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10년 – 우석훈

불황 10년 – 우석훈

불황 10년
우석훈
불황에 개인이 버티는 방법에 대한 생활경제 안내서
점점 우석훈의 책을 모으는 게 취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가 돼가고 있다. 그의 책은 경제학자로써 돈의 흐름으로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역사의 궤를 맞춰 보며 현실에 대한 처방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기에 읽으면 의미가 있다. 경제 관련 책 치고는 그의 특유의 쉬운 화법으로 인해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이해하기 쉽게 대중적이 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식이 깊어질수록 표현하는 언어가 쉬워진다던데 그가 그렇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언급된 내용에서 그도 좀 더 쉽게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 누구나 타고 날 수는 없는 것 같다. 확실히 그의 책은 전작에 비해 점점 더 명쾌하고 이해하기 쉽게 쓰여지고 있다. <불황10년>은 경제에 관한 이야기지만 개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석훈의 에세이 같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들었던 사람은 에듀머니의 제윤경 대표였다. 책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분수에 맞게 살아라.’이다. 물론 절약도 중요하고, 일본 같은 장기 불황의 시대가 오리라 예상되기 때문에 몸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의 행동 패턴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 법. 자신을 돌아 보고, 자신의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할 때가 왔다. 쉬운 말이고 당연한 말이지만 소비와 마케팅의 시대에서,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만을 내어 놓는 사회에서 그렇게 살기란 쉽지 않다.

<불황10년>에서 우석훈은 폼나지는 않지만 살아남기 위해 방어를 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그러니 이 책은 경기의 흐름을 잘 읽어서 어디에 투자하라는 정보 따위는 있지 않다. 다만 잘못된 정보와 유혹에 흔들리지 않게 현재의 흐름과 올바른 정보를 알려 주고 있다. <1장 집 살까요? 말까요?>에서 부동산 문제를, <2장 불황의 시대에 우아하게 사는 법>에서 개인 재무구조에 대해서, <3장 불황의 시대에 내 일은 어떻게 될까?>에서는 고용 문제와 창업에 대해서, <4장 불황 10년, ‘나쁜 교육’이 치료되는 시기>에서는 육아와 교육에 대해서 말해 주고 있다.

선대인 소장의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과 비슷하게 현재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제윤경 대표의 <아버지의 가계부>나 <약탈적 금융사회>와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발췌하고 싶은 부분이 참 많은 책이지만 간단히 몇 부분만 소개하도록 한다.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늘리는 것이 신용카드의 ‘효과’다. 그러나 더 큰 ‘효과’는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는 습관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사고 싶은 순간과 지불하는 순간 사이에 격차가 있는 것이 건전한 소비에는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신용카드 사용이 몸에 습관처럼 배면, 사고 싶은 순간과 구매하는 순간의 시간 격차가 현저히 줄어든다. 가급적이면 신용카드를 덜 사용하는 것이 불황기에는 일종의 팁이라 할 수 있다.

-131p 중에서, 불황 10년, 우석훈, 새로운현재

 

불황 10년 - 우석훈
불황 10년 – 우석훈

▲일본을 보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집을 사는 것이나 대출을 갚는 것보다도, 파는 게 더 힘든 시기를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중반, 즉 한국의 아파트 시장이 마지막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순간까지 ‘아파트는 현금과 같다’는 말들을 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다. 그리고 점점 더 처분이 어려운 시기로 가고 있다. 이걸 염두에 두지 않으면, 나중에 낭패 보는 일이 벌어진다.

-43p 중에서, 불황 10년, 우석훈, 새로운현재

 

아파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전세로 살게 될 경우에는 반드시 전세권 설정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전세권 설정에는 전세금의 0.2퍼센트에 해당하는 비용과 약간의 수수료가 들어간다. 전세금이 몇억 원이라고 하면 몇백만 원으로 높아진다. 나중에 말소할 때에도 말소 수수료가 있다. 돈이 들지 않는 확정일자와 실제로 전세에 따른 권리를 등기하는 전세권 설정의 효과가 같으니까 하지 말라는 부동산업자들도 있을 텐데, 그건 세입자가 아니라 주인 쪽에서 해주는 말이다.

정부에서 이렇게 큰돈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는데, 과연 효과가 없을까? 나중에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날이 올 때, 계약종료된 그날 바로 세입자가 집을 경매에 넘길 수 있는 권리가 전세권 설정에 부여되어 있다.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권리다. 문제는 집주인이 별로 해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기는 하다. 그러나 서로 계약을 해서 계약금이 넘어간 상태에서 집주인이 이걸 거부할 법적장치도 없다. 순서대로 해서 전세권 설정을 하면 된다. 만약 집주인이 그러면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별로 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이상한 소리를 하면,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의뢰해서 무료로 법률적 도움을 받으면 된다.

-54p 중에서, 불황 10년, 우석훈, 새로운현재

 

경제학 교과서와 달리 많은 이들의 경제행위는 감성적이고 문화적이며 동시에 패턴에 의존한다. 익숙해진 패턴과 다른 방식의 선택을 하는 것, 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보통의 사람들은, 마치 일본처럼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 어쩔 수 없게 될 때, 그때가 아니라면 자신의 패턴을 바꾸지 못한다.

-98p 중에서, 불황 10년, 우석훈, 새로운현재

 

불황 10년 - 우석훈
불황 10년 – 우석훈

‘불황 10년’이라는 제목으로 모아놓은 나의 글들은, 아주 드물게 약은 해법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몇 십 원을 더 내는 정도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지만, 수천만 원 혹은 수억 원이 움직이는 일에 대해서는 옳은 것보다는 약은 것이 더 먼저일 수밖에 없다. 그게 우리의 삶이다. 그렇지만 너무 약은 해법만으로 이야기들을 구성하지는 않았고, 옳은 것과 약은 것에 대해서, 아주 긴 시선으로 한 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기려고 노력했다.

약은 해법을 제시하는 정부의 호소나 대기업의 마케팅은, 실제로 약은 것도 아니고 그냥 개인에게 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가 불황에 가까워질수록, 가난한 개인의 재산을 털어내려는 시도가 많아진다.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탈탈 털리다 보면 손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허름한 옷을 입은 창피함은 잠시지만,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러 가서 느끼게 되는 굴욕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긴다. 때문에 지금 나는 가슴 한켠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기기 전에 약간의 창피함 정도는 감수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254~255p 중에서, 불황 10년, 우석훈, 새로운현재

 

중복이지만, ‘허름한 옷을 입은 창피함은 잠시지만,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러 가서 느끼게 되는 굴욕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긴다.’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서 꽂힌다. 마케팅의 노예가 되고 소비가 미덕이 되는 사회에 살고는 있다지만 정신 차리고 보면 필요 없는 물건들이 집안에 쌓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들을 웃어넘길 여유나 수입도 없는 내 주제에 말이다.

매번 우석훈의 책을 읽고 글을 쓸 때마다 그에 대한 나의 일방적인 존경과 애정을 표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관을 믿으며 약간 불편하게 사는 삶을 선택한 그가 하는 말이기에 책을 읽고 남는 문장이 많다. 효과가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좀 더 절약하고 검소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장기 불황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옷깃을 단단히 여며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