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

멘붕

빤쓰가 찢어졌다. 이번 여름에 벌써 4번째. 육체노동자이기때문에 땀이 많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4번이라니. 이번 여름은 진짜 덥다. 여름이 다 갔나 싶었더니 ‘속았지롱~?’ 하면서 다시 온 느낌이다. 젊은 아이들이 입는 스포츠 언더웨어도 구입을 해놨지만, 역시 중년이 지나면서 부터 정들었던 편하고 통풍이 잘 되는 사각팬티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멀쩡한 녀석들을 버릴 수도 없고 말이다.

더위에 지치고 점점 열악해져가는 작업환경에 지친다. 그렇게 지친 몸으로는 생각도 민첩하게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저 좀비 모드로 하루하루 버텨가는 것이 전부일 뿐. 멈춘 머리로도 끝 없이 글을 뱉어 내고, 끝 없이 사진을 찍으며, 스톡사진을 등록한다. 어느 책에서 읽은 프로들은 생각날때 움직이지 않는 다는 문구를 생각하며, 그들도 직장에 출근하는 것처럼 글이 나오지 않아도 시간이 되면 노트북 앞에 앉아 무조건 생산직 일하듯 글을 써내려 가는 것처럼. 프로도 아닌 주제에 따라하고 있다.

회사에서 10년을 넘게 일하다 보니 어느 새 내가 결정하고 책임져야 할 일들이 생기곤 한다. 며칠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고, 나는 처음부터 마무리 단계까지 무려 그 일을 멈출 기회가 4번은 있었다. 그런데 무슨 불가항력으로 자석에 이끌리듯 아닌 것 같은 상황, 애매한 상황에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 ‘추진’의 결정을 내렸고, 마지막 3번째를 넘어 설 때는 아닌 것을 확실히 알게 됬었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기분이었다.

아닌 걸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변명이겠지. 하지만 정황상 결국 4번의 기회를 다 놓치고 결국 그 일은 실패를 했다. 만약 마지막 순간이라도 멈췄다면 리스크는 훨씬 작아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순간 추진했던 일을 실행도 해 보지 않고 다시 ‘원래대로’ 돌려 놓는 다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반발들도 심했겠지.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실패할 줄 알면서도, ‘혹시나’ ‘내가 틀렸기를’ 바라면서 실행을 했다.

‘역시나’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건지. 작은 멘붕들은 무시 될 수 있었지만 큰 멘붕이 와버렸다. 이런 일을 당하면 소소하게 버티고 회사생활하면 되지. 왜 이렇게 과감한 결정을 해서 총대를 매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성격이 모난 걸 어쩌겠나 싶다. 이번을 계기로 남들처럼 적당히 타협하고 살지도 모르겠지만.

올 여름은 정말 유난히 더운듯 싶다. 더 빤스가 찢어 지기 전에 젊은 친구들의 스포츠 언더웨어에 익숙해져야겠다. 육체노동자의 한계를 넘어 서는 자연감소 인원감축과 디테일 해지는 품질 관리, 늘어가는 업무량으로 흘러 내리는 땀은 점점 늘어갈테니 말이다. 댄장. 내 취향의 빤쓰도 챙겨 입지 못하는 작업 환경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