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하루 – 하재욱

안녕 하루 – 하재욱

안녕 하루
하재욱
하재욱의 라이프 스케치

가볍게 일상을 터치한 책이라 복잡한 머리에 잠시 휴식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의 첫 장을 넘기고 몇 장을 더 넘기는 동안 생각지도 못 했던 느낌이 가슴을 흔들었다. 뭉클함. 내가 이 책을 처음 만난 느낌은 이것이었다. 우울해지려고 이 책을 집어 든 것이 아니었는데 댄장…

사실 우울함과는 거리가 멀다. 작가가 또래라서 그런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공감과 울림이 나에겐 많이 있었다. 같이 겪었던 문화, 이제는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 떠나보낸 부모님을 생각하며,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자식으로서 사회를 살아가는 그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져 뭉클함으로 다가왔다. 참 나도 더 어렸을 때는 쿨했던 거 같은데 이제는 누군가의 이야기에도 참 울컥울컥한다.

언젠가 그리울 일상의 기록 안녕 하루

하재욱작가는 일상을 그림과 함께 짧은 글들로 남겨 두고자 했나 보다. 내가 블로그에 서평과 일상을 올리고 있듯이 말이다. 처음 이 책을 받아 훑어봤을 때는 분명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겠노라 다짐했었는데 대충 조금만 볼까?,라는 생각으로 집어 들고 나서 1시간 만에 다 읽어 버리고 말았다. 손에서 떨어지지가 않았다. 아.. 내 이야기.. 내 어린 시절.. 내 어깨 위의 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다 감당해도 충분한 내 가족 이야기..

그렇다 “안녕 하루”에는 작가의 이야기뿐 아니라 내 이야기도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안녕 하루 - 하재욱
안녕 하루 – 하재욱

니가 아프니까
이제야 알겠다

그때의
아부지 얼굴


빤히
쳐다보느냐?
보지 말거라

나중에
너도
지금 나처럼
아파하며
내 얼굴
이해한다는 둥
청승 떨지 말고

평생
아프지
말거라

내 맘
몰라도
된다

내 맘

-“안녕 하루” 中, 하재욱 지음,  헤르츠나인

 

처음부터 마지막 장까지 동일한 감동과 깊이로 책이 쓰여 있지는 않다. 하긴 시집 같은 책을 단숨에 읽어 버린 나의 잘못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며 작가의 마음을 느끼고 공감도 하고, 그의 유치함에 나의 유치함을 들키기도 하며, 소소한 위트에 살짝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하긴 어떤 시집이, 어떤 소설이 통째로 내 맘에 들어와 앉을까 싶다. 내 욕심이지.

책은 일상에 찌들어 바쁘다는 핑계로 오래된 친구들조차 만나지 못하고 삶의 무게에 지치고 가족 사이에서도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는 중년의 남성들에게 권하고 싶다. 누군가 이 시대에 나와 같은 것들을 겪고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나와 같은 하루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 바로 우리가 같다는 것은 정말 큰 위로가 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