작업복 외투를 챙겨 입어야겠다. 먼지 묻은 작업복을 입고 출퇴근 할 때면 문득 창피할 때가 있다. 에레베이터에서 사람이라도 마추칠까 두렵기도 하다. 차로 가는 시간이 5분도 안되고, 내려서 현장으로 들어 가는 시간 또한 그것도 안되니 귀찮아서 탈의장에 들르지 않는다. 그런데 먼지가 잔뜩 묻은 작업복을 입고 퇴근할 때면 앞 집 아줌마라도 만날까 두렵다. 일하는 사람이, 노동자가 기름진 손을 가진 것이 부끄러워선 안되는 것인데 어렸을 적부터 “공부 못 하면 저렇게 된다.”는 말을 들어서였을까? 깨끗한 구두에 슈트를 입고 출퇴근 하지 못하고, 내가 입고 있는 작업복이 나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만 같아서 창피하다.

매일매일은 시간이 정지한 듯 지나가지 않지만, 지나고 보면 어느 새 일년의 끝자락에 도착해 있다.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감사하며 하루를 살아 가고 싶지만 그러기가 쉽지만은 않다. 또 겨울이 다가왔고, 마음뿐 아니라 몸도 추워진다. 올 겨울엔 따뜻한 소식이 좀 많았으면 좋겠다. 내년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오늘도 여전히 출근을 준비한다. 누군가에겐 출근 자체가 희망인 그런 세상은 사라지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