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 이동형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 이동형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잔인한 계절의 연속입니다. 글에 앞서 고백을 하자면 사실 저는 노무현을 잘 모릅니다. 기껏해야 그의 사후 자서전을 읽어 본 것이 다니 전혀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역사의 연어 같은 두 명의 대통령 정부를 연속으로 겪고 있자니 SNS에 올려지는 그의 살아생전의 어록들이 가슴을 후벼파 아련해지는 느낌이 그에 대한 감정에 전부입니다.

아마 좋은 시절이 계속되었다면, 저는 그를 몰랐을 것입니다. 찬 바람이 아닌 따뜻한 바람이 계속 불었다면 저는 그냥 그저 인생의 시간을 낭비하며 정치 따위엔 관심을 가지지도 않고 유유자적 헐렁한 인생을 살아갔겠죠. 노무현이라는 사람 따위는 아마 제 인생에서 차지할 공간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저의 무지함이 후회하기엔 늦었지만 그리워할수록 사무치는 그분을 잃게 만들었나 봅니다. 저의 무관심이 5월의 비보로, 4월의 사고로 이어지게 만들었나 싶습니다. 뒤집어 지려는 역사 속에서 더욱 빛나는 그분의 삶을 그래서 읽었습니다. 기억하기 위해서, 잊지 않기 위해서, 우리도 이런 대통령을 가져본 적이 있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는 팟캐스트 “이이제이”의 작가 이동형이 쓴 책입니다. 사실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쓴 가독성 좋은 책이죠. 이동형 작가 글의 장점이라면 글이 참 말처럼 쉽게 읽어진다는 것입니다. 팟캐스트 “이이제이”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다룰 때 이 박사의 울음에 흐름과 내용을 놓친 것이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이 듭니다. 책에 그분의 파란만장한 삶과 올곧았던 가치관이 그대로 담겨 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습니다. 이런 분을 먼저 보낸 죗값을 오롯이 국민들이 감당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생각에 서글프기도 했고요.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 이동형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 이동형

잔인한 4월이 지났습니다. “리멤버 20140416″을 외치며 벌써 2년이 지나 버렸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7주기였습니다. 작년만 해도 사람들이 참 무심하다 생각했었는데 총선을 지나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끝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과 고통속에서도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행사에 몰려든 인파를 보니 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사회를 조금씩 움직여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말이죠.

어렸을 적에는 4월은 4.19, 5월은 5.18이었는데요. 이제는 분노하고 슬퍼할 날이 더 늘어나 버렸습니다. 아프고 힘들다고 외면하고 잊어 버리면 그 고통이 온전히 내 아이들에게 돌아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노와 슬픔의 날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말이죠. 다음 5월은, 다음 4월은 따뜻한 바람이 불어 당신이 오신 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3대 총선 당시 노무현의 구호는 ‘사람 사는 세상’이었다. 20년 후, 노무현이 대통령 퇴임 후에 만든 공식 홈페이지 이름도 ‘사람 사는 세상’이었다. 그가 평생을 추구한 정치 이념이 무엇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中, 이동형 지음, 왕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