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사실 어려웠다. 재미도 없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경제학 강의 책이다. 경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경제학교과서라는 개념이 어울릴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공이 경제학인 사람에게는 정말 쉽게 풀어 낸 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 같은 지식이 짧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겠다. 하지만 경제학용어와 수 많은 실제숫자들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지라도 꼭 한 번은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고, 다 읽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딛는 청년들에게는 더 더욱 값진 책이 되리라 생각 된다.

언제 : 1930년대 어느 해

어디서 : 소비에트연방 국가계획위원회 고스플란(Gosplan)의 사무실

무엇을 : 통계실장 채용을 위한 면접시험

면접관들이 첫 번째 후보에게 질문을 한다.

“동지, 2 더하기 2는 무엇이요?”

후보의 대답.

“5입니다.”

면접관 중 가장 높은 간부가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동지, 혁명적 열성은 높이 사오만, 이 자리는 셈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오.”

후보는 정중하게 문 밖으로 안내된다.

두 번째 후보의 답은 ‘3’이었다. 면접관 중 가장 어린 간부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저놈을 체포하라! 혁명의 성과를 깎아내리다니! 이런 식의 반혁명적 선전 공세는 좌시할 수 없다!”

후보는 경비들에게 끌려 나갔다.

같은 질문을 접한 세 번째 후보의 답.

“물론 4입니다.”

면접관 중 가장 학자티가 나는 간부가 후보에게 형식 논리에 집착하는 부르주아적 과학의 한계에 대해 따끔하게 연설을 했다. 후보는 수치감으로 고개를 떨군 채 걸어 나갔다.

그 자리는 결국 네 번째 후보에게 돌아갔다.

그의 답은 무엇이었냐고?

“몇이길 원하십니까?”

-207p, 장하준의 경제학강의, 장하준, 부키

장하준의 경제학강의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밑 줄 칠 내용도 많고 외웠으면 하는 내용도 많은 책이다. 버릴 것이 없는 책이지만 장하준이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원하는 것은 바로 이 에피소드에 다 나와있다고 말 할 수 있다. 경제는 과학이 아니다. 경제의 원래 이름은 정치경제학이었고 경제학은 과학이나 수학처럼 불변의 진리로 받아 들여지길 원하지만 정치이해관계가 들어 가고 그로 인해 결과가 다르게 도출 될 수 있다. 그러니 경제학은 당연히 우리사회에 널리 퍼진 ‘신자유주의’로 인해 ‘시장만능주의’가 모든 것이 답일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대안이 없다’는 말에 수긍해 자꾸 우리의 삶이 힘들어 지는 선택을 하고 있다. 실업이 당연시 여겨지는 시대에 우리는 ‘엄청 조금 버는 것’과 ‘굶어 죽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당연하게 그것만이 정답이라 강요하는 경제학자들을 우리는 의심해 보아야 한다. 규칙을 바꿔 ‘아주 많이 버는 것’과 ‘조금 벌지만 약간 여유있게 사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 안되는 것일까?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서는 세상을 지배하게 된 자본가들이 경제학을 앞세워 시민들에게 하나의 길이 정답인냥 호도하고 있는 세상에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다.’라고 말해준다. 지금의 현실과 세계의 흐름을 분석하는 다양한 고전경제학들에서 부터 현대의 경제학까지. 그리고 그 이론들의 장점과 단점들을 보여 준다. 모든 이론에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절대는 없다. 그렇게 다양한 시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를 바라 보고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하라고 말한다. 어떠한 이론이나 논리를 그럴듯하게 펼치면 내용을 꿰뚫어 보며 생각하라. “누가 이익을 보는가?”

개인적으로 경제에 관심이 많고 경제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학문의 밑천은 형편없이 딸리던 나에게 참으로 유익한 독서의 시간이었다. 한 번으로는 자세히 이해할 수 없었고, 다시 꺼내 봐야 하겠다. 두 세 번 정독해도 아깝지 않을 책이다. 전문가에겐 쉽고, 초심자에겐 조금 어렵지만 도전해 볼 만한 책이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