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파나소닉 루믹스 GF2

추억의 파나소닉 루믹스 GF2

추억의 파나소닉 루믹스 GF2
이제 오래 지나버려서 무슨 이유로, 무슨 계기로 블로그를 시작했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내 자신의 삶에 변화를 주고 싶었었겠지. 아마 십 년 이상의 독서를 계획하고 그 이야기를 풀어 놓을 공간이 필요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커다란 빈 책장을 거실벽에 세워 놓고 책을 구입해서 읽기 시작하며, 그 독서 후기를 네이버블로그에 남기기 시작했었다. 술도 끊고, 게임도 끊으면서 게임속 캐릭터 레벨을 올리듯 현실의 삶에 내 자신의 레벨을 올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렇게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시작하고 언제 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하지만 꽤 큰 금액을 지불하고 샀었던 LG의 똑딱이 카메라는 거의 고장이 나 있었다. 블로그를 하면 사진에 대한 욕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수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용도 중요하지만 외관을 그럴듯하게 꾸미고, 보여지는 것들을 좀 더 채우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그렇게 아는 지인에게 쓸만한 사진기를 물어 보게 되었고, 그 당시로도 발매 된 지 2년은 지났던 파나소닉 루믹스 GF2를 구입하게 되었다.

루믹스gf22

이 녀석에다 20mm f/1.7렌즈를 물려 놓으니 그 동안 알던 사진과는 전혀 다른 멋드러진 결과 물이 나왔다. 가볍고, 화질 좋고, af 속도도 빠른 녀석이었다. 인물 사진도 어찌나 뽀샤시하게 나오는 지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찍어 놓으면 pc로 옮겨 놓고 한참 혼자 웃고는 했지.

물론 욕심이 끝도 없는 나이기에 이 녀석과의 동거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금방 dslr로 갈아 탔고, 이 녀석은 아내가 화장품 리뷰 블로그를 하면서 조금 사용하다가 회사 동생에게 중고로 넘기게 되었다. 그러게 한 번에 비싼 녀석으로 갔었다면 금전적 손해를 덜 보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든 적도 있다. 어짜피 나란 녀석은 그런 녀석이니까.

하지만, 이 카메라를 추천해 준 지인은 현명했다. 사진의 품질은 어짜피 렌즈에 많이 좌우가 되니, 바디는 구형으로 조금 저렴하게 구입하더라도 렌즈에 좀 더 투자하라는 것이었겠지. 어느 정도 사진에 흥미를 붙일지 알 수도 없는 나에게 덜컥 비싼 놈이 좋은 것이여 하는 충고를 할 수는 없었겠지.

미러리스에서 크롭바디, 크롭바디에서 풀프레임. 이렇게 옮겨 올 때마다, 혹은 렌즈를 판매하고 구입하며 바꿀 때 마다 금전적인 손해는 엄청나게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내가 처음 이 미러리스로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사진을 좋아 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 덜컥 비싼 dslr을 구입했었다면 그 기계의 성능에 눌려 압사했을 지도 모르겠다. 자동모드로 좀 찍고 다니다가 무거워서 장롱에 처 박아 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연화장2

우리나라에서 파나소닉 미러리스가 인기 있는 녀석은 아니지만 나는 이 녀석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인지도 있는 소니 미러리스를 접했을 때에도 이 녀석만 생각났다. 뭔가 내 손에 착 붙는 느낌이 gf2에선 느껴졌었는데 소니에선 위화감만 느껴지더라. 사람의 감각이 참 이상하기도 하지. 

여하튼 시커멓지만 내겐 귀엽게만 느껴지던 이 녀석으로 사진을 무던히도 많이 찍었더랬다. 가볍기에 어디든지 들고 다니며 재빠르게 순간을 담을 수 있었다. 지금의 풀프레임 바디는 꺼내다 지나가는 순간을 그 당시에는 전부 담을 수 있었다. 항상 소지 하고 다녀도 무겁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았던 그런 카메라. 그때의 사진들을 정리하며, 그때의 순간들을 기억하니 좋았다. 지금 장비는 도난당할까봐 차에 항상 넣고 다니기도 겁난다. 잃어 버리면 울 것 같으니까.

4년 전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참 사진 겁나 못찍었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흔들려도 핀이 안맞아도 삭제를 절대 못하겠는 그런 사진이 있다. 아이들의 미소가, 아이들의 순간이, 생각지도 않았던 부모님의 사진이, 풋풋했던 아내의 모습이 흔들리는 사진 속에 담겨져 있다. 흔들린 사진은 실리지도 못한다는데… 그래도 버릴수가 없다. 버릴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생각하고 생각해 봐도, 사진 찍기를 취미로 삼은 것은 정말 내 인생에 몇 안되는 잘 한 결정인 것 같다. 금전적 지출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그 또한 내 욕망과 적당히 타협하며 잘 지내면 되리라고 본다. 어떤 사진들은 지금 찍은 사진 보다 훨씬 좋기도 하니, 고수들이 말하는 것처럼 사진기가 꼭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아이들의 일상을 담는 것은 작고 가벼운 미러리스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을 정리하며 옛 사진을 꺼내보며 드는 생각을 두서 없이 풀어 본다. 지금은 손에 없지만, 사진을 좋아 하게 만들어준 파나소닉 루믹스 gf2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