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 볼링 넘지마 파울선

볼링 볼링 넘지마 파울선

볼링 볼링 넘지마 파울선
큰 딸아이가 중학생이 되더니 여가활동인지 특별활동인지가 좀 더 폭이 넓어졌다. 집 앞 중국집에서 나오라고 해도 길을 헤매는 녀석이 서울까지 친구들과 서코구경을 간다고 다니더니 어느 날부터 볼링장에 다닌다고 용돈을 받아 갔다고 한다. 아내는 아이가 친구들과 노래방이나 볼링장을 다녀왔다고 하면 자기도 가고 싶다며, 가족과 함께 가자며 노래를 부른다.

결국 시간을 내서 작은 딸까지 함께 4명이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영동볼링장을 향했다. 나도 볼링을 쳐 본 경험이 거의 없고, 아내도 없었다. 딸 아이는 친구들과 몇 번 다녀 봤다더니 볼링 보다는 앉아서 친구들과 수다떠는 것이 좋았던 모양이다. 작은 아이는 너무 작어서 볼링공을 잡을 수도 없는 상태.

뭐 얘기의 요점은 가족들이 다 볼링을 잘 못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남자의 자존심이 있지. 아내가 자꾸 도발을 하니 내가 그래도 너 보다는 낫지 않겠냐며 신발을 신었다. 영동볼링장은 카드는 받지 않았고(떡 하니 크게 플랜카드로 붙여 놨던데 이거 불법 아닌가??) 현금만 받는다고 되어 있었는데 평일은 1인 1게임에 1500원인가 했고, 주말엔 1게임에 3500원인가 했다.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수도 있으니 가격정보는 참조만 하시길…

그렇게 게임을 시작했는데 큰 아이의 실력은 정말 안습이었다. 거의 다 도랑으로 굴러가는 공과 그럴 때마다 의욕이 불타기는 커녕 점점 대충하는 모습이 살짝 짜증도 났지만 그래도 칠수록 방향을 잘 잡아가면서 좋아 하는 녀석의 모습이 좋았다. 아내는 그래도 중간으론 굴려서 어느 정도 체면치레는 했고, 나는 꽤 잘 굴러 갔다. 그 와중에 작은 딸은 과자며 음료수며 잔뜩 사다가 자신의 욕망을 채운 후 수건을 들고 회수돼 온 볼링공을 딱아 주기 시작했다. 얼마나 치고 싶었을까? 큰 아이는 의욕이 별로 없는 것이 흠이고, 작은 아이는 의욕과다라 흠인데 정말 반반 섞였으면 하는 부모의 바람들이 이해가 갔다.

권선동 영동볼링장
권선동 영동볼링장

두번 째 게임에서 나는 꽤 잘쳤다. 그런데 자꾸 전광판에 F가 뜨면서 스페어처리를 위한 핀이 남지 않고 새로 세팅이 되더라. 이게 에러난 것인 줄 알았다. 이렇게 몇 번을 연속으로 하고 나니 아내에게 1점인가 뒤졌다. 아내는 이거 내기 아니냐고 밥내기라고 우기기 시작했고, 나는 쪼잔하게도 그런게 어딨냐 에러만 안났으면 내가 이긴거다 1:1을 신청했다.

그런데 세번 째 게임으로 1:1을 하는데도 바로 에러가 났다. 안돼겠다 싶어서 카운터에 가서 물어 봤다. 돌아 온 말은 당연히도 “앞에 라인을 밟으시면 파울입니다.”였다. 말하자면 내가 선 넘은 반칙을 했다는 거지. 결국 두번 째 게임도 정당히 아내가 이겼던 것인데 나는 쪼잔하게 결투를 신청했고, 파울선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는 라인을 밟지 않게 신경을 쓰느라고 도랑행을 몇 번 하게 됐다. 결국 3번째 게임은 근소한 차이가 아니라 많은 차이로 지고 말았다.

아내가 잘 친 것은 아닌데 아내도 못쳤고, 나는 좀 더 못쳤다. 여하튼 2번 째 게임이 끝나고 내가 파울한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때 멋지게 “그래 게임비랑 밥값 낼께.” 했었어야 하는 건데. 후회해도 벌써 늦었다. 지금와서야 그렇게 생각하지만 사실 난 그때 삐쳤다. 이제 아빠가 다신 볼링장 안오겠다며 놀려대는 아내와 자신이 크면 또 와야한다고 말하는 작은 아이와 함께 돌아 오는 길에 중국집에 들러서 짜장면과 짬뽕을 먹고 집에 왔다.

영동볼링장은 시설이 오래 된 느낌과 지역에서 오래 자리 잡고 있었다는 느낌을 동시에 줬는데, 청소년 단위로 친구들끼리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집 근처에는 권선동의 영동볼링장과 인계동에 있는 다른 볼링장이 가까운데 다음 번에는 인계동의 볼링장에도 가봐야겠다. 3게임과 과자와 음료수 값, 그리고 중국집 가격까지 더하니 가벼운 가격은 아니었지만 가끔은 이렇게 노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큰 아이가 크면서 캠핑이나 나들이는 자주 함께 가지 못하는데 이렇게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좋았다. 글을 마무리하려고 보니 파울선을 신경쓰면서 부터 게임이 안됐다는 말도 쪼잔한 변명같이 느껴진다. 어쩌겠나 나이가 먹을수록 지고 싶지를 않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