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63 스티븐 킹 장편소설, 케네디 암살을 막아라!

11/22/63 스티븐 킹 장편소설, 케네디 암살을 막아라!

11/22/63 스티븐 킹 장편소설, 케네디 암살을 막아라!
총 8부작의 미드를 접하고 나서 책을 바로 샀었다. 평범한 고등학교 영어교사가 단골 레스토랑의 주인의 제안으로 재료창고 안쪽으로 들어 갔다가 1960년으로 돌아 가게 되는 통로를 발견하고, 그의 말에 따라 세상을 좋게 만들기 위해 존 F. 케네디의 암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이다. 드라마의 소재가 재밌어서 리뷰를 했는데 네이버블로그 이웃분들이 원작소설을 추천해 주셨고, 그래서 읽게 되었다. 원작만큼 좋은 드라마는 없는 법인데 이 소설만큼은 읽는 내내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텍스트 속에서 춤을 췄다. 개인적으론 드라마를 보고 소설을 읽었던 것이 좀 더 디테일한 상상을 하게 해주었던 셈이다.

이 소설의 타임슬립은 독특하다. 몇 번이고 과거로 갈 수 있다는 점, 과거로 다시 들어 가면 이전에 갔던 과거는 세팅이 초기화 된다는 점, 항상 같은 시간대로 돌아 간다는 점, 그래서 케네디의 암살을 막으려고 하지만 그 당시가 아니라 5년 전(소설에선 1958년으로 돌아 감)으로 돌아가 그 시기를 살아야 한다는 점이 독특한 설정이었다. 도중에 실수라도 하면 다시 그 시간을 살아야 하기때문에 무한한 기회가 주어진 듯 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오랜 시간을 과거에서 보낸다고 해도 다시 돌아 왔을 때는 겨우 2분 만이 지난다는 설정도 있었다. 그래서 그 레스토랑 주인은 갑작스럽게 늙어 가다가 병에 걸려서 죽어 버리며 주인공에게 자신의 과업(?)을 맡아 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또 소설의 긴장감을 더 해주는 장치로 과거는 자신을 바꾸려 하는 자들을 스스로 밀어 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주인공 제이크가 과거를 바꾸려 할 때마다 초자연적인 현상이 생기면서 그를 막아 서게 된다. 이 부분들은 드라마에서 그로데스크하게 잘 연출해서 좋았던 부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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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 두 권으로 되어 있다. 드라마의 속도감에 비해 다소 지루할 틈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재미 없게 읽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잔잔함 속에서 오는 감동의 맛이 좋았다. 11/22/63의 소재는 타임슬립으로 케네디 암살을 막는 것이었지만, 전체적으론 주인공 제이크가 과거에서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는 여인을 만나서 지내는 러브 스토리에 가까웠다.

그녀도 결국 주인공의 삶에 뛰어 들게 되고, 암살을 막으려는 것을 거부하는 과거로 인해 그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제이크는 다시 돌아가 그녀를 살리려고 하지만 그가 돌아 온 현재의 모습은 재앙 그 자체였었다. 과거를 바꾼다는 것은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일이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케네디 암살을 막는 것을 포기하고, 작은 소망이지만 그녀의 목숨만은 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녀의 삶을 위해 그녀와 함께 지내는 시간들을 포기하고 함께 했던 시간을 가슴에 묻는다.

사랑이라는 것을 말로 정의할 수가 있을까? 살아 오면서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순간들이 있었다.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감정의 널뜀도 참 많았지. 이런 소설을 읽으면 가슴이 저미는 사랑이 떠오르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 옆에 항상 함께 해주는 아내와의 소중한 시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지금의 모습과는 달르지만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가슴 뛰던 순간, 싸웠을 때, 혹은 함께 하지 못할 것 같았을 때 마음이 무너지던 순간, 그 수 많은 순간들이 모여서 십 년의 세월을 넘게 살아 준 아내의 모습을 감사하게 된다. 물론 사람의 마음과 현실은 달라서 소설을 읽으며 떠 올렸던 순간들과 책에서 눈을 떼고 바라 본 아내의 모습은 괴리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말이다. ㅎㅎㅎ

여하튼 이 소설은 드라마로 잘 만들어 진 것 같다. 접근성도 드라마가 훨씬 좋았던 것 같고, 이 유명한 스티븐 킹의 소설을 처음 접했던 경험이기도 했다. 번역이기때문에 문장이 확 나를 잡아 끌지는 못해서 아쉬웠지만 잔잔한 전개와 독특한 소재, 그리고 시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가 좋았다. 제이크 역의 제임스 크랭코와 새디 역의 사라 가돈은 너무 잘 어울렸다. 시간을 거스르고 과거를 부정해도 좋을 만큼 사랑스럽게 나왔던 사라 가돈은, 그래서 제이크가 그녀를 포기하던 순간의 감정이 더 아프게 다가오게 만들었었다.

모든 것을 되돌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 왔을 때 그녀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만 안도했던 그는 엔딩에서 결국 그녀를 만나러 간다. 조디 100주년을 맞이해 ‘금세기 시민’에 선정되었다는 그녀의 소식을 알게 되었고 그녀의 늙은 사진이지만 그녀를 보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 없었기때문이었다. 그 파티에서 기회를 봐 그녀에게 춤을 신청하고 그녀와 춤을 추며 시간의 공백은 메워진다. 그렇게 아름답고 울림이 강항 엔딩이 참 좋았다.

“당신 정체가 뭐에요. 조지?”

“다른 생에서 당신과 알고 지냈던 사람이에요.”

젊은 사람들은 젊은 제이크와 폭삭 늙은 새디의 재회 장면이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있겠지만, 중년의 나이를 넘어 서니 아내와 함께 늙는 다는 것, 주름진 얼굴에 함께 한 시간이 묻어 나 점점 더 좋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에게는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 되어서 좋았다. 분명 타임슬립 스릴러 소설이었던 것 같은데 남은 건 사랑뿐이었다. 서평을 쓴다고 하고는 드라마와 혼재 되어 있는 감정으로 글을 적어 내렸네. 여하튼 잔잔하고 독특하며 감동적인 소설이었다. 가을에 한 번 읽어 보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