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 미야베 미유키 장편소설, 문학동네

화차 – 미야베 미유키 장편소설, 문학동네

화차

미야베 미유키 장편소설

문학동네

그래 써야지. 써야겠다. 블로그를 이전하고, 소소한 정보와 리뷰를 제외하고 서평다운 서평을 써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니 사실은 그 전부터 그랬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잘 써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뭔가 전에 썼던 글과 중언부언 하는 느낌이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처음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쏟아 낼 말도 하고 싶은 말도 많았는데 횟수를 거듭할 수록 내 스스로 내 이야기에 질리는 것 같았다. 

젊었을 때는 여행보다 술 먹고 노는 것을 좋아했고, 나이가 들어선 공장노동자로 살아가다 보니 하루하루가 다 똑같았다. 그렇게 십 년이 넘게 지나고 보니 어렸을 때의 이야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요즘의 얘기는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 찍은 사진을 첨부하고, 글이 막힐때마다 일부를 발췌하며, 어설픈 글솜씨를 숨기려고 했지만, 역시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던 것 같다. 

그래도 손에서 책을 놓치는 않았다. 읽는 양이 많지는 않지만 나 같은 상황에서 책을 꾸준히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다독을 하며 글을 써 냈던 사람들도 취업을 하게 되면 블로그가 뜸해지다 결국 문을 닫는 경우를 많이 보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현장노동자 주제에 휴계실에서 스포츠 신문이나 보고 담배나 피지 건방지다’는 선입견때문에 곤욕을 치루면서도 책을 놓치는 않았었다. 공장노동자로 살아 가면서도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이고, 내 삶이 멈추지 않고 아직도 한 발씩이나마 전진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기에 다시 써야겠다. 못쓰겠다는 말이라도 쓰면서 그간 읽기만 하고 쓰지는 못한 서평을 몇 줄 씩이라도 끄적여 봐야겠다.

 

화차 - 미야베 미유키 장편소설, 문학동네
화차 – 미야베 미유키 장편소설, 문학동네

사진에 있는 책들 중에서 제일 먼저 읽은 책은 아니지만 먼저 화차를 선택했다. 소설이지만 그 간 내가 읽어 왔던 경제학 책들보다 더 경제를 알려 주고 있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 책으로 1993년 제 6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했다. 솔직히 ‘화차’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것은 우석훈의 입에서였다. 그가 참여했던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꼽사리다”에서 “화차경제”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던 것이 발단이었다.

화차는 꽃마차가 아니라 지옥으로 끌고 가는 마차다. 이 소설을 읽고나니 여러가지 생각이 났다. 제윤경 대표의 “약탈적 금융 사회”,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 영화 “살인의 추억”, “테이킹 라이브즈”, 그리고 이 책 이후로 읽었던 윤해환 작가의 “홈즈가 보낸 편지”까지. 많은 이야기의 시작과 마무리가 이 책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송강호가 “밥은 먹고 다니냐?”고 물었을때 이 책을 읽어 보았을까 궁금했다.

미야베 미유키. 일명 미미여사의 책은 “맏물 이야기”, “괴수전”을 읽고 “화차”를 읽었다. 이 책을 가장 먼저 사 놓고는 왜 이렇게 늦게 읽었을까? 책 보다 한국 영화 “화차”를 먼저 알았기에 책을 읽고 바로 영화를 보자라고 결심하고 새벽까지 책을 붙들고 읽었다. 그리고 이제 영화를… 하다 그냥 잤다. 아직도 영화는 안 봤다. 김민희가 연기를 참 잘했다던데… 그녀의 영화는 본 것이 없네.

 

 

화차 - 미야베 미유키 장편소설, 문학동네
화차 – 미야베 미유키 장편소설, 문학동네

그냥 좀 행복해지고 싶었던 여인들. 세키네 쇼코와 신조 교코. 그녀들은 왜 화차에 올라타게 되었을까? 어쩌다 그렇게 빚을 지게 됐을까? 그녀는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그런 사람이 빚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빚을 권하는 사회는 일본만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까? 소설은 모든 현상을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질문을 던져 주고 있다. 경기불황과 침체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견본을 보고도 우리나라는 왜 피해가기는 커녕 그들의 모습을 빠르게 닮아가고 있을까 싶다. 하긴 누군가의 피를 빨리 빨아야 누군가는 더 빨리 살이 찌겠지.

  “그런 경우에 잘못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변호사가 말했다. “물론 졸음운전을 한 트럭기사에게 과실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를 그런 근무상태로 내몬 고용주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대형 트럭과 일반 승용차가 같이 주행하는 도로에 충격을 막아주는 중앙분리대를 설치하지 않은 행정 측도 잘못입니다. 도로 폭이 좁은 것도 문제예요. 길을 넓히고 싶어도 넓힐 수 없었던 것은 자치제의 도시계획이 잘못되었기 때문이고, 땅값이 손쓸 수 없이 뛰어올랐기 때문이기도 하죠.”

  변호사는 중얼거리듯 거기까지 늘어놓고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사고에는 무수한 원인과 이유가 있습니다. 개선해야 할 점도 수없이 많죠. 가령 내가 지금 여기서 그런 요소들을 다 무시하고, ‘그래도 결국 사고를 일으킨 건 운전자 잘못이다. 피해자나 가해자나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사고 따위 일으키지 않는다. 사고를 당한 것은 운전이 미숙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어떤 심정일까요?”

– 화차 火車, 미야베 미유키 장편소설, 이영미 옮김, 문학동네

 

발췌를 하다 보니 세월호 생각도 난다. 원인은 생각보다 깊고 다양할 수 있는 데 너무 쉬운 방법만을 택한다. 얼마 전 기획기사에서 읽은 ‘일본 대부업’의 자금이 우리나라에 들어 와서 대부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기억이 났다. 신용카드 대란이 있었고, 그 이후로도 여러가지 사건들이 많았으며, 이제는 대학생들이 학자금대출로 인해 사회의 첫 발을 신용불량자로 딛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런 심각한 나라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야쿠자 자금(일본 대부업의 자금이 야쿠자 자금이라고 읽은 것 같은데 기억이 확실하진 않다.)은 화차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삶을 파괴하고 우리나라로 들어 왔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답은 간단하다. 일본은 경험을 통해 많은 규제가 이루어졌고, 우리나라는 연간 최대이자율을 낮췄다고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수익을 내기 좋은 환경이기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철폐”만을 외치고 있는 정부를 보면 화가 난다. 그리고 그게 좋은 줄 알고 종편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대선 때 걸었던 “재벌개혁”은 어느 틈에 사라지고, 국민의 거의 전부가 노동자인 나라에서 “노동개혁”만 하겠다고 한다.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더니 국민을 뜯어 고치겠다고 한다. 질문하고 의심하면 “종북”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계좌와 SNS까지 마음 껏 들여다 볼 수 있는 법도 통과 시켜버렸다. 좋은 단어까지 탐욕스럽게 뺏어다 쓰는 권력자들과 재벌가를 보며, 이미 우리는 화차의 문짝에 옷 끄트머리가 낑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화차가 달리면 딸려 나가는 그런 상황인데 아직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답답할 따름이다. 하지만 눈 앞에 시선을 뺏는 화려한 것들 때문에 뒤에서 슬며시 다가오는 올가미를 눈치채기 쉽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여하튼 소설 “화차”는 많은 생각과 정보를 던져 준다. 소설에 이렇게 디테일한 경제학을 담을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역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가 아닐까 한다. 이야기의 속도감과 열린 결말…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열린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과소비가 심한 남편이나 아내에게 권해주면 아주 좋을 만한 소설… 나 부터 고쳐야겠다.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