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2015

귀향 2015

귀향 2015

지난 번 영화 “데드풀”을 보면서 무슨 관객 이벤튼가에 당첨 되서 설문조사를 하고 받은 5천 원 쿠폰이 있었습니다. 이 쿠폰을 어디에다 쓸까 고민을 하다가 아내와 함께 ‘귀향’을 보러 주말에 극장을 향했습니다. 5천 원 쿠폰에는 ‘동반 1인’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5천 원에 두 명이 아니고, 1인 당 5천 원씩에 두 명, 즉 1 만 원의 요금을 내고 보았습니다. 정상가에 비하면 저렴하지만, 6천 원 쿠폰을 남발하는 수원 메가박스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2천 원 아끼자고 내가 그 사람 많은 데서 그 긴 설문조사에 답하고 있었나 하는 자괴감이 몰려 왔습니다.

여하튼 제가 저렴한 가격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극장으로 향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영화 “귀향”은 사실 단순히 가격대비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영화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비판하고 싶은 부분이나 의문이 드는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은 영화라고 하고 싶네요.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봤지만 기대 이상의 만듦새를 보여 주어서 놀랍고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출처 : 영화 "귀향"
사진출처 : 영화 “귀향”

영화는 널리 알려진 사실대로 일본군 위안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모금이 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저예산 영화라고 하기엔 높은 제작비를 가지고 만들어진 영화였는데요. 영화에서 연극을 하는 듯한 톤의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와 세련되지 못한 카메라 워크가 종종 눈에 띄기도 했지만 반대로 세련된 음악과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화면으로 가슴을 울리기도 했습니다. 밸런스가 맞지 않았던 부분들에 대한 느낌은, 개인적으로는 전투신을 과감히 줄이고 그 예산으로 좀 더 디테일한 감정선을 담아 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너무 집중을 하고 봤기에 그럴수도 있고요. 역사적, 사회적 의미는 있지만 영화적 재미는 별로 없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가지고 보기 시작했던 저의 마음을 날려 버리기엔 충분히 잘 만들어진 영화였습니다. 아내의 말로는 여성들에겐 거부감 없이 감정을 잘 전달한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사진출처 : 영화 "귀향"
사진출처 : 영화 “귀향”

영화가 끝나고 올라가는 도움을 주신 분들의 이름들은 정말 여태 다른 크라우드 펀딩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장관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만큼 사회적 관심이 높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영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는데, 생각 보다 수원 메가박스에선 징검다리도 아닌 정상 상영을 하고 있었고요. 1관에서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만큼 관객석도 차 있었습니다.

사실 위안부 문제를 졸속으로 합의를 하고, 정작 당사자들을 배제하고 오히려 그 분들의 진심을 왜곡하는 정부를 보면서 이 영화가 사회에 진실과 함께 질문을 던져 주기를 원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서정적으로 그녀들의 과거를 보여 주고, 현실에서 살풀이로 위로를 해 주며 마무리를 짓습니다. 마치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님들의 묘 앞에 헌화를 하듯이 말이죠.

현실에선 아무 것도 해결 된 것이 없는데 영화에서 이렇게 마무리를 지으면 안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했지만, 며칠 사이에 할머님들이 또 돌아 가시는 소식을 들으며 이 영화가 그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그녀가 집으로 돌아와 가족의 품에 안겨 위로를 받는 장면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와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이 확연히 다른 지점은 영화의 주인공은 집으로 돌아와 가족의 품에 안겼지만, 현실의 그녀들은 집으로 돌아와 국가의 외면을 받고, 정부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점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마무리가 아니라 시작을 의미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기대했던 이상으로 만듦새가 좋고 감동적이어서 마지막 순간에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고 있는 저의 모습에 놀랐습니다. 상당히 작위적인 설정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절로 눈물이 흘렀던 이유는 역사속에서 그녀들이 겪었을 아픔이 절절히 느껴졌기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점을 영화에서 충분히 잘 담아 냈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하튼 완성과 개봉의 과정에 있어서도 상당히 큰 의미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지만 영화 자체로도 꽤 훌륭하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정말 재미가 없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에 걱정을 하면서 보았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재밌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관람 하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