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글이라는 게 참 쓰지 않기 시작하면 점점 어렵다. 물론 계속 써도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뭔가 고갈된 것 같은 느낌에 잠시 멈추면 다시 시작하는 것이 참 어렵다. 대충 하는 제품 리뷰나 혹은 일상에 대한 단상, 그리고 내 생각을 종종 두서 없이 떠들어 댈 때면 참 쉽던 것이 책을 리뷰하려고 하면 뭔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요즘엔 그렇다.

책을 읽자마자 잊어버릴까 바로 A4용지에 옮겨 놓고 다시 컴퓨터로 옮기고 또다시 수정해서 발행하던 시기도 있었다. 지금은 A4용지에 적어 놓지는 않지만 대신 책을 좀 지저분하게 본다. 형광펜으로 긋고, 페이지를 접으며 읽는다. 그리고 리뷰도 최소한 하루 이상 고민하거나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묵혀 두었다가 한다. 그러다 게으름 탓일까? 기억력 탓일까? 여하튼 요즘엔 리뷰를 하려고 하면 썼었는지 안썼었는지부터 고민되기 시작하면서 책 내용이 하나도 생각 안 나기 일쑤다. 그래도 어쩌랴 일단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려 본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를 읽으며 느낀 점은 한 마디로 똑똑한 사람이라 그런지 참 글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왜 그런 것 있지 않나? 잘난 사람이 본인은 쉽게 이야기하는데 듣는 사람은 당최 어렵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든 그런 것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드는 느낌이 딱 그랬다. 분명 쉽게 말하고 있는 것은 알겠는데 어렵더라.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경제학자들의 말을 맹신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보는 눈을 스스로 키워야 한다,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다시 생각해 봐도 전체적인 이야기들이 뭔가 맥락을 관통하는 중심이 없는 것 같다. 그냥 본인의 지식 자랑같이 쭈욱 늘어놓는 느낌이다. 장황하긴 한데 재미는 없다고나 할까?

초판 1쇄가 2002년 1월 28일로 되어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물며 제일 쉽고 친근하게 글을 쓰는 우석훈도 그 당시에 썼던 글들은 어려우니까 말이다. 여기서 오해를 할까 봐 이야기를 해두자면 경제학에 관심은 있지만 그다지 깊이 있는 지식이 없는 나의 경우에 어렵다는 것이지 경제학에 대한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으신 분들에겐 그다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경제학 입문서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1부 인간과 시장, 제2부 시장과 국가, 제3부 시장과 세계라는 큰 틀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으며 진보적 학자들이 내놓은 경제학 관련 책자들이 그렇듯 경제전망을 내놓는 언론과 여러 기관 내지 대기업 산하 기구들의 분석을 종교처럼 맹신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러 사례를 들면서 경제학자들이 얼마나 부실한 지를 증명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과학자인척하지만 결국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한다.

개별 소비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개별 기업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하나의 상품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따지는 것을 ‘미시경제학'(micro-economics)이라고 한다. 그와 달리 성장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물가는 왜 오르며, 실업률이나 환율의 변동은 무엇 때문에 일어나고,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 한마디로 국민경제 전체의 흐름과 변화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경제학을 ‘거시경제학(macro-economics)라고 한다.-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돌베개, 56p 中

사회보험은 국가의 개입을 통해 ‘개인의 실패’를 바로잡는 제도이며, 건강한 이가 병든 이를, 잘 버는 시민이 그렇지 못한 이웃을 돕는 아름다운 사회적 연대를 내포한다.-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돌베개, 96p 中

국민건강보험은 사실 의료보험이 아니라 진료비 할인 제도에 불과하다. 보험 적용이 안 되는 게 너무 많고 본인 부담율이 너무 높아서 암이나 신장 계통 만성질병 등 정말 큰 병에 걸렸을 때는 보험 기능을 하지 못한다. 연예인들이 암 환자를 방문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보여 주면서 모금을 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는데, 의료보험이 제대로 되어 있다면 이런 것은 필요가 없다. 원래 보험이라는 것이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위험에 대비한 것인데 정말 큰 위험이 닥칠 영우 소용이 없으니 이걸 어찌 보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본인부담금 제도를 그대로 둔다고 하더라도, 연간 몇백 만원 수준으로 본인부담금 총액한도를 설정해 두고 그 한도를 초과하는 것은 의료보험공단에서 지불하는 ‘본인부담금 총액한도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보험 노릇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돌베개, 202p 中

그들의 잘못은 위기의 도래를 예측하지 못한 데 있는 게 아니다. 경제학 자체가 그런 신통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할 수 없는 원시적인 과학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잘못은 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위기가 찾아들 가능성에 대해서 경고하면서 언제 어떻게 그런 사태가 올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를 친 데 있다.-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돌베개, 315p 中

책이 나왔을 때와는 시기적으로 달라서 지금은 이 책이 아무리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지식적인 만족을 주고 있다고 할지라도 유시민이라는 이름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유시민을 너무도 싫어해서 그의 책을 거들떠도 안 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숫자와 도표 같은 것을 보면 경기가 일어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은 자신의 시야와 지식을 넓히는데 꽤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크고 작은 일들이 결국 돈으로 귀결된다. 경제학은 많은 사회적 현상들을 바라보고 이해하는데 필요하다. 2015년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데 필수 교양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유머는 없지만 깊이가 있고, 중심은 잘 보이지 않지만 넓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