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당신들의 나라 This Land is Their Land – 바버라 에런라이크

오! 당신들의 나라 This Land is Their Land – 바버라 에런라이크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자기계발서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열광하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계시는 분들도 계시죠.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모든 문제를 개인주의로 환원 시켰다는 이유로 엄청나게 까임을 당했듯이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나게 팔려나갔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을 시간만 나면 비판합니다.

어떠한 일이 닥쳤을 때 쥐들은 생각을 하지 않고 바로 움직이는데 사람들은 생각을 하느라고 늦어진다는, 쉽게 말해 직장에서 짤려도 불평불만하지 말고 빨리 다시 다른 일을 긍정적으로, 열정적으로 찾아 나서라는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바로 사회가 인간에게 ‘쥐새끼처럼 살라!’고 말이죠. 그리고 그것을 자기계발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현혹시킬 때 바버라는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뭉쳐야 한다. 아픈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 대화를 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긍정의 배신>을 읽고 바버라 에런라이크를 좋아하기 시작했는데요. 그의 위트 있는 표현과 적당한 비틀림이 있는 문장들이 현실을 직시하게 하면서도 묘한 카타르시스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노동의 배신>과 <희망의 배신>은 <긍정의 배신>만큼의 재미(?)를 주지는 못 했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히 알겠지만 번역의 한계인 것인지 원어로 책을 읽을 수 없는 저로서는 그녀의 문장이 좀 밋밋하고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오! 당신들의 나라>에서는 그녀가 다시 그녀로 돌아온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역시 바버라!’를 외쳐대면서 읽어 댔습니다.

이 책의 글들은 그녀가 여러 곳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은 책이기 때문에 신문 사설과 같이 짧은 호흡의 글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짧은 시간을 내서 끊어서 읽어도 무리 없이 소화해낼 수 있습니다. 남의 나라의 문제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우리나라의 현실 문제와 겹쳐지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녀의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고 생각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표지의 글을 인용하자면 어느 독자의 말처럼 에런라이크의 글은 미몽에 빠진 우리를 깨우는 소중한 ‘모닝콜’이 될 것입니다.

오! 당신들의 나라 This Land is Their Land - 바버라 에런라이크
오! 당신들의 나라 This Land is Their Land – 바버라 에런라이크

그들은 사회복지 축소로 높아진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만만한 표적들이었다. 20년 전의 우익 선동가들은 사회복지 수혜자들을 꼴 보기 싫은 빈민층의 대표로 놓고 공격했고, 이제는 이민노동자들에게 희생양 역할을 떠안겼다. 두 경우의 전략은 동일하다. 빈곤층의 일부를 따로 지목해 적이란 딱지를 붙여, 경제 특권층에게 향할지도 모를 분노를 그쪽으로 돌리는 것이다.

-14p, 오! 당신들의 나라 This Land is Their Land, 바버라 에런라이크, 부키

 

나는 논리를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모든 경기 자극책은 빈곤층과 실업자에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소비를 늘려 줄 것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도움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프리미엄 분유를 살 여유가 있으면 분유 회사의 매출이 늘어나고 ‘경제’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아기를 ‘경기 자극’이라는 감각적인 거품 목욕물 속에 던져 버리지는 말자. 정상적이고 도덕적인 기준에서는 아기가 가장 우선이다.

-61p, 오! 당신들의 나라 This Land is Their Land, 바버라 에런라이크, 부키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부자들은 한 손으로는 H. 리 스콧처럼 임금을 죄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대출로 가난한 사람들을 유혹했다. 손쉬운 대출이 저임금의 대체물이 되었다. 예전엔 돈을 벌기 위해 일했는데 지금은 돈을 ‘갚기’ 위해 일한다. 전에는 수입에서 일부를 떼어 저축을 해서 집을 살 수 있었는데 이제 집 살 돈을 번다는 건 꿈도 꿀 수 없다. 대신에 대부업자들이 다가와 웃으면서 모기지 상품을 들이민다.

-65p, 오! 당신들의 나라 This Land is Their Land, 바버라 에런라이크, 부키

 

지금까지의 사태를 통해 볼 때 기업에 적용되는 ‘자유’라는 단어는 다른 누군가의 고통과 동의어다.

-70p, 오! 당신들의 나라 This Land is Their Land, 바버라 에런라이크, 부키

 

폭동을 일으킨 사람들이 정부 논리의 오류를 간파했는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을 고용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해고한다고? 기업이 ‘유연성’이라고 부르는 것(임의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권리)은 노동자가 보기에는 불안정과 빈곤뿐 아니라 폐기 처분을 의미한다.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를 벌인 프랑스 학생들은 사용자가 쓰고 난 뒤 언제든 버릴 수 있는 ‘클리넥스 세대(Kleenex generation)’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

-169p, 오! 당신들의 나라 This Land is Their Land, 바버라 에런라이크, 부키

 

사회학자 마이클 메일스는 코스비의 비난을 두고 내게 이렇게 말했다. “흑인 청년들은 학교에 대한 투자 부족, 엄청난 실업, 열악한 치안, 모멸적인 편견에 시달리면서도 놀라운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들은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짜증스런 존재로 욕을 먹을 게 아니라요.” 공격을 받아도 대항하기에는 너무 어리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비난하면 몹시 즐거운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면 코스비를 비롯한 부자 노인들이 그런 짓을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자, 여기 진짜로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집단이 등장했다. 바로 괴팍한 부유층 노인들이다.

-95p, 오! 당신들의 나라 This Land is Their Land, 바버라 에런라이크, 부키

 

단어 몇 개만 바꿔 넣으면 전혀 남의 나라 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1%를 위한, 그들에 의한, 그들의 세상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이 장악당한 사회에서 우리는 온전히 그들의 시각을 가지고 우리 스스로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제도를 지지하며 살아가는 안타까운 현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얼마 전 대통령이 민생경제를 살리자며 처리해달라는 법안을 찬찬히 뜯어 보면 집이 몇 채는 있고 크루즈 정도는 타고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민생경제라고 표현이 되고 있죠. 그들에게는 우리 같은 서민들은 국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집세만으로도 충분히 부를 누릴 정도는 돼야 국민인가 봅니다.

일해서 땀 흘려 버는 돈의 가치가 불로소득보다 형편없는 대우를 받는 세상은 제대로 된 세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동자들에게는 악착같이 세금을 걷어 가면서 불로소득의 세금은 면제해주려는 모습 속에서 누가 국가를 믿고 열심히 일 할 수 있을까요? 젊은 청춘들에게는 추억이 존재할 수 없을 정도의 과도한 스펙을 요구하면서 기껏 만들어 내는 것은 비정규직의 저임금 일자리면서 ‘꿈을 가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그들의 입으로 나오는 달콤한 말들을 꿰뚫고 사악한 본질을 드러내 보여 줍니다. 그렇게 우리는 괴롭더라도 현실의 민낯을 바라 보아야 합니다. 사회의 복지망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를 금융권의 대출로 해결하고, 사회구조적 모순을 개인의 노력 탓으로 돌려 버리는 현실을 우리는 거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제 ‘쥐처럼 살라’는 메시지에 ‘우린 인간이다.’라고 ‘함께 살자.’라고 말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