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박경철의 그리스 여행기를 읽다가 그의 문장에서 종종 언급이 되어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후 다른 책에서도 종종 니코스 카잔차키스라는 발음도 타이핑도 어려운 작가의 이름을 듣곤 했었기에 호기심에 구입했었다. 책을 읽고 조르바가 조르바가 실존 인물이라는 점에서 놀랍기도 했지만 그런 자유로운 영혼, 도덕적인 관점에서 깨끗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는 면을 지닌 인간적인 인간의 모습에서 순수한 노동자의 영혼을 보았다. 거칠지만 부드럽고, 타락했지만 순수한, 난잡하면서도 순결한 그의 모습은 젊은 시절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조르바이기때문에 조르바처럼 말하는 것이다.”라는 당연한 그의 말이 사회생활에 찌들어 솔직하지 못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나에게 송곳처럼 가슴에 박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조르바, 당신은 아무것도 안 믿는다면서요?”

“네, 안 믿어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는 거요? 아무도 안 믿고 아무것도 안 믿어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 조르바가 딴것들보다 낫다고 하는 말은 아니오. 눈곱만큼도 나을 게 없지. 그놈 역시 짐승이거든.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조르바뿐이라 그렇고. 나머지는 모두 허깨비들이지. 나는 이 눈으로 보고 이 귀로 듣고 이 내장으로 삭여 낸 것만 믿어요. 내가 죽으면 모든 게 죽는 거지. 조르바가 죽으면 세계 전부가 죽는 거요.”

“저런! 이기주의자로군.”

내가 빈정거리듯 말했다.

“어쩔 수 없답니다. 보스, 사실이 그렇거든요. 내가 콩을 먹으면 콩에 대해 얘기합니다. 내가 조르바니까 조르바같이 말하는 거래도요.”

-그리스인 조르바 中, 니코스 카잔차키스, 더클래식, p75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조르바가 우리나라 지금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범죄자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뱉는 폐부를 찌르는, 나의 위선을 벗겨 내는 말들이 있었다. 전혀 동의할 수 없는 행동도 서슴없이 하는 그였지만 그를 인정하고 바라보게 되는 것은 그가 누구보다 정말 인간적인 모습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다가 갑자기 와인이 먹고 싶어서 끊었던 술을 다시 마셨다고 하기엔 뭐 하지만 와인 한 병을 사다 한 모금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책을 읽던 당시에 뛰던 심장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살면서 인간 이상의 무엇을 꿈꾸고 자신 이상의 무엇을 갈망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을 위한 삶이, 초월을 위한 삶이 자기 스스로를 부정하고 자신의 삶을 비하해서는 안될 것이다. 어차피 우리는 진흙탕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의 아들이자 노동자의 아들들인 것이니까 말이다.

 

요새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구나, 저 사람은 나쁜 놈이구나. 이렇게 구분합니다. 그리스인이든 불가리아인이든, 터키인이든 별 상관 안 해요. 좋은 사람이냐, 나쁜 놈이냐, 이게 더 문제거든요. 마지막으로 내 입에 쑤셔 넣을 빵에다 두고 맹세합니다만, 나이를 더 먹으면 이것도 그다지 상관하지 않을 거예요.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 그것들이 모두 불쌍하거든요.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이 불쌍한 것! 이런 생각이 들어요. 누군지는 몰라도 이자 역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하겠지. 이 사람 안에도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 죽어서 땅 밑에 누울 테고, 구더기 밥이 될 테지. 불쌍한 것! 우리는 모두 한 형제나 다름없습니다. 모두가 구더기 밥이 되거든요.

– 그리스인 조르바 中, 니코스 카잔차키스, 더클래식, p293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참 부끄럽지만, 온통 실수투성이 인생이었지만, 나도 조르바처럼 굳은 신념을 가지고 거침없이 행동을 하며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엔 들떠 있던 열정과 비례해 실수도 잦았고, 내 스스로 나를 숨기고 싶어지게 되기까지도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직장에서 경력이 쌓여 가면서 나의 신념들은 타인의 시선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함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강하면 부러진다.”나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같은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적당한 타협과 적당히 자존심을 챙기는 것으로 만족하며 “그래. 이 정도 했으면 됐지.”라고 하루를 마무리 하곤 한다. 앞으로도 변하지는 않겠지. 그래서 책을 덮고 참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