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스머신 – 노리즈키 린타로 중편소설

녹스머신 – 노리즈키 린타로 중편소설

녹스머신
노리즈키 린타로 중편소설

1.들어가며
건강 문제로 집에서 보름 이상 쉬면서 누워서 할 수 있는 게 독서와 영화 보기가 전부였다. 컴퓨터에 앉아서 글을 쓸 때 잠깐 일어나고, 간혹 산책 겸 동네를 한 바퀴 돌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누워서 생활을 했는데 이제 긴 휴가도 끝이 난다. 내일부터는 출근을 해야 하는데 걱정이 되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한다.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 집에서 건강이 문제로 쉬고 있는 것은 여러모로 불편한 상황이 아닐 수 없겠다. 아마 총각 때였으면 이런 간만의 휴식이 달콤했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더라.

그렇게 긴 휴가의 마지막 날, 마지막 포스팅은 그래도 도서 블로거를 표방하고 있으니 서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공부한답시고 시간이 부족해 그나마 가벼운 포스팅을 하는데도 허덕거린다. 그렇게 읽은 책과 포스팅을 하지 못한 책들이 늘어가고, 거기다 과잉 구매로 인해 읽지 못한 책들도 쌓여가는 악순환 아닌 악순환에 빠져 있다. 결론은 읽은 순서와 상관없이 녹스머신을 긴 휴가 마지막을 장식하는 책으로 선택했다. 이유라면 나 자신의 부족함으로 더 시간을 끌어 봐야 완성도 좋은 글이 나올 리가 만무했기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2.”굉장한 소설이다! 이 한마디밖엔……”
책 띠지에 적혀 있는 이 문구가 이 책을 다 읽고 난 나의 느낌을 대변한다. 정말 이 한 마디 밖에 뱉을 말이 없다. 책은 <녹스머신>, <들러리 클럽의 음모>, <바벨의 감옥>, <논리증발-녹스머신2> 이렇게 서로 약간의 상관관계가 있는 중편의 소설들이 엮여 있다. 각자 독립된 소설로 읽어도 아무 상관이 없지만 알게 모르게 각 소설마다 공유하는 부분이 있어서 흥미롭다.

이 소설들의 배경은 2058년을 시작으로 미래에서 진행되는데, 그 시대에는 이미 인공지능이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만들어 내는 프로그램이 글을 써대고 있고, 과거의 모든 텍스트들은 디지털화 시켜 전산으로 옮기는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물리학은 전혀 모르는 나 같은 독자는 생경한 단어와 기법들이 많이 나열되어서 당황했지만 차분히 읽어 나가다 보면 흐름을 이해하기엔 무리가 없었다. 다만 이런 학문에 정통한 사람들이 느끼는 놀라움에 비해선 그 감동이 적을 수밖에 없겠다.

책의 내용과 어느 정도 각 작품의 해석은 이 책을 선물해 주신 ‘돈다돌아’님의 포스팅을 읽은 관계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내가 개인적으로 다시 언급하기보다는 아래에 링크를 남기기로 한다. 좀 더 내용이 자세하게 알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따라 들어가 보시길 권유 드린다.

돈돌님의 리뷰 바로가기

 

녹스머신 - 노리즈키 린타로 중편소설
녹스머신 – 노리즈키 린타로 중편소설

 

리뷰를 살뜰하게 쓰기엔 개인적 역량이 딸린 상태에서 남의 리뷰를 먼저 읽어서 무의식중의 표절이 발생할까 봐 링크를 포함한 것이니 양해 부탁드린다. 이 <녹스머신>은 SF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내가 미스터리를 많이 읽어 보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 책의 내용의 흐름이 추측 가능해서 미스터리 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미스터리 한 부분은 적었다.

다만 추리를 하면서 읽게 되는 점이라던지, SF 적인 요소라던지, 앞의 문장과 힌트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추측하면서 퍼즐을 맞춰 나가는 재미는 상당히 있었다. <녹스머신>에서 디지털화해 놓은 과거의 소설들에서 이상이 발생해 저장해 놓은 다른 자료들을 전부 소실해 나갈 수 있는 위기가 발생한다는 설정이나 그 해결 방법을 모색하다 시간을 거슬러 여행하는 방법을 취한다는 설정들은 상당히 신선했다.

<들러리 클럽의 음모>에서는 고전 추리소설들에 나오는 왓슨을 비롯한 주인공 옆에서 함께 하는 들러리들이 새로운 소설의 유형에서 그들의 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작가를 납치해서 협박하고 그를 암살하려고 하는 회의를 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제대로 된 재미와 유머를 느끼려면 내가 도대체 몇 권의 책을 읽어야 하는 건지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방대한 자료에 기반해서 소설에 녹여 낸 작가는 얼마만큼의 독서를 한 것인지에 대한 놀라움도 들었다. 아마 이 소설책은 차후 고전 추리소설을 어느 정도 읽고 다시 읽으면 전혀 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3.마치며
사실 읽는 내내 이 책에 인용되고 사용된 많은 책들의 이야기, 주인공들과 작가들의 이름들은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건 호기심에 읽어 보기에는 너무 방대한 양이고 아마 이 분야의 책만 반 년은 집중해서 읽어 줘야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지식을 가지고 이렇게나 이야기로 엮어 내다니 대단했다.

개인적으로는 <바벨의 감옥>편을 재밌고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 소설은 일본식으로 세로로 쓰여 있던 것을 번역했기에 그 느낌을 살리고자 일부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문장은 세로의 형태로 번역을 해 놓았다. 다소 아쉬운 맛이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 놓았기에 이 편의 느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가 있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 폴이 이상한 나라로 이동할 때의 굴곡과 거울을 사이에 두고 빙그르르 돌면서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텍스트로 주고 있었다. 앞과 뒤가 맞아떨어지고 좌와 우가 맞아떨어지며 소설은 한 바퀴 돈다. 그 느낌을 텍스트의 형태로만 주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그 느낌이 상당히 기묘한 게 좋았다.

나중에 나의 척박한 지식이 어느 정도 채워진다면 다시 한 번 읽고 리뷰를 쓰고 싶다. 이렇게나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던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충분히 흥미로왔다는 점은 시사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리즈키 린타로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 둬야 하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