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블로거, 백패킹, 불법과 합법, 그리고 캠핑에 대한 단상

캠핑 블로거, 백패킹, 불법과 합법, 그리고 캠핑에 대한 단상

캠핑 블로거, 백패킹, 불법과 합법, 그리고 캠핑에 대한 단상
이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다시 캠핑 시즌이 돌아 오기 시작한다. 나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두 달 정도 쉬었던 캠핑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다녀 오려고 생각 중이다. 그러면서 잠시 지난 캠핑을 정리하며 생각에 잠겼다. 작년 캠핑을 시작하며 캠핑장과 장비의 정보를 위하여 이웃으로 지정하고 글을 구독하며 지냈던 캠핑 블로거들에 대한 생각과 국내 캠핑 문화, 그리고 나의 캠핑 생활에 대한 짧은 단상을 남겨 본다.

#1

처음 캠핑을 시작하며 사립 캠핑장 > 국립 캠핑장 > 자연 휴양림의 수순으로 이동하며 장비도 그에 맞추어 마련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편리하며 좋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사립 캠핑장의 많은 수들이 불법 캠핑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낭만이라고 즐기는 장작 놀이가 주변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는지도 알고, 좋은 공기와 자연을 느끼러 갔던 캠핑을 다녀오면 고기를 굽느라 목구멍이 따끔하도록 아팠던 경험들이 쌓여 점점 자연 휴양림으로 향하게 하였다.

#2

캠핑 블로거들은 대부분 상업 블로거였다. 물론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대부분 그랬다. 안타깝지만 현실이었고, 그들이 소개하는 매장에 가보면 블로그 글에서 보았던 친절함이라던지 중고장터라던지 하는 것 따위는 없는 경우가 많았다. 반 년을 넘게 장기 구독하며 그들의 글을 읽어 보면 어느 특정 회사의 물품을 반복적으로 리뷰하기 위한 캠핑을 한다던지, 특정 매장을 반복해서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던지 하는 게 태반이었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지만 결국 캠핑 장비는 가볍게 따뜻한 날씨에 시작해서 필요함을 느낄 때마다 알아보고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게 제일 좋았다. 사진을 멋지게 찍어 리뷰하는 블로거의 글을 보고 텐트를 사려다 큰 낭패를 볼 뻔한 것을 다른 평범한 이웃 블로거님의 비밀글로 인해 사지 않았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3

백패킹, 그 아슬한 불법의 경계를 바라보며… 나도 사실 ‘1박 2일’에서 간월재 백패킹을 보고 캠핑에 대한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얼마 후 그것이 불법이고 안 그래도 그곳이 불법 백패커들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몰랐으면 몰랐을까? 여하튼 알고 나니 그 후 블로거들의 글을 볼 때마다 산 정상에서 취사도구를 사용해서 맛있는 걸 해 먹었는 사진, 관람을 위해 만들어 놓은 나무데크에다 데크못을 박아 가며 야영을 하는 사진 등은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은 자연을 즐기는지 모르겠지만, 자연과 공공물을 훼손하고 불법을 버젓이 사진 찍어 자랑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쳤다. (낮에는 텐트 안친다고 하지만, 미리부터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배낭을 메고 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는 사진을 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본인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사진을 올렸겠지만 말이다. 이런 행위가 일반 등산객들이나 관람객들에게는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는지 생각할 필요도 없었겠지.)

#4

어쨌든 바뀌어야 할 문화가 많다. 외국의 백패커들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을 벗어나서 야영을 하라.’라는 식의 암묵적인 약속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남들이 잘 다니는 곳에 버젓이 개인 텐트를 치고, 취사를 하며, 음주는 기본으로 사진까지 찍어서 자랑을 한다. 그리고 유명한 블로거가 된다. 나는 그의 글에 불법인지, 합법인지 물을 용기는 없기에 소심하게 구독을 끊는 행위로 마무리한다. 음주와 취사 문제, 숲에서의 흡연, 금지된 곳에서의 불놀이 등과 무허가 사립 캠핑장 문제들은 캠핑의 확산만큼 문화와 제도가 따라오지 못했기에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캠퍼들 스스로 챙겨야 할 매너들이 많은 것 같다.

#5

결국 나는 올해 작년만큼 캠핑을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적인 사정도 있지만, 걷고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 여행도 머무는 여행만큼 좋기 때문이다. 장비는 최대한 줄일 것이며, 장작과 숯불을 이용한 음식 조리는 안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허락된다면 사립 캠핑장을 이용하기보다는 자연휴양림을 방문할 것이며, 데크펙도 해먹도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그냥 조용히 바람을 느끼며 눈으로 감상하고, 가볍게 먹고, 눈을 감았다가 시간이 허락된다면 사진 몇 장과 책 몇 줄을 읽고 오는 캠핑을 즐길 것이다.

추가.

지난 1박 2일에서 여가수가 산행에 막걸리를 챙겨온 것을 진정한 산악인으로 미화하는 것이 불쾌했다. 가볍게 도수가 높은 위스키 한 잔으로 몸을 데우는 것은 모르겠지만 막걸리는 추운 몸을 데우는 용도라기보다는 흥을 돋구는 용도가 아닌가 싶었다. 안 그래도 산 정상에 다다라 숨이 가빠졌을 때 내려오는 등산객들의 입에서 술 냄새가 풍기면 불쾌하기 짝이 없다. 내가 그들의 술 냄새나 맡으러 4시간가량을 헉헉대며 올라왔단 말인가! 국내에서 막걸리가 없으면 체온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의 산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상에서 벌어지는 술판에 눈살을 찌푸려 본 기억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자신들의 즐거움을 위해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행동은 불쾌하기 짝이 없다. 당이 떨어져 쓰러질 정도의 고산이 아니라면 가볍게 등산을 하고 내려와 입구에 있는 지역의 작은 식당들에서 식사와 음주를 하는 것이 어떨까? 산도 행복하고, 남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산 정상에서 술 냄새가 아닌 맑은 공기만을 마시고 싶다. 그리고 술 냄새가 있는 곳에는 항상 쓰레기도 함께 있는 게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2015년 3월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 우연히 발견해서 옮기면서 보니 딱히 지금에서도 수정할 부분은 없다. 그때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이 같다. 다만 물리적으로 캠핑을 생각보다 더 못다니고 있다는 것은 다른 점. 그리고 이제는 반려동물을 키움으로써 자연휴양림하고는 강제결별이 되었다는 것이 달라졌다. 앞으론 반려동물이 동반가능한 사립캠핑장 리뷰를 올리게 될 것 같다. 작년과 제작년에는 머무는 여행이 나의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걷는 여행이 중심이어서 캠핑을 몇 번 하게 될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하게 된다면 마음껏 누려주고 힐링해주고 말겠다.

2016년 4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