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기자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기자

괜히 미안하기도 합니다. 이 분의 책은 사실 새책으로 사드렸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하지만, 시기를 놓쳐 버렸죠. 핑계입니다. 그후 언젠가부터 중고서점에 들락거리게 되고, 수원역에도 중고서점 <알라딘>이 생기는 바람에 지날 일이 있으면 꼭 들러 버릇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의 시사, 평론, 경제 코너를 가게 되면 왜 그렇게 제가 좋아하는 우석훈, 선대인, 김어준, 주진우의 책들이 한 두 권도 아니고 여러 권들이 꽂혀 있는지 안타까움과 반가운 마음에 집어 오지 않을 수가 없었네요. 혼자 보기엔 아까운 책들이라 과감히 중고시장에 내놓았다고 믿고 싶습니다.

“주기자” 이 책은 생각만큼이나 읽기 참 좋은 책이었는데요. <나꼼수>의 좀 더 세밀한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습니다. <나는 꼼수다 OFF THE RECORD>보다 오히려 이 책이 ‘오프 더 레코드’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여하튼 이 책은 주진우 기자가 나꼼수에서 언급하기도 했고, 언급하지 못하기도 했던 많은 이야기들이 좀 더 심도 있게 다루어져 있습니다.

<나는 꼼수다>를 들으며 주진우 기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대단한 기자인 줄은 몰랐습니다.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많은 사건들에 주진우 기자가 있었더라고요. 하긴 요즘에는 ‘도대체 어떤 놈의 기자가 이따위 글을 쓰는 거야?’하고 기자의 이름을 찾아보기도 하지만, 대체로 기사를 읽고 기자의 이름까지 챙겨 보는 사람들은 별로 없으니까 모르고 있었던 게 당연하기는 하다고 자위를 해봅니다.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기자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기자

주진우 기자의 말로는 대기업이나 권력을 대하는 기자들의 모습이 너무나 호의적이기 때문에 자신은 별로 대단할 것 없지만 전문가가 됐고 부각되었다고 합니다. 자신은 한 걸음 나아 갔을 뿐인데 다른 기자들이 대부분 뒤로 몇 걸음 물러났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이런 부분은 사실 <전환시대의 논리>를 비롯한 몇 권의 저서에서 고 리영희 선생님이 수도 없이 지적하신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시대의 병폐이자 아픔이기도 하죠. 권력기관이나 대기업 출입 기자들이 대접을 받고 그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신이 아침에 회사에서 차비를 받고 나온 기자인 신분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들과 같은 족속인 줄 착각을 하는 기자들이 많다고 하죠. 영화 같은 곳에서도 여러 번 표현되어 나오기도 했지만, 실제로도 검사나 국회의원들이 유일하게 술값을 내주는 직업군이 기자, 언론인이라고도 합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경로의 양심선언 비슷한 것들과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들로 인해 믿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입니다. 진짜 문제는 이런 사실들이 어느 정도의 부패들이 이제는 경쟁이나 개발논리에 당연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생각지도 못 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론 언젠가 논란이 됐었고 주진우 기자를 언론에서 비난했던 박정희의 독일 방문에 대한 해명이 들어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굉장히 궁금했는데 인터넷에나 트위터에는 비난만이 담겨 있고, 짜깁기한 사진들만 올려져 있어서 정확한 상황은 모르고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당황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박정희의 맨 얼굴> 출판 기념회에서 했던 발언을 가지고 만들어 냈던 논란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돼서 개인적으론 아주 만족스러운 독서가 되었습니다. 그 밖에도 검경, 대기업, 언론, 정치, 노무현, 박정희, 내곡동, 이명박, 최진실, 장자연 등의 큰 이슈들의 중심에 서 있으며 사건을 약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공감하고 분노할 수 있어서 의미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기자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기자

‘딱 벽돌 두 장만’ 놓고 싶다고 합니다. 세상이 좋아질 수 있도록 말이죠. 깨질 것을 알면서 자신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얼마 전 영등포 교도소가 개발전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공개되었을 때 고 문익환, 고 김근태 등이 감금되어 있던 독방을 보았던 시민들이 이곳에서 한 두 시간만 있어도 의지가 꺾일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 또한 뭐가 다를까 싶더라고요. 김어준이 <나꼼수>에서 “방송을 하는 이유가 ‘떠들어도 돼’라고 말해주고 싶어서였다.”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그래도 꺾이기 전까지 미약하고 웅얼거림에 지나지 않아도 계속 불합리함에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짱돌을 함께 던지지는 못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 외면하지 않고 진실을 바라보는 삶을 살고 싶네요. 시기가 좀 지난 책이지만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