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걸리버여행기를 드디어 읽었다. 레미제라블 영화가 한참 흥행을 하고 있었을 당시에 예전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많은 서양의 작품들이 난도질 되어 실제의 모습은 어디 가고 어린이용 계몽 동화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걸리버여행기도 그중의 하나였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제목의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천공의 섬 라퓨타를 여행했던 여행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총 4군데의 여행의 여행기를 담고 있는 걸리버여행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소인국과 대인국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약간은 생소한 천공의 섬 라퓨타와 말들의 나라에서 휴이넘을 만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어렸을 적에 재밌게 읽었던 동화로 생각하고 읽었다간 당황하기 딱 좋은데 그 이유는 3인칭 시점으로 걸리버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고 걸리버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서술해 나가기 때문이다. 흡사 작가가 걸리버의 여행기를 받아서 약간 수정해서 작품을 낸 듯, 실제 여행기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자세한 묘사가 압권이지만 초반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이야기의 흐름은 재미가 없다. 그냥 본 것을 서술하듯 간단한 문장과 건조한 문장들은 동화적미사려구를 지양하고 사실임을 강조한다.

작가의 놀랍도록 풍부한 상상력과 나 자신의 편협함을 느꼈다. 삭제된 부분이 어떤 것이었을까 궁금해서 이 책을 구입했다. 받아들고는 겉표지에 쓰여진 ‘독설과 풍자로 감옥에 갇힐 것을 각오하고 펴낸 책’이라는 말에 나는 완전히 갇혀 버렸다. 처음에 “발행자가 독자에게”, “걸리버 선장이 그의 사촌 심프슨에게 보내는 편지”를 시작으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문장의 숨은 의미가 없나 계속 찾아보며 더디게 읽었다.

“걸리버 선장이 그의 사촌 심프슨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걸리버 선장은 자신의 여행기를 출판하면서 사촌이 손을 대서 여러 가지 것들을 사실이 아닌 것처럼 독자들이 생각하게 되게 만들었다고 화를 내는 장면도 있는데 이런 것들이 차후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사실이 아닐까 착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초반부터 책에 나오는 여행기가 믿기는 힘들지만 사실이라는 전제로 시작한다. 남의 나라 이야기를 한 것이지 이 시대를 비판한 풍자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 여행기의 문장에 진짜 숨겨진 내용이 무엇일까 정독을 하던 나는 결국 나의 미련함에 머리통을 두드려야 했다. 작가는 문장에 의미를 숨겨 놓지 않고 그냥 대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행기의 사실성을 부여하는 앞부분에서 숨은 의미가 없는가 찾아 헤멘 나는 정말 엉뚱한 곳에서 삽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비판은 여행기마다 점점 발전해서 마침내 말들의 나라에서 휴이넘들과 만났을 때 극에 달하게 된다. 마침내 그는 영국의 인간들을 혐오하게 되고 그곳에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나중에는 추방당하다시피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게 되고 혐오스러운 인간들(소설의 표현을 빌리자면 ‘야후’)과의 삶을 힘들어한다. 문명의 발달을 많이 이룩했다고 하는 인간들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을 해왔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이 4번째의 여행기에서의 비판은 상당히 날카로운 것들이어서 “말들의 나라”여행기만 따로 금지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걸리버 여행기 -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 조너선 스위프트

 

제1부 작은 사람들의 나라-릴리퍼트 기행, 제2부 큰 사람들의 나라-브롭딩낵 기행, 제3부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라퓨타, 발니바르비, 럭낵, 그럽덥드립, 일본 등의 나라 기행, 제4부 말들의 나라-휴이넘 기행을 읽고 있자니 조서넌 스위프트의 상상력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람의 머리에서 이런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이 가능할까 싶다. 그의 풍자나 위트는 사실 “올리버 트위스트”의 작가 찰스 디킨스의 그것과는 많이 달라서 개인적으로 재밌다거나 웃음을 지으면서 읽지는 못했다. 어쩌면 그의 세계관에 압도되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어렸을 적에 읽었던 동화책의 진짜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읽어 보니 속은 시원하다. 가벼운 이유로 손을 댔지만 가볍게 읽을 책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이 시대에 이런 책을 냈다는 것은 정말 목숨을 걸었겠다 싶기도 하다.

역사로 따지면 우리나라에서도 압제의 시대에 용감한 작가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항상 고 리영희 선생님의 책에는 만점 그 이상을 드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언론의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말하는 지금에서 우리의 출판계, 언론계는 과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겁다.

특히 가장 큰 권력과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공중파 매체들은 시민들을 위해 정치권력이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게끔 감시와 비판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에 가슴이 아프다. 시대를 넘어 국경을 넘어 조너선 스위프트와 같은 마음은 전해져 이어져 다시 우리나라에서 살아났으면 좋겠다. 야후가 판치는 이 세상에 걸리버가 치를 떨고 은둔했듯이 우리는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절대 그럴 리가 없겠지만 천공의섬 여행기 처음에 나오는 지도에 일본 위의 바다의 표기가 ‘Sea of Corea’라고 되어 있어서 놀랐다. 출판사의 세심한 배려였지만 실제로 원작의 그림에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궁금하다. 내용상 그림이 없었을 것 같지는 않고 그냥 표기가 없었기를 기대하고 싶다. 전 세계인이 읽었고 앞으로도 읽힐 고전에 ‘Sea of Japan’이라고 표기가 되어 있다고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