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수 없는 배 – 우석훈

내릴 수 없는 배 – 우석훈

내릴 수 없는 배

우석훈 지음

“누구도 이 배에서 내릴 수 없다. 우리들이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기 전에는”

세월호로 드러난 부끄러운 대한민국을 말하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후로 대한민국이 부끄럽지 않은 국민이 있을까? 도대체 누구의 어버이인지 모르겠는 어버이연합과 누구의 엄마인지 알 수 없는 엄마부대, 그리고 일간베스트의 일베인지 일본베스트의 일베인지 알 수 없는 일부 몰지각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은 그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부끄러웠을 것이라 생각된다.

 

내릴 수 없는 배 - 우석훈
내릴 수 없는 배 – 우석훈

 

국정조사가 어떻게 될 것이고, 청문회는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가 너무 뻔히 그려졌기 때문이다. 결론은 정해져 있다. 정말 밝혀져야 할 것은 밝혀지지 않을 것이고,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질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많은 사건이 그랬다. 사람들은 사건을 광속으로 잊는다. 이유는 분명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 있는 사람이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는 이상한 일들이 정말 많다. 그중 가장 이상한 일은 대통령의 사과였다. 배에서 벌어진 사고니까 배를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배에 대한 말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그것도 사고가 발생한 이후 한참이나 지난 다음, 대책을 이야기하는 시점에서 배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그리고 정부의 대책 중에 배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 역시 없었다. 그래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늦었다면 늦었고, 이르다면 이른 시기에 말이다.

유가족들이 처음에 했던 요구는 두 가지였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재발방지가 공적이든 사적이든, 논의에서 사라져 버렸다. 진상규명을 왜 할까? 재발방지를 위해서다. 그런데 재발방지가 사라진 순간, 무엇을 위한 진상규명인지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6~7p, 내릴 수 없는 배, 우석훈, 웅진지식하우스

우석훈이 “나꼽살”에서 정말 쓰기 싫었던 책이라고 말했고, 나 또한 정말 읽기 싫었던 책이다. 살면서 얼마나 또 이런류의 책을 읽어야 할까? 읽으면서도 가슴이 미어지고 미어졌다. 하지만 우석훈의 “내릴 수 없는 배”를 감정에 호소하는 책이라고 오해는 말았으면 한다. 이 책에는 일부러 감정에 호소하는 문장은 전혀 없다. 다만 철저히 경제학자의 시각으로 이 세월호 참사가 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이런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떤 대응을 하고 우리가 어떤 것을 신경 써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내릴 수 없는 배 - 우석훈
내릴 수 없는 배 – 우석훈

 

두 번째는 더 치사한 방식이다. 지난 몇 년간 고유가로 인한 선박계의 원가 위기, 내수 불안으로 인한 국내 관광 감소 등이 그것이다. 이걸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자료와 ‘크루즈산업’과 같은 정책에 대한 이해 등을 결합하면, 단순 리베이트보다는 훨씬 복잡하고, 그보다 훨씬 더 치사한 설명을 도출할 수 있다. 즉 세월호든 세월호가 아니든, 고등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갈 때 배를 타도록 하는 권유나 유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게 은근할 수도 있고, 직접적일 수도 있겠지만.

“카페리를 타고 떠나는 수학여행은 남다르다. 항공으로 출발하는 여행과는 전혀 다른 추억, 낭만, 감동을 선하사면서 여유와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 -안전 지침 없이 사고 직전까지 해상 수학여행 장려(2014년 3월 서울시교육청 공문),<서울경제>,2014.5.15

-51P, 내릴 수 없는 배, 우석훈, 웅진지식하우스

효율성과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 아래 재벌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서민들의 삶을 전혀 돌보지 않는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서민 살리기’라는 말에만 현혹되어 보지 못 했던 진실을 우석훈은 이 책에서 보여 준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문제가 많은 4대강과 용산참사, 제주해군기지 등의 많은 이해관계가 어우러져 결국 교육부에서 학교로 내려보낸 ‘배로 타고 떠나는 수학여행을 장려’하는 한 장의 공문.이 대한민국의 비틀어진 현실은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제일 약자일 수도 있는 학생들을 다 망해가는 크루즈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동원했고, 최대한의 이익을 뽑아 내기 위해 세계 최고의 선박 제조 실력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쓸 만큼 쓴 배를 가져다가 ‘규제’를 ‘완화’하거나 혹은 ‘철폐’하는 모종의 도움을 받으며 그렇지 않다면 ‘불법’으로 ‘증축’도 마다하지 않고, 짐과 사람들을 한계가 초과할 때까지 ‘때려 실으며’, 그 불법 과적을 눈 감아 주는 사람들을 등에 업고, 또 인건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용된 비정규직들과 일용직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 따위는 구하는 교육을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 큰 배를 끌고 항해할 수 없는 조건에도 항해를 떠났다. 이 모든 것들이 단순히 선박회사 사장만 때려잡고, 피해 보상을 해 주고 나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까?

이 우려는 결국 얼마 전에 또 다른 선박사고가 일어나면서 증명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세월호참사는 단순히 운이 좋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총체적부실의 결과이고, 이 참사는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세월호참사 이후에 땅 위의 세월호라고 말하는 수직증축 문제들이나, 참사로 인해 국민들이 정신없는 틈을 타서 오히려 거꾸로 가는 법안들을 내놓고 있는 여당의 모습을 보면서 이 나라의 위기 예방 시스템 자체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 목숨을 돈 몇 푼으로 퉁치고 끝내려는 사회. 모든 총체적 부실을 덮어 버리고 ‘경제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피해자를 또 한 번 죽음으로 몰고 가는 사회는 정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릴 수 없는 배 - 우석훈
내릴 수 없는 배 – 우석훈

 

세월호 참사를 수학여행이라는 관점에서 정리하면, 이 불행의 출발은 부모들이 내는 33만 원을 나누어 먹는 사업을, 국가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보장해 준 것에 있다.

-118P, 내릴 수 없는 배, 우석훈, 웅진지식하우스

 

“내릴 수 없는 배”는 단순히 배를 둘러싼 경제적인 부분에만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에 벌어지고 있는 총체적인 경제적 흐름의 방향을 말해 준다. 낙수효과는 없고 그나마 있는 물을 빨대 꼽아 쪽쪽 빨아올리려고만 하는 구조. ‘투자 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규제완화’라는 듣기 좋은 단어로 우리의 눈과 귀를 속이는 많은 것들이 결국 우리의 삶에 어떠한 결과로 돌아오게 되는지 예견해 준다. ‘민영화’ 문제부터 ‘재난 자본주의’의 이야기까지 두께도 얇고 읽기도 잘 읽히지만 내용의 깊이는 무척 깊은 책이다. 내공이 높아질수록 더 쉽게 말한다던데 대한민국에서 우석훈은 그런 존재가 아닌가 싶다. 어떻게든 더 어렵게 말하며 ‘전문가’라는 타이틀로 먹고 살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른 사람이다.

누구도 내릴 수 없는 배에서 우리들이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고 고칠 것들을 고쳐서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누군가가 효율성이라는 이름 때문에 목숨을 잃지 않는 세상이 되어 ‘세월호참사’라는 배에서 이제는 진짜로 내리고 싶다. 돌아 보면 2014년 4월 16일 이후의 모든 포스팅과 일상에서 이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국민의 목숨 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 같은 정부여당과 그 여당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난 듯한 제1야당의 모습을 보면 희망 따윈 없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니까 기억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 그렇게 된다면 어느 순간 나의 소중한 아이들도 이익의 논리에 놀아나지 않으란 법이 없으니까.

세월호참사를 둘러싼 진실이 궁금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내릴 수 없는 배”를 권해드린다. 언론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시각으로 진실을 보여 준다.

 



 

“어떤 사회는 비극을 통해 배우고 어떤 사회는 재난을 통해 더 망가진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석훈, 그가 2년 전에 던졌던 질문에 나는 얼마나 응답하고 있었던가? 감정에 함몰되어 살 수 있지는 않겠지만 잊지는 말아야겠다. 2016년이 시작된 지 벌써 2월이 되고도 다 지나갔다. 잔인한 4월이 시작됨을 알리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공중파의 뉴스 소식을 접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물에 빠뜨려 놓고 건진다는 식의 표현이 구설수에 오르고, 전쟁 분위기를 조장하며 국가를 불안으로 몰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이득을 보는 자들은 누구일까?

항상 현상이 발생하면 이익관계가 생기고, 그 이익을 가져가는 사람이 사건의 본질을 말해 준다. 전쟁이 나도 지구 반대편에서 최점단 무기로 원거리 지원이나 해주는 나라처럼 우리땅의 전쟁을 얘기해서는 안된다. 과거의 스파르타왕국의 왕들처럼 전쟁을 선포하는 순간 맨 앞에 서서 싸울 것이 아니라면 보온병을 포탄이라 말하고, 조준경쪽 눈을 감는 실력으로 전쟁을 떠들지 말라. 벙커에 숨어 들고, 누구 보다 빠르게 해외로 튈 준비가 된 자들이 최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싸울 국민들을 종북으로 몰지 말라. 국가를 혼란으로 몰면 누가 제일 좋아 한단 말인가? 과연 북한으로 정치적 이익을 보고, 북한을 즐겁게 만드는 자들이 누구인지 정말 무릎을 맞대고 토론을 해보고 싶다.

-2016.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