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 오찬호 지음/동양북스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 오찬호 지음/동양북스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 오찬호 지음/동양북스
“부끄러움을 모르는 카리스마, 대한민국 남자 분석서”라는 작은 소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은 제목이 끌려서 구입을 하게 되었다. 경제와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제대로 된 취향의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머리, 가슴, 어깨, 등으로 4파트로 나뉘어 있고, 각각 “내가 배워야 할 건 군대에서 다 배웠다”, “나처럼 좋은 남자도 없어”, “남자로 살기 너무 힘들어”, “내가 여자한테까지 무시당해야 돼?”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책은 간단히 말하면 상당히 불편하다. 아마 이런 이야기는 남자인 나 같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리라. 이렇게 불편하나마 읽어 줄 사람들도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학문적 접근으로 읽기엔 깊이가 깊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그렇다고 재미로 읽기엔 웃어 넘길 수 없는 장면이 너무 많다. 제 3자의 이야기라, “난 그렇지 않아”라며 가볍게 넘기기엔 나도 이 한국사회의 구조속에서 강자의 입장에, 남자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고정관념 속에서 살아 온 것이 사실이기때문이었다.

초반의 군대 부분은 상당히 공감이 갔다. 제대한 지가 20년이 훌쩍 넘은 주변의 사람들도 술만 먹으면 군대 얘기에 열을 낸다. 항상 나는 밥 맛 없는 말로 그 이야기들을 끊어 내곤 하지만. 제대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군대 이야기를 하냐며 말이다. 남자로 태어나 꼴랑 2년 남짓 군대를 다녀 오고 평생을 여자 보다 더 우월한 위치에서 혜택을 받는 한국남자의 경우를 들자면 정말 남는 장사라는 이야기는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사실 군대 이야기는 한국 남자들 세계에선 역린 같은 것이긴 한데, 진짜 웃기기만 하다. 나라를 위해서 다녀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얘기고, 진짜 시간 낭비에 청춘을 허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 가득한 우리나라 군대라는 조직이 말이다. 아니라고? 아니라면 왜 군대에 다녀 온 것을 억울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여자와 무슨 문제만 생기면 “여자들도 군대에 다녀와 봐야”라고 말하는 걸까? 왜 자꾸 보상을 받고 싶어 하고, 자기가 힘들었다는 것을 제대한 지 수십 년이 지나도 술만 먹으면 되뇌이는 걸까? 남자의 시계는 군대 이후로 멈춰버렸단 말인가?

인생의 가장 빛나는 한 시절을 떼어 국가를 위해서 바치는데, 국가에서 그만큼의 보상과 관리를 해 주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이지, 여성들이 군대 안가는 것과는 상관 없는 일인 것이다. 신성한 국가의 의무를, 신성하지 못한 보상으로 떼우려고 하고, 있는 집 자식들(?)은 가지 않는 곳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것은 정부권력의 문제지 여성들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군대 이야기는 단적인 예일 뿐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의 탓을 구조적 불합리를 외면한 체 ‘여자들 탓’ 하는 것은 남자답지 못하다. 아니 옳지 않다.

후반부의 파트에서는 예를 든 이야기들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일반화의 오류로 보기엔 뭐하지만 좀 더 풍부한 사례를 가지고 깊이 있게 다가가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왜 한국 사회의 남자들은 유독 마초가 많은 지, 왜 여성들의 모습은 그렇게 되어 가는 지, 남자가 여성을 비난할 때 사용하는 언어들이 사실은 그 왜곡된 현상을 담고 있다는 것과 그런 태도들이 다시 한국 사회의 여성들의 모습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짚고 넘어 가는 의미에서 읽어 볼만 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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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마초’에 대한 이야기에서 나는 원죄에 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나의 대학생활은 올바르지 못했었다. 아마 지금 시대라고 본다면 성희롱으로 몇 번을 끌려 가지는 않았을까? 학교 대자보에 붙어서 매장 당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결혼을 한 후 성에 대한 책임감과 올바른 상식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일들을 생각하면 부끄러운 순간이 너무 많았다.

나의 농담에, 나의 스킨쉽에 뒤에서 불쾌해했을 여자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쥐구멍을 찾고 싶다.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그때는 원래 그랬어. 아니야 운이 좋았지. 참 세상이 여자들 살기 좋아졌지. 이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렸을 적부터 “남자답게”라는 말에 나 같은 비리비리 안경잽이들도 여자 후배들을 놓고 쎈 척을 하며 어울리지도 않는 호기로움(지금 생각해 보면 성추행에 가까운) 행동들을 서슴 없이 했었던 것을 사회탓이라며 핑계를 대고 싶지도 않다. 내 스스로 반대의 입장에 서 본 적이 없었으니까. 당연한 것으로 여겼으니까 말이다.

운동권이나 진보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도 ‘여성’문제(?)에 대한 부분에서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도 한다. 실제로 그런 류의 사건사고들은 끊이지 않고 신문지 상을 메우고 있으니까 전부는 아니더라도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는 없을 것이다. 스스로 진보적이고 남녀평등적인 사고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역차별을 운운하는 사람들은 한 번 읽어 보시라 권해드리고 싶다. 그간 자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해 왔던 행동들이나 말이 얼마나 잘 못 되었었는 지 깨달으면 다행. 쓰레기 같은 책이라고, 남자 망신 시키는 책이라고 버려도 끝까지 읽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는 남성이 계속해서 아무 문제가 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좋은 사회로 변화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말씀했듯 “남자답게, 여자답게”가 아닌 “인간답게”사는 사회를 만들어 우리 자식세대들에게 물려 주고 싶다. “양성평등”이라는 말이 사라진 사회. 너무나 자연스러워 그런 단어를 쓸 필요가 없는 사회가 오기를 기대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