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

미움받을 용기

미움받을 용기
읽은 지가 너무 오래 지났다.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숙성을 시키는 정도를 넘어 증발이 되었나 보다. 책을 읽고 문장을 기억하는 순간이 점점 짧아지는 것 같다. 다행인 것은 기억은 못하지만 삶에서 문득문득 떠오르고 한 권의 책을 더 읽을 때마다 생활이 바뀌어 간다는 것이다. 모든 책이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기 때문에 “미움받을 용기”와 같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책을 만나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도 핑계를 졌지만 거의 까먹었기 때문에 두서 없이 이야기를 조금 풀어 보려고 한다.

이 책을 읽기 전 읽었던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은 사실 크게 기존의 자기계발 도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을 받았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10여 년 전에 발간된 책이기 때문에 그런 동기부여의 방법들이 다른 국내 도서들에서 많이 사용되어서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미움받을 용기”는 좀 더 깊이 있는 아들러 심리학을 들여다볼 수 있다. 공동저자 고가 후미타케의 후기에 있는 말을 인용하자면 “정확히는 기시미 이치로가 필터링 한 아들러 심리학”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아들러는 우리에겐 약간 생소하기는 하지만(이 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으니 낯익을 수도 있겠다!) 프로이트, 융과 더불어 세계 3대 심리학자로 꼽히기도 한다. 프로이트의 트라우마를 부정하고 ‘목적론’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그는 “인간은 변할 수 있다. 세계는 단순하다.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라고 한다.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에서 흥미 있게 봐두었던 ‘목적론’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미움받을 용기
미움받을 용기

목적론이라는 것의 예를 간단히 들어 보고 넘어가자. 책의 이야기를 빌려 오면 만약 당신이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웨이터가 실수를 해서 당신 옷에 물을 쏟았다고 가정하자. 그때 당신은 분노해서 웨이터에게 순간 화를 냈다. 하지만 당신은 원래 그렇게 옹졸한 사람은 아니었고 그날따라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원인론’이 된다. 하지만 분노라는 감정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 하루 중 나쁜 일들만 떠올려 사용했다고 분석하는 것을 ‘목적론’이라고 한다. “이게 뭐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나는 정말 ‘뜨끔’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이론이 되었다. 사실 사람들은 일단 저질러 놓고 후회하면서 남 탓이나 환경 탓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말이다. 좋게 말하면야 트라우마고 원인론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자기합리화.

물론 환경을 똑바로 분석하고 바꿔야 할 환경과 나의 잘못을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아들러의 이론이 근래 국내 자기계발 도서에서 ‘모든 것을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개인의 탓’으로 돌려 ‘사회의 책임을 망각’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왜곡 시켜서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정말 친기업적인 동기부여 강사들이 딱 좋아할 문장들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역시 어설프게 자신들이 필요한 말만 뽑아다 길게 늘여 엿장수 맘대로 구부려 놓은 이론들과는 다른 깊이를 보여 주고 있다. 결론은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자는 아주 건전한 이야기.

결론은 나쁜 남자가 사랑받는 시대에 너무 건전한 메시지여서 재미가 없지만, 그 결론으로 향하는 과정과 질문이 흥미롭다.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로 꾸며져 있으며 어려운 철학 용어들이 나오지도 않는다. 철학자는 아들러 심리학을 기반으로 논리를 펼치고 청년은 그 철학자의 논리를 반박하여 깨뜨리려고 도전한다. 그 과정에서 청년은 우리가 한 번쯤 할 만한 그런 질문들과 억지, 그리고 화를 내기도 한다. 솔직히 이 부분은 독자를 이해시키기 위해 다소 과장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은 듯 싶다. 하지만 철학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생기는 반발감을 청년이 대신해서 질문해 주기 때문에 좀 더 자연스럽게 아들러 심리학 속으로 깊게 들어갈 수 있다.

미움받을 용기
미움받을 용기

‘학력이 낮아서 성공할 수 없다’라는 것은 바꿔 말하면 ‘학력만 높으면 쉽게 성공할 수 있다’라는 뜻이 되기도 하지. 자신의 유능함을 암시하는 거야. 지금은 학력이라는 덮개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진정한 나’는 우월하다고 말일세. -“미움받을 용기” 中,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인플루엔셜

위와 같은 문장도 참 재밌지 않은가. “내가 하지 않아서 그렇지. 하기만 하면 잘 해!”라는 식의 말을 뱉는 사람들이 참 많다. 나도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열심히만 하면…” 이런 식의 말을 내뱉은 경험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정말 노력했을 때 나올 결과가 두려워서 열심히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열심히 했는데 못하게 되면 자신의 가능성은 사라지는 것이니까 영원히 노력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력하면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 두고 싶어 하는 심리가 마음 깊숙한 곳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장도 만나면 뜨끔하다.

여하튼 책은 과거에 매몰되지 말고,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하며, 거기에서부터 시작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그럼 처음으로 돌아가 “인간은 변할 수 있다. 세계는 단순하다.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를 만나게 된다. 머리가 복잡해 꼼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세상을 향해, 더 밝은 미래를 향해(미래는 생각 말고 현실을 살라고 말하고 있지만!), 한 걸음 나아갈 용기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비록 미움받는 길일지 모르겠지만 그 조차도 견딜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말이다.

한 번 더 아들러가 했던 말을 들려주겠네. “누군가가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이 협력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당신과는 관계없습니다. 내 조언은 이래요. 당신부터 시작하세요. 다른 사람이 협력적인지 아닌지는 상관하지 말고.” -“미움받을 용기” 中,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인플루엔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