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구별 어디쯤 – 안시내 쓰고 찍다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 – 안시내 쓰고 찍다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 – 안시내 쓰고 찍다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이하 지구정복)>의 작가 안시내가 책을 또 냈다. 자신의 가장 빛나는 시절에 얼마 쯤은 하고 싶은 여행을 하고 싶다는 것이 꿈이였던 그녀는 20대 초반에 당차게 여행을 떠났고, 그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냈었다. 그런 그녀는 그 여행이 계기가 되어 자신이 평생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았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이하 지구별)>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작명센스가 넘친다. <지구정복>도 제목에서 묘하게 끌렸고, 그 만큼은 아니지만 <지구별>이라는 책 제목도 장바구니에 넣기 좋았다. 딱 책 제목만큼 묻어나는 감성들로 쓰여진 이야기는 읽기도 편하고, 여행의 설레임을 전해주었다.

느낌으로만 이야기한다면 첫 번째 책 보다는 덜했다고 말해야겠다. 첫 여행의 떨림과 두근거림이 잘 전해진 그 책에 비해서 조금은 일상이 되어 버린 듯한 여행은 그 감동이 덜 했하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벌써 두 권만에 그녀의 이야기가 떨어진 건지, 아니면 나 또한 그녀의 이야기에 익숙해져 버린 것인지, 작고 어린 아가씨가 당차게, 당돌하게 여러 나라를 돌면서 겪는 에피소드들은 감동과 떨림을 전해 줬었는데 이 책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덜했다.

이 책은 아프리카 여행을 담고 있고, 수익은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잠비아 루프완야마 아동들의 기초교육 지원 및 교육 시설물 지원사업에 전액 기부된다고 한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여행자금을 모으로, 또 다시 수익으로 누군가를 돕는 이런 일. 나는 젊음을 얼마나 허비하고 살았던가. 대충 살다 운좋게 취업을 해서 안정적인 중반을 살고 있는 나 같은 기성세대들이 어찌 이렇게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 가는 청년들을 비웃을 수 있을까?

여행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스와질란드, 모잠비크, 탄자니아, 케냐, 에티오피아로 향하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루트를 택했다고 한다. 보통 여행객들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루트로 여행을 하기때문에 좀 더 어려운 여정이라고 한다.

<지구별>은 <지구정복>에 비해 사진이 많이 첨부 되어 있어 좀 더 입체적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여행을 응원하게 되는 것은 그럴 듯한 사진 몇 장과 설명만이 첨부 되어 있는 여행가이드 같은 책자가 아닌 ‘머무는 여행’을 하기 때문이다. 저렴한 여행을 하는 그녀는 잘 살지 못하는, 어쩌면 위험해서 우리는 꺼려하는 그런 도시를 여행하다 마음에 들면 머물고, 그 도시를 사랑하게 될 때 쯤 좋은 기억을 가지고 그 곳을 떠난다. 수박 겉핥기식의 똑같은 내용의 책이 아니라, 그녀의 시각과 그들의 삶이 함께 묻어 나기 때문에 좋다. 그 도시의 깊은 내면의 향기를 언듯이나마 느낄수 있으니까.

휴가철 계곡에 발을 담그고 이 책을 마저 다 읽었다. 긴 휴가에 책 한 권 정도는 읽어 줘야 하는데 복잡한 책 보다는 여행지에서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다. 꼬마 아가씨의 당돌한 여행기를 읽으며 나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그녀의 삶을 응원하며 늦었지만 나의 시간도 쪼개서 움직이고 싶다. 잔잔한 미소를 띄고 읽게 하는 행복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 ‘하라르에 가면 하이에나가 돌아다녀!’에서 정말 빵 터지게 웃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잔잔하다. 그녀가 여행작가로써 성장하며 어디까지 갈 지 응원하고 싶다. 다음 책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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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네 꿈이라며,
  너만 힘들어?
  여기서는 누구나 다 머리 아파. 너 약하지 않잖아.”

“괜찮아. 지금은 끝이 안 보여도 계속 오르고 또 오르면 보일 거야.
곧 아침이 오고 해가 떠오르면 조금 더 나아질 거야.”

“절대로 포기하지 마. 어찌되었든 끝은 있어.”

마사가의 마지막 말에 나의 마음이 조금 더 꿈틀거렸다. 나의 포터 마사가는 나를 다룰줄 알았다. 손을 잡거나 부축을 해주는 일은 나를 더욱 나약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에게서 멀어진 후 내가 다가오길 한참 기다렸다가 그를 붙잡으려 하면 그는 다시 앞으로 걸어 나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를 기다렷다. 혼자서 끝말잇기를 해가며 졸음을 버텨냈다. 길은 정말로 끝이 없었다. 계속해서 걷고 또 걷고, 오르고 또 올랐다. 그리고 그 후 몇 시간은 어덯게 올라갔는지 기억이 없다.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다는 것밖에는. 어쩌면 이곳에서 죽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인생에서 처음 느껴본 엄청난 공포밖에는.

마사가의 외침에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해가 떠오르고 있었고 저 멀리 손톱만 하게 우후루 피크, 정상의 표지판이 보였다. 마사가의 마지막 말이 생각났다.

절대로 포기하지 마. 어찌되었든 끝은 있어.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 152p, 안시내, 상상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