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진

엄마의 사진

언젠가 사진 관련 강의를 들으며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아이가 누워 있는 얼굴을 같이 누워서 클로즈업 한 사진이었는데, 이런 사진을 어떻게 찍을 수 있을 것 같냐고 강사는 질문한 뒤 “바로 엄마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때 그 이야기를 듣고 그냥 비유라고만 생각했었다.

아내와 나는 취미 생활을 거의 공유를 한다. 게임을 할 때도 함께 했었고, 산행을 다닐 때도, 사진을 찍고 블로그를 할 때도 그랬다. 그러고 보면 아내는 나와 함께 하는 것이 취미인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이렇게 같은 취미 생활을 하다 보니 항상 나는 풀 장비, 아내는 내가 욕 먹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장비를 마련해 주곤 했었다.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는다. 나는 캐논 70d, 아내는 캐논 100d 화이트. 그런데 풀프레임으로 넘어 올 때 아내의 의견은 달랐다. 그냥 가볍게 들고 다닐 미러리스로 돌아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소니 a5100에 번들줌과 단렌즈 하나를 사줬었지. 그런데 아내에게 아이폰 6 플러스를 사 준 이후로 그 미러리스도 잘 사용하지 않았다.

보급기 dslr의 가격을 훌쩍 뛰어 넘는 미러리스를 구입해 주었더니 사용도 안하고 돈이 아깝다고 타박을 하던 찰나 아내의 아이폰 사진첩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아이폰 카메라의 결과물이 훌륭해지고, 모바일로 간단히 블로깅을 할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따로 카메라를 챙기지 않아도, 특별히 스킬을 연마하지 않아도 된다고 게으름을 피우는 아내를 매번 구박하고, 내 사진 훔쳐다 포스팅 하지 말라고 쫑코도 몇 번 주었는데, 아내의 사진첩은 놀라웠다.

전업주부라는 장점이 물론 있겠지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것, 아이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도 절대 거부감이 없는 것은, 일 때문이라는 핑계로 커가는 아이에게 점점 멀어져 가는 아빠인 나는 절대 가질 수 없는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마다 학교를 보내려 아이를 깨워대는 것은 온전히 엄마의 몫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 순간을 담을 수 있는 것도 아내의 특권이었을 줄은 몰랐다.

남들에겐 별 것 아닌 사진을 가지고 유난떤다고 할 수 있겠지만, 카메라 폰으로 이 정도의 사진이 나와 준다는 것은 좋은 장비를 들고 좋은 장소에 나가 예쁘게 찍어 주려고 아이를 닥달하는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엄마의 사진이 무엇인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하지만, 아빠만 찍을 수 있는 아빠의 사진도 있겠지.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무엇으로 담느냐 보다 무엇을 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개와 고양이, 그리고 우리 딸 - 아이폰 6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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